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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책

소설 - 니벨룽겐의 노래 [작자미상]

☜피터팬☞ 2005. 2. 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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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일리아드'!!!
독일의 교양인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

아무튼 화려한 수식어가 많이도 붙는 책이다.
유럽의 한가운데 위치하여 역사상 수많은 강대국으로부터 시달림을 받다가 근대에 와서야 겨우 통일된 나라를 세우게 된 독일인만큼,
그들의 민족적인 기원을 나타내여줄, 혹은 자신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키워줄 신화나 전설이 제대로 전해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그들은 이 '니벨룽겐'시리즈에 열광하는 것 같다.

이 책이 과연 일리아드에 비할만 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 엄청난 교훈을 담고 있는가?

절대 아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크게 2부로 나눠질 수 있다.
1부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이름의 주인공 지크프리트의 무용과
그가 군터를 도와 브륀힐트와 결혼시켜주고 자신은 크림힐트와 결혼을 한 후 암살당하는데 까지다.
그 후에 약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2부가 시작이 되는데,
2부는 남편을 잃은 크림힐트가 훈족의 에첼왕과 결혼하여 자신의 고향인 부르군트사람들을 명말시키는 내용이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이렇지만, 실제로 이 책은 작자가 미상인 만큼 몇 개의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니벨룽겐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전해지는 약간씩 다른 이야기만 해도 3가지가 있고,
기본 내용과 주인공들도 거의 동일한데 그 내용상에 차이를 보이는 것도 2종 이상 존재하는 것 같다.
어느 것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사본이냐에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이렇게 여러가지 종류가 존재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이야기가 내용적으로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종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최대한 매끄럽게 잡아보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이것은 구전되던 문학인만큼, 청중들이 좋아하는 부분이나,
단순히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장면들이 그대로 남게 되어 결국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한다.
비교적 일관된 주제와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 세밀하게 묘사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비해,
이 책은 시대적인 차이를 가지고는 있지만,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와 모순된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뭐, 하지만, 이 책의 묘사는 독일인이 스스로 말하듯 웅장하고 힘차다는 것은 인정하지.)

이 책에서 드러나는 설명되지 않는 행동들이나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들을 일일이 지적하다보면,
도무지 이 책의 작가가 어느 정도의 고민을 했는 지에 대해 혹은 지적 수준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도 되지만,
이 책의 내용은 누군가가 직접 창작하여 쓴 것이 아니라 구전되어온 것을 누군가가 적어놓은 것이고,
구전되어오던 이야기 자체도 일관된 하나의 이야기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2개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하나로 뭉쳐진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고,
내 정보가 맞다면, 실제로도 그러하다는 문학사적 증거 또한 있는 듯하다.
결국 각각의 연결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연결하다보니 절대 풀리지 않을 의문거리만 생기고 스토리는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던 것은 인물들이 하는 행동과 작품의 주제의식이었다.
이 작품은 사실 2부만을 놓고 본다면,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여동생과 충성을 다해 군주를 지키는 용감한 기사들의 장엄하고 비극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2부만을 보았을 때만 그렇다.
그들은 1부에서 이미 그 여동생의 남편을.. 자신의 여동생의 남편을 죽였으며.
(그것도 암살이라는 비열하고 추접한 방법으로.)
그 후에는 동생의 모든 재산까지 빼앗아버리고는 그녀에게서 슬퍼하지 말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들같으니라구!!
그런데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와 교훈이 충의와 정절이라고 과연 할 수 있는가?
가장 충의적인 인물이라는 하겐은 바로 그 충의를 깨뜨리고 지크프리트를 직접 죽이지 않는가.
그것도 정정당당하지도 않은 비열하고 추접한 암살로!!!
그런데 충의라고?? 살인자 집단이 자신들은 정당하며 정의롭고 용감하다고 말하는 대목을 읽을 때마다 얼굴이 후끈 거렸다.
이 책이 교양 서적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대체 여기서 나는 어떤 의미를 잡아낼 수 있단 말인가.
참고로 나는 '니벨룽'시리즈 중의 C종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비교적 일관된 주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C종에서 하겐은 결코 용감하고 충실한 기사아니요, 비열하고 사악한 기사일 뿐이다.
따라서 2부의 주된 주제는 충의보다 크림힐트의 정절에 더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된 것은 C종은 아닌 듯 하다.-_-a

어쨌든, 그 후에 다른 참고 서적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긴 하지만,
이 책은 독일 문학계 내에서도 여러가지 이견이 많고, 약점 또한 많은 책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물론 민족 서사시가 이 책 하나뿐인 그들은 그래도 이 책을 자랑스러워하겠지만..^^;;

내가 만약 단지 문학적 표현이나 그 묘사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었다면, 혹은 책의 전체적인 흐름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내게 훨씬 더 멋지고 훌륭한 책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이 독일 민족에게 어떤 식으로 왜곡되어 사용되어졌는가를 알아보게 된다면 내 말 뜻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런 식의 독서를 하기 원하는 사람은 아니다. 또한 이것이 비록 중세라는 엄청난 과거에 씌인 책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그동안 읽은 다른 수많은 전설과 신화와 아무리 비교해 보아도,
그 작품 스스로가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모순과 문제점은 아무리 인정하려고 해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록 내가 나중에 한 독일 문학사가 쓴 그 작품의 정치적인 이해를 통해 많은 부분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책은 '일리아드'에 비할 만한 책도, 교양인이 꼭 읽어야할 정도의 책도 아니었던 것이다.

어릴적 판타지를 무척 좋아했고,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북유럽 신화에 더 열광했던 내가 이런 식의 리뷰를 쓰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더군다나 일방적인 비난만을 퍼부은 것도 안타깝다.(그러나 다른 측면보다 가장 부각된 것은 바로 저것이다!!!!)
내가 비평이라는 측면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비평하기 싫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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