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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an in NeverLand
2007년 1월 15일 월요일 날씨 춥다. 추억이 남은 장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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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평소에 연구실에서 나오던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나오게 되었다.
학교에서 논술 고사가 있어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 애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긴 우연찮은 행운.
오늘 아침에 있던 세미나 준비를 위해서 날밤을 샌 나에게는 절호의 휴식시간이라 할 수 있었지.
하지만 막상 나오고 나니 비어버린 시간이 참 부담스럽더군. 뭘 하면서 1시간을 쉴 수 있을까...
결국 선택한 곳은 동아리 방.
그러나 결코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서 동아리 방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동아리 존폐의 위기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이라면, 아무도 없는 동아리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지.
그런데 나를 맞이한 것은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동아리 방문이었다.
뭔가 수상한 기운을 느끼며 문을 열어보니, 웬 걸.
TV, 비디오 데크, 수많던 자료들이 하나같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한 마디로 표현하면 폐방이라고 할까.-_-
결국 갈 때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동아리 소식을 알만한 후배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들은 내용은...
"아.. 동아리 이사했어요. 3층으로요."
-ㅂ-;
선배들이 지하라 빛도 안 들어오고 습기가 차서 비디오 테이프들이 망가진다며 그렇게 염려를 하더니...
이제는 망해가는 상황에서 3층으로의 이전이라니.
하지만, 이제는 그 소중한 자료들을 옮겨도 볼 동아리 후배는 없을 터...-_-;
암튼, 졸지에 아무도 없는 동아리 방을 원했던 내게는 딱 좋은 찬스가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소파는 치워놓지않았더군. 새 동방은 좁은 모양이었던 지, 옮기기 귀찮았던 거겠지.
1시간동안 잠을 좀 청할 생각으로 소파에 길게 누웠다.
눕고 보니 잠은 안 오고 오만 잡생각만이 둥실둥실 떠다니더라.
이제는 버려진 이 동아리 방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98년도에 입학한 후부터, 제대하기 전까지 휴가 때마다 뻔질나게 들낙거리고, 4학년이 되던 05년까지 정열을 불태웠던 그 자리.
이제는 그 자리가 예전과 같은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게 갑자기 왜 그리 아쉽던지.
바빠서 제대로 찾지 못한 지가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자리가 없어진다고 내 추억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나의 손때가 묻어있고, 나의 체취가 묻어있는 자리가 이제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이 된다는 생각에 서러운 기분마저 들더군.
허허. 나이를 또 한 살 먹었구나.
새로운 공간에서는 앞으로 후배들이 (망해갈 지도 모르는) 동아리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겠지.
그곳에는 그들의 내음이 뭍혀질테고, 손 때가 뭍혀질테지.
그들이 그곳에 가기까지 선배들이 쌓아온 수많은 것들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막상 그 선배들은 새로운 동아리 방에서 자신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추억들을 찾진 못하겠지.
그렇다면 그들은 이 버려진 동아리 방에서 자신들의 추억을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건 사람마다 다 틀릴 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장소가 사라진다고, 추억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오랜만에 들렸던 동아리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나의 7년간의 동아리 생활을 되짚어보게 될 줄이야.
길기도 길었고 여러 이야기를 남겨준 그 때의 그 모습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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