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6년 12월 30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랜만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본문

일기

2006년 12월 30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랜만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피터팬☞ 2006. 12. 31.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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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푸념만 늘어놓기에 정신없었던 일기장에 오랜만에 오늘의 일상을 적어본다.^^;
이런 분위기의, 게다가 이런 내용의 일기를 적을 수 있게 해준 인표군과 장혁군 그리고 주호형에게 감사를.

오늘은 오랜만에 파주에서 친구 인표씨가 올라왔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어쨌든 보게 되어 반가웠어, 인표씨.
뭐, 별다른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조촐하게 저녁 식사나 할 생각으로 만난 것이다.
그런데 자리에 도착하고 보니 생각지도 않은 반가운 인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지금 여의도 한전에서 열심히 내공을 쌓고 계신 주호형.
장혁이는 인표랑 약속할 때 이미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으니 패스.ㅋㅋ
암튼 나를 포함해 네명이 둘러앉아 매운 쭈꾸미를 사이에 두고 저녁을 함께 했다.

많은 주제들이 물흐르듯 계속해서 나오고 또 나왔고,
둘러앉은 네명은 서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이야기의 주제가 참 학생 때와는 많이 틀려졌다는 것.
이야기의 다양함이야,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겠지만,
다양함의 영역은 전혀 다르달까.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다르고 말야.
그러나 학생과 직장인의 모임이였어도 비슷한 나이때와 같은 학교 같은 과라는 것은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주제에서 맴돌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제공해주었다.

이제 점점 고조될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와 묻매맞는 불쌍한 노대통령 이야기부터,
남자들만이 있는 토목과라는 특성이 만들어준 이야기,
과 교수들에 대한 뒷담화와 학과의 미래에 대한 약간의 염려.
직장과 보직, 승진과 경력.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이야기의 주제가 무척 현실적인 것들이 되었다.
오늘 나온 이야기 중에서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정말 미미할 정도.
조금 더 젊었을 때는 사랑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에 더 열을 올렸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전처럼 열올리며 핏대세울만한 주제 하나없이,
또 아무도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는 끝이 났다.
(어쩌면, 이제는 그러한 충돌을 하지않는 법을 터득한 나이가 된 것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써는 정말정말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거.
매일 연구실 이야기와 변함없는 주제 속에서 돌고돌던 일상의 이야기를 벗어나서,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그런 사소한 일상이 내가 지금 지쳐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고, 또한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준 시간.

나에게 기억할만한 일상이란건 언제나 이런 조그마한 일상들이라는 소망을 일기장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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