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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an in NeverLand
2008년 11월 10일 월요일 날씨 맑음. 대인기피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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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A학원에 다니고 있다.
영어 점수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어김없이 찾아드는 불안감 때문에,
집에 있으면 어차피 시간을 허투루 쓸 것이라는 어머니의 염려 때문에,
그리고 어차피 남는 시간 이 기회에 이것저것 배워보자는 심산으로 지난 주에 등록했다.
단순히 영어 학원에 다니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는 여러가지다.
오전 8시 반 타임으로 등록함으로 해서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고자하는 노력도 포함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서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연인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계산도 들어있다.
그런데 학원에서 수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뭔가 느낀 점이 있다.
이제 겨우 2주차 수업이 막 시작된 무렵이긴 하지만,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나의 이미지가 변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변한 것인 지 혹은 내가 그동안 착각해왔던 것인 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사람들과 사귐에 있어서 부끄럼을 타지도, 거리낌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나의 모습을 보자면 그건 전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나와 같은 시간에 수업을 듣는 사람은 11명 정도이고,
수업에는 언제나 다른 학생들과의 대화가 포함되기 때문에
학원생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을 보자면 이미 나름의 친분을 쌓았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학원에 등록한 것일 텐데 말이지.
사람들이 나빠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이좋은 모습들이 싫은 것도 아니다.
다만... 다만... 나의 경우에는... 친해지고 싶지가 않다.
어색한 대화가 자연스러운 대화가 될 때까지 굳이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않다.
새로운 누군가에게 나를 어필하고 나를 보여주고 상대방의 어필을 읽어내는 것이 피곤할 뿐이다.
이미 쌓여있는 익숙한 관계에서 주는 편안함과 새로운 관계가 주는 신선함의 사이에서
과거의 내가 신선함을 선호했다면, 지금의 나는 그저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 좋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서 친해진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그냥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로 지내는 것도 좋다.
...
하지만, 솔직히 위의 이유는 궁상맞아 보이지 않으려고 내가 만들어낸 거짓 이유인 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어느 쪽인 지 잘 모르겠다.
그냥 새로운 관계가 피곤한 것인 지, 혹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것이 부끄럽고 쑥쓰러울 뿐인 지.
부끄럽고 쑥쓰러운 내 감정을 드러내기 싫어서 내 무의식이 나에게 저런 이유를 만들어 준 것인 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그들의 관계가 부러웠다면 내가 좀 더 노력했을 것이다!!(라고 믿고 싶다..ㅋㅋ)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 학원에서 관계를 맺는 내 태도는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내 모습과는 많이 다르긴 하다.
새로운 관계를 피곤하게 생각하는 것도, 관계 맺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도, 모두 나에겐 고민스러운 일이다.-ㅅ-;
아아... 갑자기 데미안이 떠오른다...
껍질을 깨는 새... 태어나기 위해서는 껍질을 깨야한다고 말해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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