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날씨 맑음. 꽉 찬 하루. 본문

일기

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날씨 맑음. 꽉 찬 하루.

☜피터팬☞ 2008. 11. 1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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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아침은 언제나 그런 것처럼 영어 학원으로 시작했다.
뭐, 그것은 이제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저 다른 것이 있다면 나 이외의 다른 흡연자를 찾았다는 정도?ㅋㅋ

돌아가는 길에 예전에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된 이모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나 나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나의 고마운 분 중 한분이시며,
내가 나 스스로에게 '넌 인복 하나는 타고났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시는 분들 중 한분이신 이모.
그간 내가 대학원 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통 연락도 못 드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연락을 드려서 드디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긴... 내가 대학원을 핑계로 연락을 안 한 소중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ㅠ.ㅠ
게다가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생으로 증명하시는 우리 막내 이모까지도 뵐 수 있었으니..^^
오늘 하루는 나의 인간관계가 그리 나쁘지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날이었다.

비록 다들 이런저런 일정으로 인해서 늦도록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고 해도 가정이 있는 분들을 늦게까지 붙들어둘만큼
내가 파렴치한 놈은 아니었고, 약간의 아쉬움은 다음의 만남에 대한 보험이 되어줄테니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늘의 만남은 적절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맛있는 점심과 삼청동 드라이브 코스, 그리고 서울에 숨어있는 좋은 사찰을 알아낸 것은 오늘 최고의 수확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절은 아니어서 내가 좋아하는 고풍스러운 맛은 없었지만,
역사가 짧다고 해도 담고 있는 이야기의 의미는 결코 짧지 않은 법이다.
무엇보다 올 가을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단풍놀이를 즐길 수도 있었으니, 나의 가을의 대미를 장식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 이모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점은 자신의 인생에 성실한 모습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잃어버리고,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짓눌려서 살아가는 반면에
우리 이모들은 자신의 가치를 잃지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시는 분들이라는 것을 나는 다시금 느껴볼 수 있었다.
내가 이 땅, 이 세상을, 우리가 흔히 현세라고 부르는 이 곳을 인정하기로 한 이상
내가 살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결코 허투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모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행동의 문제라고 부르짖는 내게는 이 분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이모들 자랑은 이쯤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내가 매주 기다려마지않는 미술학원에 들렀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덕에 오늘은 오랫동안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만,
내용물은 생각만큼 썩 좋지는 않았다..-ㅅ-;
복숭아 통조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그려도 코팅된 철 표면의 매끈한 느낌이 살질 않더라...ㅠ.ㅠ
3시간 반에 걸친 작업이 끝난 후에는 짜증이 밀려올 정도였다.ㅋ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지만, 끝난 후의 성과물이 마음에 들 경우엔 그 즐거움에 보람이라는 부가물까지 생기지 않던가.

어쨌든, 미술학원을 다녀오고 저녁을 먹고 난 지금 시간은 11시 21분.
돌아오는 길에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을 제외하고는 오늘 하루, 아주 충실하고 즐거웠다.-ㅂ-
내일은 예술의 전당에서 하고 있는 램브란트전을 구경하러 가고 싶었는데...
이놈의 감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다...끙...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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