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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an in NeverLand
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날씨 흐림. 챔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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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챔프라는 만화 잡지가 있다.
소년 점프와 함께 우리나라 만화 산업의 르네상스기를 이끌며,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의 이명진,
배틀 하이랜더의 손희준,
굿모닝 티처의 서영웅,
소마신화전기의 양경일 등등의 굵직굵직한 만화가들을 배출했고,
슬램덩크, 원피스를 국내에 소개하며 소년 만화붐을 일으킨 잡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챔프 창간 후 3호를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13살 때 소년 챔프 3호를 시작으로 22살까지 챔프를 모았다.
정확히 10년.
드래곤 볼 스타일 만화 일색이던 점프보다 나는 챔프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수많은 신인 만화 작가를 탄생시키며 대원의 입지를 굳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모은 잡지를, 나의 역사와도 같은 잡지를, 어제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10년 동안 모은 만화들 중 7년 치는 오래전부터 조금씩 정리해와서 남은 것은 3년치였다.
중간에 챔프 구독을 중단했기 때문에 더 쌓이지는 않았지만, 정리하면서 세어보니 정확히 186권이었다.
3년치의 잡지도 정리해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추리고 싶었지만,
이젠 그렇게 할만한 열정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모두 버리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버리는 일이 그냥 쉽게 되지는 않더라.
버리기 위해 책을 묶는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그냥 쉽게 흘려보내지 못하더란 말이다.
책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들 때문에 하얀 장갑을 끼고 책을 묶고 있는데,
꼭 장례가 끝나고 발인하기 전에 하얀 장갑을 끼고 관을 옮기는 기분이었다.
나의 자식처럼 아끼던 나의 잡지를, 나의 만화를 이토록 쉽게 떠나보내야한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한 때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든 만화는 나의 자료가 된다는 생각으로, 종종 내게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자극제로,
그렇게 모아온 10년간의 역사는 어제부로 모두 정리가 된 듯 하다.
더군다나, 완전히 보내기 전에 쌓아놓은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찍으려고 했던 나의 계획조차
전날의 무리한 유흥으로 고물상 차가 올 때까지 일어나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밖을 보니 힘들게 쌓아놓은 나의 추억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뭐, 그래도 모두 떠나보낸 것은 아니니까 너무 섭섭해하지는 않으련다.
지금은 단행본으로 꾸준히 만화를 모으고 있고,
7년치의 만화 중에 정리가 되어서 내 책장 한켠에 자리잡은 녀석들도 있으니까.
나의 오랜 책들을 정리하면서 섭섭한 마음과 함께 부모님께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자식들의 취미에 대해서 이토록 오랫동안 허용해주시는 너그러운 우리 부모님께.
이 만화들은 언제 정리하고 언제 버릴 것이냐고 핀잔을 주시기는 하셨지만,
우리 부모님은 단 한번도, 나의 취미를 막지도, 당신들의 자의로 그것들을 처분하지도 않으셨다.
어릴적 용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잡지 구독의 결정권은 모두 부모님의 몫이었다.
하지만, 난 챔프를 모으는 동안 단 한번도 구독을 빼먹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 번 이사를 할 때마다 큰 짐이 되었을 그 수많은 잡지들은 단 한번도 이사를 핑계로 버려지지 않았다.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서 다른 짐들을 놓을 곳조차 비좁은 상황에서 흔히 퇴출 0순위가 될 것이 뻔한 잡지들은
우리 집에서는 당당히 한 구석을 차지하며 절대 다른 짐들에 비해 소홀히 취급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순전히 나의 취미와 열정을 이해해준 부모님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나의 취미와 열정을 직업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지는 않았지만,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다른 사람이 보기엔 유별나다고 할 수 있는 취미를 대하지 않으셨다.
나의 10년의 역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나 혼자만의 열정이 아니라 부모님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잡지를 모두 꾸리고 집 밖으로 내놓은 후에 내가 어머니에게 슬쩍 고백했다.
내가 그렇게 오래 챔프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부모님 덕이라고.
남들이 보기엔 그저 폐휴지밖에 되지 않을 나의 역사는 사라졌다.
너무나 오래된 만화라서 이제는 누구 하나 진지하게 다뤄주지 않을 그런 만화들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이제 잡지가 쌓여있던 곳에는 책장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잡지를 정리하면서 느낀 이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간직한 열정도 다른 것에 대한 열정으로 조금씩 나눠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나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베푼 교육의 생생한 증거로 나는 나의 잡지를 꼽을 수 있게 되었다.
안녕.
P.S : 어제 그런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널 만난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쾌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알은 채를 한 건 나니까..ㅋ
소년 점프와 함께 우리나라 만화 산업의 르네상스기를 이끌며,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의 이명진,
배틀 하이랜더의 손희준,
굿모닝 티처의 서영웅,
소마신화전기의 양경일 등등의 굵직굵직한 만화가들을 배출했고,
슬램덩크, 원피스를 국내에 소개하며 소년 만화붐을 일으킨 잡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챔프 창간 후 3호를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13살 때 소년 챔프 3호를 시작으로 22살까지 챔프를 모았다.
정확히 10년.
드래곤 볼 스타일 만화 일색이던 점프보다 나는 챔프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수많은 신인 만화 작가를 탄생시키며 대원의 입지를 굳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모은 잡지를, 나의 역사와도 같은 잡지를, 어제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10년 동안 모은 만화들 중 7년 치는 오래전부터 조금씩 정리해와서 남은 것은 3년치였다.
중간에 챔프 구독을 중단했기 때문에 더 쌓이지는 않았지만, 정리하면서 세어보니 정확히 186권이었다.
3년치의 잡지도 정리해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추리고 싶었지만,
이젠 그렇게 할만한 열정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모두 버리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버리는 일이 그냥 쉽게 되지는 않더라.
버리기 위해 책을 묶는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그냥 쉽게 흘려보내지 못하더란 말이다.
책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들 때문에 하얀 장갑을 끼고 책을 묶고 있는데,
꼭 장례가 끝나고 발인하기 전에 하얀 장갑을 끼고 관을 옮기는 기분이었다.
나의 자식처럼 아끼던 나의 잡지를, 나의 만화를 이토록 쉽게 떠나보내야한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한 때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든 만화는 나의 자료가 된다는 생각으로, 종종 내게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자극제로,
그렇게 모아온 10년간의 역사는 어제부로 모두 정리가 된 듯 하다.
더군다나, 완전히 보내기 전에 쌓아놓은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찍으려고 했던 나의 계획조차
전날의 무리한 유흥으로 고물상 차가 올 때까지 일어나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밖을 보니 힘들게 쌓아놓은 나의 추억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뭐, 그래도 모두 떠나보낸 것은 아니니까 너무 섭섭해하지는 않으련다.
지금은 단행본으로 꾸준히 만화를 모으고 있고,
7년치의 만화 중에 정리가 되어서 내 책장 한켠에 자리잡은 녀석들도 있으니까.
나의 오랜 책들을 정리하면서 섭섭한 마음과 함께 부모님께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자식들의 취미에 대해서 이토록 오랫동안 허용해주시는 너그러운 우리 부모님께.
이 만화들은 언제 정리하고 언제 버릴 것이냐고 핀잔을 주시기는 하셨지만,
우리 부모님은 단 한번도, 나의 취미를 막지도, 당신들의 자의로 그것들을 처분하지도 않으셨다.
어릴적 용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잡지 구독의 결정권은 모두 부모님의 몫이었다.
하지만, 난 챔프를 모으는 동안 단 한번도 구독을 빼먹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 번 이사를 할 때마다 큰 짐이 되었을 그 수많은 잡지들은 단 한번도 이사를 핑계로 버려지지 않았다.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서 다른 짐들을 놓을 곳조차 비좁은 상황에서 흔히 퇴출 0순위가 될 것이 뻔한 잡지들은
우리 집에서는 당당히 한 구석을 차지하며 절대 다른 짐들에 비해 소홀히 취급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순전히 나의 취미와 열정을 이해해준 부모님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나의 취미와 열정을 직업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지는 않았지만,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다른 사람이 보기엔 유별나다고 할 수 있는 취미를 대하지 않으셨다.
나의 10년의 역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나 혼자만의 열정이 아니라 부모님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잡지를 모두 꾸리고 집 밖으로 내놓은 후에 내가 어머니에게 슬쩍 고백했다.
내가 그렇게 오래 챔프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부모님 덕이라고.
남들이 보기엔 그저 폐휴지밖에 되지 않을 나의 역사는 사라졌다.
너무나 오래된 만화라서 이제는 누구 하나 진지하게 다뤄주지 않을 그런 만화들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이제 잡지가 쌓여있던 곳에는 책장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잡지를 정리하면서 느낀 이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간직한 열정도 다른 것에 대한 열정으로 조금씩 나눠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나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베푼 교육의 생생한 증거로 나는 나의 잡지를 꼽을 수 있게 되었다.
안녕.
P.S : 어제 그런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널 만난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쾌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알은 채를 한 건 나니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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