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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성 [프란츠 카프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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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에 측량사 K가 도착한다.
그는 성의 부름을 받고 마을에 온 것이었으나,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배척한다.
게다가 성조차도 그를 부른 것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지니지는 못했다.
(이 소설에서 성이라는 것은 거대한 체제이고 권력이다.)
K는 이 마을에서 프리다를 만나 그녀와 결혼하기로 하고,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 성의 관리인 클람을 만나려고 하지만,
각각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을 사람들과 성의 거대한 관계 때문에 좀처럼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다.
왜 카프카인가? 뜬금없이 내게 등장한 이 카프카란 인물은 어쩌면 벌써 오래전에 만났어야하는 인물이었는 지도 모른다.
나의 철학과 세계관의 근거가 실존철학이라 스스로 믿고 있는 마당에 카프카를 이제야 만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그런 상관관계의 중요성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간단하게 최근에 접한 몇몇 작품들과 나의 일상 생활 속에서 갑자기 내 눈에 카프카가 유달리 많이 띄였던 것, 딱 그 정도.
쉽지않은 소설이었다. 이 책은 처음에는 무슨 호러 소설인양 다가오더니 조금 지나니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리잡은 느낌은 이상의 소설과 같다는 것.
그의 난해한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었고, 이야기의 흐름과 내용을 놓치지않으려 부단히 애를 써야만 했다.
혹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의 작품이 전체적으로 그리 쉽게 다가오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 K는 이방인이었다. 그 만이 유일하게 이름이 K였고, 다른 사람들은 분명한 이름이 있었다.
K만이 마을에는 이방인이었고, 마을 속에서 독립된 논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마을에 결코 필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을 사람들과 그의 마찰은 끊이지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성의 논리에 따라 살고 있었으나, 그는 자신의 논리로 살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성이라고 하는 것은, 소설 속에서도 깨달을 수 있듯이 거대한 권력, 인간을 지배하는 거대한 그 무엇이다.
그것은 읽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갖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성이라는 것은 인간을 지배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종교, 국가, 규칙, 도덕 등등.
그 의미가 좋건 혹은 나쁘건 간에 성에 귀속되고 성에 의지하고 성의 의지에 따라서 사는 사람들은 마을에서 나름의 위치를 지니고 살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철저하게 성의 귀속되어 있었으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성의 의지와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상태에 있을 때 그들은 성과 마찰만 없다면 충분히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편안하게 살 수 있다.
현대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않지만, 거대한 그 무엇이 소속되지 않은 인간은 고독하고 외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성에 소속되고 귀속된 인간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유대감과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 규칙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성에 의해 자신에게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어쨌든 성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외따로 떨어지지않고 그 안에서 생활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성을 추구하며 살고 있고, 성과 아주 작은 관계라도 가지고 있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개인의 의지로 무엇인가 추구한다는 것은 배신이다. 규칙에 순응하지 않으면 일원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K이다. 그는 이방인이므로 성에 귀속되지 않았고, 따라서 성의 논리대로 살지않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마을 사람들의 입장이 내게 거북하게 다가왔던 것은 나 역시도 K와 마찬가지로 성에 귀속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내가 추구하는 이상 역시도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실존철학의 입장에서 바라본 실존적인 개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K의 행동은 과연 어떠했는가? (사실 이 부분은 여전히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는 마을에서 철저하게 고독하고 독립적인 이방인이었다.
그가 뛰어나게 현명하거나 혹은 초인적인 위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행한 일들이 모두 옳았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옳았느냐 옳지않았느냐가 아니다. 그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는 주막 여주인의 말을 따르지않고, 성의 규칙도 어겨가면서 자신의 의지로 성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이 성이 가진 절대 권력에 접근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내 스스로는 생각된다.
그는 마을에 남아있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마을이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성 조차도 그다지 원하고 있지 않았다.
마을에는 측량사가 필요없었고, 성은 측량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막상 그에게 제대로 된 일을 맡기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주목할 점은 그가 마을에 '어떤 존재'로 남아있으려고 했다는 것이다.(나는 그가 측량사로 남아있으려고 했는 지 의심스럽다.)
그는 프리다와 결혼을 하려했고, 그것은 성에 접근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동시에 방법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성의 논리에 따라 마을에 남아있으려고 하지 않았고, 자신의 의지와 방법으로 남아있으려고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남기를 바라는 사람이 그것을 주도하는 성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법을 따른다는 것은 어찌보면 말도 안 되고 무모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K는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며 끝끝내 버리지 않는다.
거대한 그 무엇 속에서의 자신이 아니라 홀로 존재하고 독자적인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찾으려 하는 인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실존적 인물이며, 실존적 인물이 취해야하는 태도가 아닐까.
그런데 이 부분은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성의 논리와 의지에 따르지 않는 인간이 성의 지배를 받는 마을에 남으려고 하다니.
(나는 이 부분에 대해 대체 어떠한 식으로 정의를 내려야할 지 알 수 없다.)
소설은 마지막에 미완이지만, 그 미완 자체로 완결이기도 하다.
카프카의 사후에 그의 소설 출판을 담당한 브로트에 따르면 이 소설의 마지막에 성은 어쨌든 K를 이 마을의 일원은 아니지만, 살게 해준다는 통지를 듣고 K는 죽는다고 한다.
(이 부분은 비평가들에게 있어서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인데, 비평가들은 이 소설은 그런 마지막이 없더라도 미완으로도 충분히 완결된 형식이라고 한다.)
결국 프란츠 카프카는 이 세상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자에게는 거대한 조직 속에 그의 자리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철저하게 독립적인 인간은 거대한 규칙과는 결코 타협할 수 없음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내게 흥미있는 점들을 던져주었다.
(이 부분은 내가 이 소설을 실존소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았기 때문에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하나의 사실을 가지고 각자가 자신만의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그 사실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내가 항상 생각하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그 자체는 그 스스로는 아무 의미도 없으며 그것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만나는 것에 있어서, 또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각자의 이해와 관점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이며 또한 흥미로운 일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을 얼만큼 이해하고 그의 입장을 고려해주는 것이냐하는 것과 사실 그 자체에 동일한 가치를 부여함이 아닐까?
어렵다, 어려워...-_-
순식간에 카프카를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겨우 나는 그의 작품 두편을 읽었을 뿐이니. 그러나 그는 이미 내게 충분히 흥미있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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