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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 - 박모 씨 이야기 [박무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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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가가 쓴 만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만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만화에 대한 논평이 아니라 만화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고 우리 나라 만화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이제는 조금 지나간 현실이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책이 출판되고 이미 많은 것이 또 변하였으니.)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만화책이 아님에도 만화책인 것처럼 느껴졌다.
왜냐고? 읽기가 무척 쉬웠거든.
박무직 선생님은 달변가이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는 글도 무척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문장력은 어쩌면 인터넷 논객들의 그것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책의 편집은 일반적이지않다. 오히려 인터넷 상에서 글을 읽는 기분이다.
(문장의 편집상의 이유로 이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가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즉 어렵지않고, 간단하면서 명료하고 또한, 유쾌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이 책은 읽기 쉬웠고 내게 만화책처럼 어렵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 되었다.
앞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만화에 관한 책이되 만화의 평론에 관한 책은 아니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책이 나올 당시에는 메이져 만화 작가로써 만화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이다.
이 땅의 척박하고 어려운 만화에 대한 토양을 말이다.
사실 이 책의 모든 내용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가 전에도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내용들을
-아마 만화관련 사회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내용들-
다시금 책을 통해서 재생산하고 있다.
97년 청소년 보호법의 가장 강력한 성토대상이었던 '로꾸데나시 블루스'라는 만화와 청소년 보호법에 대한 이야기.
아직도 버젓이 존재하는 검열-영화에 대한 검열보다 훨씬 심한 만화에 대한 검열-에 대한 우회적 조소인 해적판 만화 '자자공주'
청소년 보호법 속에서 이 땅의 강력한 남성중심 문화에 대한 역설적인 미사일을 날린 '누들 누드'
그리고 바로 얼마 전 다음 아고라에서도 이야기된 대여점 문제.
지금도 남아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만화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아마추어 만화 이상한의 단편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며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광수 생각에 대한 의심.
만화의 대표적 장르 중 하나인 판타지의 작가적인 시선과 그 무한함에 대한 박무직 선생님의 충고.
만화의 전통적인 매력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인 베르세르크.
작가 신영우의 '키드갱'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본 우리 나라의 웃지못할 만화 산업의 행보.
지금은 거의 잊혀져버린 '명랑 만화'의 부활에 대한 축하와 명랑 장르에 대한 만화예술적 가치 부여.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하게 읽었고, 이 땅의 꽉 막힌 지식인과 만화폄하론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순정만화 캐릭터에 대한 옹호.
그리고 만화의 미래.
내가 여기서 이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은 위의 내용들에 대해서 자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전문적인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내가 다시금 그 내용들을 비추는 것은 쓸데없는 수고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 내용 자체의 전문성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아쉬울 지도 모르겠지만,
만화에 대한 척박한 인식이 자리잡은 이 땅에 수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만화에 관련된 책이라는 점에서 나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제로 몇부가 팔렸는 지는 알 수가 없고, 판매 부수에 대한 회의가 생길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전히 만화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표면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은 이 사회의 수많은 권력자들...
특히나 문화와 관련된 수많은 정책과 법률을 살피고 담당해야할 사람들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만화책이 아니니까, 그들도 이런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겠지.^^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만화 문화에 대한 단면을 철저하게 엿볼 수 있는 책.
이 책에 대한 나의 서평은 이정도면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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