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과 비평/영화2006.08.13 20:30
User-createdCanon | Canon EOS-1D Mark II | Manual | Pattern | 1/80sec | F/3.2 | 0.00 EV | 28.0mm | ISO-400 | Flash fired, compulsory flash mode | 2005:08:20 07:08:19
평화로운 한강변.
언제나처럼 한강 시민공원에는 사람들이 벅적이고,
그곳에서 매점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손님들을 접대하기에 정신이 없다.
그런 평범한 일상속에 갑자기 괴물이 나타난다.
괴물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혼란 속에서 강두는 딸 현서를 괴물에게 빼앗긴다.


내가 평생에 본 영화 중에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적어도 올 해에 본 영화 중에서는 최고로 남을 것이 분명하고,
근래에 본 영화 중에 나를 이토록 열광시킨 영화는 없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적어도 내게는 베스트 10에 충분히 들 정도의 임팩트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영화 속에 캐릭터들이 너무나 분명하게 살아있었다.
영화의 한장면, 한장면의 임팩트가 좋아서 영화 속 캐릭터들의 성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괴물을 쫓아가다가 총알이 떨어지면서 도망치게 되던 씬.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좋아했는데, 나는 이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곤한다.
송강호에게 총을 받아들고 돌아서서 빈총을 쏘는 변희봉씨와
자신이 총알을 잘못 세었다는 것을 알고 되돌아가는 송강호의 모습.
그리고 돌아오는 송강호와 나머지 식구들을 향해 '어서 가라'며 손을 흔드는 변희봉 씨의 모습은
앞으로 결코 잊지 못할 장면일 것 같다. 더불어 영화 '괴물'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겠지.

더불어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괴물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자신만의 모습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자신을 연상시킬 어떤 인상을 준다.
이를테면, 침을 흘리는 모습으로 우리는 에일리언을 떠올리고,
건물을 기어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킹콩을 떠올린다.
(물론 스파이더맨이 떠오를 수도 있다.)
총을 맞고도 약간의 충격만 받은 후에 걸어오는 모습에서 터미네이터가 생각나고,
머리에 핀을 꽂은 모습 속에서 핀헤드를 떠올린다.
아무튼 간에 자신만의 인상을 줄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캐릭터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며 그 캐릭터가 얼마나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괴물은 하나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남긴 것 같다.
원양어선에서 고기를 가득 잡아 들어올리고 있는 그물처럼 메달려있다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괴물의 모습은 자연스러움은 물론이고 그 하나로 자신만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교각 아랫부분을 타고 움직이는 괴물의 모습에서
나는 두려움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그런 괴물의 이미지가 다른 곳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런 지는 잘 모르지만,
앞으로는 비슷한 모습들을 볼 때마다 괴물이 생각날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런 지도 모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영화 속 괴물은 결코 주연이 아닌 조연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주인인 ArborDay님의 의견에 나는 200% 공감한다.)

영화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영화의 그리고 감독의 이런 노골적인 시선은
영화 속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굳이 비유적인 그 무엇을 가져다 붙일 필요가 없다.
괴물이 만들어지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주한 미군 사람들의 행동이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대놓고 무시하는 경찰,
그리고 확인되지도 않은 정신착란과 바이러스를 이야기하는 의사와 박사.
-후반에 등장하는 미국 박사는 사시였는데 이것은 감독이 얼마나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지에 대한 증거이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아무 의미없이 실시되는 생체실험.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기지에서 벌어지고 있던 고기 파티.
별다른 성과없이 한강을 통제하기만 하는 정부의 움직임과
그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뇌물을 요구하는 관료.
아무 대책없이 시위를 하는 사람들과
안전에 대한 아무런 대책과 생각도 없이 화학무기를 살포하는 미군.

끔찍히다. 이 영화.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우울해지는 건 나 혼자일까?)
이 영화의 괴물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골뱅이가 변신한(?) 괴물이 아니다.
진짜 괴물은 부조리한 현실이고 사회이다.
그것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엄연히 실존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맞서 싸우는 괴물은 돌연변이가 아니라 이 사회였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문제의 본질과는 쉽사리 만나지 못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 사회의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이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그런 영화 속 주인공들이 아니다.

주인공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만한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높은 분들이 하는 일에는 알아서 기는 아버지 희봉과
중학생 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임감은 전혀 없는 노란 머리의 강두.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데모만 하다 주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취직도 하지 못한 남일.
우유부단한 성격에 조금은 둔한 듯 한 양궁선수 남주.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이고 사회적으로 무시받는 사람들이다.
권력도, 부도, 사회적 지위도...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 높은 분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의 피해자이고,
그 피해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영화에서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희극적으로 혹은 어이없게 그려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뒹굴던 모습이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졸고 있는 남일과 남주같은 모습들.)
처음에는 그러한 아이러니한 모습이 너무나 웃겼기 때문에 깔깔대며 웃었지만,
그런 우스운 묘사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담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퍼졌다.
다른 사람의 슬픔과 아픔에 한 발 떨어져서 관찰자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말이다.
(그것이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정말 비참하고 슬픈 장면을 그토록 우습게 그려낸 것은.)
그들의 발버둥과 몸부림에 대해 아무런 감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권력자 뿐만 아니라,
그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적이 없는 우리도 마찬가지일 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은 관료도, 경찰도, 군인도, 의사도, 박사도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지만) 그 괴물을 잡겠다고 발벗고 나선 또 다른 어떤 용감한 등장인물도 아니었다.
'딸이자 조카인 현서를 괴물에 빼앗기고' 계속 무시받고 쫓겨다니고 수배까지 되었던 강두의 식구들과
영화 후반에 갑작스럽게 합류한 노숙자만가 결국 괴물을 처치한다.
뭔가 비정상적인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그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이다.
가장 가진 것도 없고 가장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들이 말이다.
저 권력자들이 아닌 것이다...
그것이 이 아이러니한 사회의 실상이고, 부조리한 현실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최종적인 답이 너무나 시시하게 들릴런 지도 모르지만,
봉준호 감독은 적극적으로 뭔가를 요구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 하다.
('살인의 추억'에서 느낄 수 있는 것도 어둡고 우울한 과거의 모습 뿐이었다.)
그러나 그 답은 안타깝게도 가장 현실적이고 그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이다.
감독은 변화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은 더욱 쓸쓸하고 처량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강두의 식구들은 괴물을 처치했지만, 그들에게 어떠한 보상이나 포상이 있었던 것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
강두는 여전히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고(단지 장총이 추가되었을 뿐.)
괴물과 관련된 뉴스를 보다가 밥먹는데 방해가 된다면서 꺼버린다.
그것은 문제가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하는 우리의 모습이며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안일한 모습이다.
영화는 많은 숙제와 문제들을 보여주었지만, 우리는 영화 속 강두의 마지막처럼 그저 이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다.
언젠가 봉준호 감독이 속 시원한 결말을 갖는 영화를 찍는 날이 오게 될까?



P.S : 네이버에서 찾은 사진 중에서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긴 하지만,
이 사진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에게선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올리고 싶은 사진은 변희봉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는데..ㅋ
Posted by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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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별

    그래서 결국 누가 범인이야?

    2006.08.16 13: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피터팬

    범인은 절름발이닷!!!캬캬캬캬캬~

    2006.08.16 22: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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