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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리고 역사.(2010.05.10 추가) 본문

머릿속 탐구/칼럼

정치 그리고 역사.(2010.05.10 추가)

☜피터팬☞ 2004. 3. 1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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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 며칠이 지난 것 같다.
3월 15일인 오늘로 며칠이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 그만큼 나는 정치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안이 무엇인 지는 알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왜 그것을 하게 되었는 지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미친 우리 사회 전반의 파장과 앞으로 국제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유치하게나마라도 짐작은 하고 있다.
이번 일에 대해서 나의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려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을 욕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지금쯤은 국회의원들도 자기네들이 잘 했다고 느끼지는 않을테니까.
아니, 적어도 국민들에게 인정받긴 글렀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밀고나가는 것은 더 이상 뺄 수 없는 골목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들은 우매해서 자신들의 고귀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그 짓(?)을 해야한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앗... 써놓고보니 욕이군...-ㅂ-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정치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는 하고싶은 것이다.
최근에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무척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정치와 관련해서.
(지금 아는 친구 홈피 방명록에 장황하게 써놓으면서 정리한 부분을 내 홈피에도 올리고 싶기도 하구...ㅎㅎ)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을 최근에 열심히 읽고 있다.
1년인가 2년 전쯤에 5권까지 읽었다가 중간에 책을 못 빌려서 끊어졌는데, 올 해 들어서면서 다시 생각나서 처음부터 읽고 있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까지 소개하자면,
1권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2권 '한니발 전쟁'
3권 '승자의 혼미'
4권,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금 5권에서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와 싸우는 부분을 한참 읽고 있다.-

로마는 처음부터 강성한 국가가 아니었다.
저자는 어쩌면 로마는 각 부족에서 밀려난 자들의 집단인 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다.
어쨌든 그들은 1권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에서 다뤄지는 500년을 통해서 점점 강대국이 되어간다.
그들의 남과 잘 융합하는 성향과 강력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이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2권이 넘어가면서 그 당시 지중해의 강대국 카르타고와의 전쟁인 포에니 전쟁을 다루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한니발이 등장하게 되는 2차 포에니 전쟁을 보면 당시의 로마는 까딱했으면 멸망의 위기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로마는 거국일치가 되어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해낸다.
물론, 한니발만큼이나 멋진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어쨌든 국가 존망의 위기를 멋어나고 마케도니아와 3차 포에니 전쟁을 통해 카르타고까지 무너뜨린 로마는 어느 새 지중해 최고의 패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 전부터 로마는 그 인근에서 강한 국가였지만,
고대 사회의 선진국이라고 한다면, 폴리스로 이루어진 그리스와 오리엔트 지방의 이집트, 시리아 등이다.
어떻게 보면 로마는 아직 2류 국가였던 셈이다.
하지만 2권의 마지막 무렵에 로마는 이미 지중해의 1등국가였다.

그렇게 강대해지고 부유해진 로마는 이제 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3권 '승자의 혼미'
국가의 발전을 쫓아가지 못하는 과거의 체제는 이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회간의 빈부 격차가 발생하게 되면서 로마는 신음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4권에 등장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전면에 등장할 때까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카이사르의 등장은 시기 적절했던가?
역사의 시기 적절은 어디까지나 우연이다.
(나는 역사의 필연성에는 별로 무게를 두지 않는 사람이다. 역사는 우연의 법칙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어찌보면 카이사르의 등장은 늦었을 수도 있다.
물론 그가 그런 시기에 등장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큰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로마는 그 전에 무너졌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역사 학자들은 그당시 로마가 멸망했어도 그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갖다 붙일 수 있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로마에는 그라쿠스 형제가 있었고, 마리우스와 술라가 있었고, 그 후에는 폼페이우스가 있었다.
그라쿠스 형제는 사실 후의 역사가 그들이 세워놓은 방향을 따라갔다는 것에 의미가 큰 것이고,
실제로 그들이 살아있을 때는 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하기는 했다.
어쨌든 로마는 그 후에 여러가지 문제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마리우스, 술라 그리고 폼페이우스라는 인물들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아니, 해결이라고는 말하기 힘들겠다.
하지만, 적어도 문제가 완전히 곪아서 썩어버려, 도저히 치유불능상태가 되는 것은 뒤로 미뤄둘 수 있었다.
바로 카이사르라는 인물에게까지 로마를 넘겨줄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 혼미한 상태에서도 적절한 인물을 배출했음을 보여준다.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 지 알 수 있지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로마와 우리나라의 공통점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전세계사람들이 다 그러할 지도 모르겠다.
남과 잘 융합한다는 국민적 성향은 뒤로 하고서라도..
나라가 위급할 때는 거국일치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도 로마 못지 않을 것이다.
(이건 정말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다.IMF극복은 다른 나라 저널에서 대서특필할 정도였다고 하니... 조금 불안한 것은 거국일치가 아니라 단순히 국민의 힘만이 아닐까 하는 것..;;)
그리고 나라가 발전해가면서 겪게 되는 위기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것 역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지도 모르겠다.
국가의 수준을 정치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 말이다.

어쨌든 우리나라도 6.25라는 내전을 겪고 난 후에는...
박정희 대통령 체제 하에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경제는 잠시도 쉬지않았고,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거치면서 IMF라는 위기 후에도 우리나라 경제는 아직도 세계 20위권안에 드는 나라이다.
마치 3차 포에니 전쟁 후의 로마처럼 말이다.
이제는 슬슬 혼미할 시간인 지도 모른다.
급속도로 발전한 사회와 그 사회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아둔한 머리가 괴리를 일으키게 되는 시기.
그들의 머리는 여전히 몇십년 전의 생각 그대로를 고수하고,
이제 넘쳐나는 정보를 접하고, 의식이 점점 깨어가는 국민들의 생각이 요구하는 것은 틀리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급속 발전과 사회 불안은 당연스런 귀결이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나라에서도 카이사르같은 인물이 나올 지 모른다고 기대한다.
(이 인물은 행동력과 더불어 선견지명, 그리고 그만한 인기도 함께 있는 인물이다.)
아니, 카이사르가 아니어도 좋다. 카이사르 1/10이라도 되는 사람이 10명만 나와도 좋다.
아니, 10명도 필요없다. 5명만 나와라.
5명만.
내가 걱정이 되는 것은, 그런 인물이 5명나올 때까지 우리나라가 버틸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_-;
로마는 카이사르가 나올 때까지 그래도 괜찮은 인물들이 계속 그 나라를 버텨주었다.
그들의 개혁이, 혹은 보수가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할 지언 정,
당면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들은 마련하고 이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로마를 카이사르가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이다.

-_-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우리나라 정치계의 어떤 인물이 어느 정도의 인물이고, 어떤 일을 해왔고, 하는 지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위에서 언급한 술라나 폼페이우스같은 인물은 없다는 것을 안다.
미래의 카이사르가 등장할 때까지 이 나라를 제대로 버틸 수 있게 해줄 인물은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현재의 문제에 대한 대책보다는 정쟁에 더 급급하다는 것을 안다.
아아.. 욕을 안 쓰려고 해도 또 써버리고 말았군.

아무튼...
역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게다가 고대의 로마와 현대의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일종의 교훈은 될 수 있을 지언정 절대적 비교는 불가능하다.
내가 무슨 정치 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정치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내가 이런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웃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내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이거 꽤 심각한 거 아냐?)
애당초 비교가 틀렸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나는 믿고 싶은 거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혼미'라고.
그동안 감춰오고 숨겨왔던 것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시기라고.
이 위기를 거치고 나면, 위정자들의 물갈이를 하게 되고, 그것으로 우리나라 정치도 조금은 믿을만해 질 꺼라고.
카이사르같은 인물이.
그처럼 믿을만하고 또 믿음을 주는 사람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고.
영웅을 기다리는 나를 소극적이라고 말하지 마라.
댁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도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간접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다.
카이사르까지는 아니어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기회를 통해 그들도 뭔가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추가 : 2010년 5월 10일. 우연히 내가 쓴 글을 읽고 역시나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것은 위대한 영웅이 아닌 깨어있는 시민이었구나...
나는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길 기다렸으나 나타난 것은 MB라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인물일 뿐.
영웅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건 바보같은 짓이란 걸 이젠 안다.
영웅을 만들어야한다.
깨어있는 시민의 눈과 귀와 입으로.
그리고 우리의 권리와 의무의 행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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