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종교의 자유와 미션 스쿨, 그리고 종교. 본문

머릿속 탐구/칼럼

종교의 자유와 미션 스쿨, 그리고 종교.

☜피터팬☞ 2004. 7. 18. 01:52
반응형

어제 우연하게 DAUM에서 미션스쿨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가다 제적된 한 학생에 대한 기사의 머릿말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즉시 관련기사와 그 기사 아래 달린 엄청난 수의 리플을.. 무려 2시간가량 혼자 재미있게 읽어나갔다...-ㅂ-;
다만.. 안타까운 것은 문제를 제대로 보고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는 거다.
뭐, 나 역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는 의심해보아야할 부분이지만.
아무튼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가지 쟁점사안들을 내 나름대로 열심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서울에 있는 미션 스쿨 대광고등학교의 3학년 학생이자 학생회장인 강의석군은 학교측에서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종교 행사에 대하여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것은 교육청 앞 1인 시위 및 학내 방송을 통한 의사 표명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계속해서 전학을 요구했지만, 강의석 학생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제적을 당했다.

뭐, 간단하게 사건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저 정도인 것 같다.
부수적으로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사건들까지 정리하자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이 정도의 내용만 올린다.

문제 1. 학교측의 입장과 종교의 자유.
이 사건과 관련된 갖가지 쟁점 사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한다.
일단은 가장 기본적이고, 쉽게 해결될 수 있으며 또한 눈에 잘 보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건립목적 등의 이유를 들어서 강의석군을 제적했으며, 교육청의 입장 역시 학교측에서 학생 선도 차원에서 학교측이 교칙을 들어 학생을 제적한 것이라서 일단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학교측 편을 든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와 관련된 글 중에서 미션스쿨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입장들 역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학교측에서는 계속 전학시켜 준다고 했는데도 거부하다가 일을 이렇게 만들었냐하는 것이다.
일단 들어온 곳의 규칙에 순응하고 그 조직의 일원이 되지 못하고 결국 이방인으로 남게 될 강의석군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좁은 시야에서 보면 옳은 이야기인 듯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약점이 있다. - 나는 일단 되도록 기독교 자체의 문제를 가지고 넘어지진 않겠다. 이것은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다.

그 약점은, 바로 헌법에서 보장한 개인의 자유의 침해이다.
이것은 하나의 전제 조건을 달고 들어간다.
그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서울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선택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입학 시에 학생의 의사 반영과 학교측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않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추첨을 통해 학교를 들어갔고, 그 학교가 기독교라는 종교를 재단으로 업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기독교를 더 잘 믿고, 하나님을 통해서 믿음을 더 굳건히 하기 위해 그 학교를 선택해서 들어갔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학생이 거기를 다니다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바뀌어서 문제를 일으켰다면, 이것은 학교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강의석군은 자신의 의사로 그 학교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또한 그 학생 스스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위한 활동을 전혀 하지않은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문제는 미션 스쿨에 입학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활동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 학교가 종교 활동을 강요하지 않았던 들 문제가 이런 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측에서는 모든 학생들을 그 학생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학교 재단의 종교 활동을 강요했다.
이것이 바로 모든 법위에 있다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고, 법조계의 사람들과 법관련 지식인들 모두 강의석군을 편드는 이유이다.
정규 수업시간과 학교 활동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 예배를 드리지않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한 것은 학교측의 잘못이다.
종교 교육을 철학 교육의 한 일환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그 교육 내용이 철학적 사상에 대한 교류나 토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과 교사의 뜻에 반할 경우 불이익을 받게 하는 것은 역시 하나의 전도나 종교의 강요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을 자신의 제도 속으로 억지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강의석군이 일부러 시위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언론의 조명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측의 건립 목적은 교육을 통한 전도라고 할 지라도 그 학교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학교에서 선교사를 몇명을 배출하고, 한국 기독교 내에 입지가 굳은 사람 누구누구를 만들어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미션 스쿨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런 식의 논지도 보이지 않음을 명확히 밝힌다.
단지 그만큼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기를 바랄 뿐이다.

자, 이제 문제가 좀 정확하게 보이는가?
여기서 문제가 되는 헌법에서 말하는 종교의 자유의 침해라고 하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학교의 교육에 대한, 필수적이지 않은 부차적이고 개인의 선택에 주어져야할 부분에 있어서 선택권이 주어지지않은 한 개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을 학교 수업이라는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서 강요하였다는 점에서 종교의 자유의 침해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현재 강의석군과 학교측의 서로 입장의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은 이렇게 정리해보면 해결책이 보이는 것 같다.
즉, 서울고등학교 입학문제에 대한 개선이나 혹은 그게 안 된다면 서울시에 있는 수많은 미션 스쿨의 기본 교육방법을 바꾸어야한다는 것이다.
(뭐.. 강의석군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것일 뿐,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의 방법이 좀 더 신중했다면 시간은 더 걸렸을 지 몰라도 사건이 시끄럽게 전개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 부분은 우리가 더 이상 알 수 없고 단지 추측할 뿐이니까 그만 이야기하자.)


자, 여기까지는 종교의 자유와 미션 스쿨이라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제 종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이 학교가 단순한 사립 재단이었으면 애당초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종교라는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그게 기독교라는 점에서.

자, 우선 밝히고 들어갈 것은.. 나는 11살부터 26살인 현재까지 계속 교회를 나가고 있었고, 한 때는 나름대로 독실했지만, 지금은 기독교를 별로 좋아하지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먼저 밝히는 것은.. 내가 기독교에 대해서 절대 무지하지 않다는 것을 미리 밝히기 위해서다.
오히려 어지간한 부분에서는 일반적으로 공부한 사람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다양한 시선으로 알지도 모른다.

문제 2. 사랑의 종교 기독교? 배타의 종교 기독교?
강의석군 인터뷰 중에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것은..
“예수님께서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지만 비기독교인 조차 포용하지 못하는데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요?”
기독교는 자신들을 사랑의 종교라고 말을 한다.
애당초 크리스트교라고 할 수 있는 종교는 예수님의 말씀에 큰 비중을 두고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 분의 기본 사명인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구약시대의 엄격하고 유대적인 종교에서, 포용력있고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랑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랑을 바탕으로 해서 전도라는 것을 하게 된다.
이 전도라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보면 무한한 사랑의 정의 그 자체이고 실천이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면서, 자신의 열정을 바쳐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올바른 길과 진리로 이끄는 일.
자기 자신만 영원한 축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소개하고 이끌어들이는 일.
때로 목숨까지 아까워하지 않고 저 먼 오지나 사람이 살기 힘든 곳까지 찾아가 그들을 구원하는 기독교인들.
이렇게만 보면 이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까지 전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좋은 일도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있다.

지구에 핵전쟁이 나서 밖은 불모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런 세상에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자식을 험한 바깥 세상에 보내지도 않고 집안에서만 키우는 어머니를 보고 우리는 그 어머니가 정말 훌륭한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식의 의사나 의견 등은 존중하지도 않고 자신만의 독단과 독선으로 자식을 구속하는 어머니가 과연 진정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 것인가?
실제로 바깥 세상이 험한 세상이라는 것을 아들은 알지 못한다. 혹은 험한 세상이라도 그 아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그 무엇을 찾을 지도 모른다.
이런 모든 것을 무시하고 단지 어머니의 독단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좋다고 하는 것을 인정하게 하고 이해시켜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예가 좀 과격하긴 했지만, 나는 기독교의 사랑을 저 지독한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 자신의 진리에 대해서 강요하게 된다면 저 어머니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하고 있는 행동들과 교회의 행태, 그리고 대광 고등학교의 행동은 저런 어머니의 행동과 다를 바 없지않은가??
자신들의 진리를 강요하기만 할 뿐,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이나 생각 등은 고려하지 않고 그들은 잘못되었다는 기본 전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말이다.
설령 그들이 정말 잘못되었더라도 그것을 모범을 통해 자신들을 따라오게 만드는게 아니라 억지로 자신들의 종교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몇몇 기독교의 모습이다.

그리고 사랑의 종교를 배경으로 한 대광 고등학교는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질렀다.
그들은 그 학생을 제적시켜버렸다.
정말 문제가 되는 학생이었다고 학교측이 생각해서 제적했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그 학교의 교칙이나 건립 이념에 벗어나서 제적했다는 말은 도저히 기독교인이 교육을 맡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이건 모순이다.
의인이 온 것은 선한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라 악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성경에서는 말한다.
우리 안에 있는 열마리의 양이 아니라 길잃은 어린 양 한 마리를 위해서 예수님은 오셨다고 했다.
만약 대광고가 사랑의 예수님과 그 분이 만드신 기독교라는 종교를 배경으로 했다면,
더더욱 그 학생을 붙잡고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사랑으로 감싸주었어야했을 것이다.
그 사랑의 방법이 앞서 말했듯이 강압적이고 강요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부분이니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겠지.
사랑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잘못생각하고 있는 강우석군을 붙잡고 인도하려는 시도를 했어야했다.
사랑이야 말로 교칙이며, 그 학교의 건립이념이 아닌가!
그런데 그 교칙과 건립이념으로, 즉 사랑으로 그 학생을 제적했다니..
이런 아이러니는 접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 접하고 싶지도 않다.


사회적으로 아주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 사건이었다.
다만 종교계 내부와 종교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불신과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좋은 뉴스였다.
기독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기독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좋지 않은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몇몇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머리가 꽉 막히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는 기회가,
의식있는 기독교인들은 지금 기독교 내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심도있게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와 관련된 리플들을 읽으면서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만, 그게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고 어려운 부분이라서 선듯 손을 못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나 오류들과 기독교인들이 저지를 잘잘못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확실히 구분해야했기 때문에 방치해둔 상태였다.
이번 사건은 기독교가 잘못했다기보다는 기독교인들의 잘못이다.
그리고 기독교 전체라기 보다는, 사실 기독교 재단을 뒤에 업고 있는 한 학교가 문제였다.
다만, 이 사건을 통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좀 더 적나라하고, 단편적으로 드러나버렸고,
그것이 세인들이 생각하던 기독교의 이미지와 그간 기독교이들의 잘못된 행실과 잘 맞아떨어져버린 것이 기독교가 당면한 문제다.

아무튼.. 시끄럽고 말많고 생각없이 공격해대기만 좋아하는 세인들의 의견들은 모두 씹어두더래도..
이번 사건을 통해서 미션 스쿨과 개인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문제와 기독교내부의 문제,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한다.
그리고 이 글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학교의 규칙.. 학칙이라는 이름 하에 벌어지는 수많은 횡포들 역시 고려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