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진출한 인류는 남자와 여자로 분리되어 각각 타르쿠, 메제르라는 성단에 정착했다.
타르쿠에 사는 히비키는 동료들에게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새로 출항하는 군함에 몰래 잠입하지만,
히비키가 밀항한 군함은 메제르의 해적들에게 공격당하고 군함의 지휘관은 과감히 배를 버리기로 결정.
그리고 그 순간 타르쿠의 군함과 메제르의 우주선은 결합(?)하면서 우주 저편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서 메제르의 해적들과 히비키는 미지의 세력이 타르쿠와 메제르를 공격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로봇물을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반드레드.
'닥치고 감상'이라는 마인드로 시작했는데... 그 마인드가 아니었으면 끝까지 봤을까 의문이다.ㅋ
이 애니에서 남자와 여자는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별에 각각 살고 있다.
그래서 각 성별은 지구에서와는 다르게 2세를 갖기 위해 이성(理性)을 필요로 하지않는 설정이다.
(엇... 그런데 여자들은 어떻게 아이를 갖는지 작품 속에서 나름 설명을 하는데 남자 쪽은 전혀 설명이 되어있지않다.
뭐... 애당초 설정이나 배경 자체가 탄탄한 작품은 아니었으니 굳이 이런 걸 시비걸고 싶진않지만...-ㅅ-
나는 설정하기 쉬운 부분만 설정하고 말아버린 듯한 느낌 때문에 작품 자체를 곱게 볼 수가 없단 말이지.ㅋ)
뭐, 남자와 여자가 각각 다른 성단에 정착했다는 설정은 재미있게 생각된 부분이긴 하다.
이야기 초반에 타르쿠에 사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남자의 간을 먹는다느니하는 걸 믿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부분과 함께 히비키는 3등민으로 나와서 타르쿠는 나름 신분이 있는 사회고 히비키는 하층민이라는 암시를 한다.
히비키가 동료들에게 발끈한 부분도 자신의 신분과 상관없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
이야기 도입부분을 보면서 나는 이 애니가 남자와 여자라는 다른 성별로 인한 갈등과 오해를 풀어가면서
주인공인 히비키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는 두 가지의 큰 줄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야기라는 것은 어떤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라는 단순 공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거니까 특별할 건 없다.
완벽하게 새로운 주제, 새로운 철학을 담고 있지않은 이상, 이야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야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재미나게, 얼마나 흥미롭게,
(그리고 내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얼마나 타당하게 풀어가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이 로봇물은....
이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는 결론...^^;;
여자와 남자가 따로 떨어져있어서 서로에 대한 오해만이 쌓여가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는
나의 흥미를 자극했지만 그 자극을 풀어내는 이 작품만의 특색은 전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왜 두 성별이 떨어져야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궁금했지만, 작품 속에서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질 않았던 듯.
결국 보면서 내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은 생각은 이 작품은 설정은 설정일 뿐이고 거기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것.
뭐, 어차피 설정이라는 것이 그저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설정 내에서 타당한 상황만 발생한다면
설정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이런 까칠한 기준 자체가 우습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에는 설정이라는 것은 작품에 철학을 심어준다는 것.
설정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풀어가느냐를 통해서 작품 속에서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이 애니는 남자와 여자의 대치 상황은 정말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정작 하고싶은 이야기는 히비키의 성장에 관한 것인데...
사실 주인공의 성장이라는 주제는 여기저기서 차고 넘쳐서 흐를 정도아닌가?
그러니까 굳이 이 작품 자체가 독보적인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는 거지.
뭐.. 모든 작품이 독보적인 의미를 가져야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여튼 대단한 작품은 아니올시다하고 말하고 싶은 거다.
남녀가 떨어져있다는 설정은 그저 하렘물을 만들고 싶은 감독의 의지가 아니었을까..-ㅅ-
애당초 군함이나 해적인데 여자만 득실대는 그런 설정을 하고 싶어!!
주인공이 여자에게 둘러싸이는게 만들어낼 꺼리가 많지않을까??
(그러면서 서비스 컷은 그다지... 일본 애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인 듯..ㅋㅋ)
에~~잇!! 그럼 이런 설정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자!! 남자와 여자!! 따로 떨어져서 살앗~!!!
....
뭐, 그런 설정 덕분에 재미있는 상황 연출은 많이 나오기는 했다.
여자들이 외출할 때 옷과 화장을 매치하듯 메제르의 우주선을 무장하는 장면은 이러한 설정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장면.
다만 남녀의 차이라는게 고정관념에서 나온 부분이 많아서 꽤 심기가 불편하기도 했지.
해적이고 거친 일을 하지만 여자니까 외모에 신경쓰고 전투에 나가기 전에 손톱 손질을 받는다던가 하는 건 좀...;;
그러니까 남녀가 따로 떨어져서 사는 설정은 괜찮은데,
거기서 끌어내는 이야기들은 남녀가 함께 있어서 생길만한 상황들이 자꾸 튀어나오는게 싫다고..끙
아... 나 너무 까칠하게 만화를 보고 있는 건가..ㅋ
내가 되도록 치밀한 설정을 배경으로 논리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생기는 폐단..끙...-ㅅ-
무엇보다 가장 웃겼던 것은 반드레드의 합체.
히비키가 조종하는 만형이라는 인간형 로봇이
여자 캐릭터들이 조종하는 드레드라는 우주선이 합체해서 반드레드라는 새로운 기체가 된다.
어떤 드레드와 합체하느냐에 따라서 기체의 성능과 외형이 결정되는데, 이거 자체가 웃겼던 것은 아니고...
합체할 때 보면 만형이 드레드 속으로 쏙 들어가는데... 아니, 애당초 만형이 그렇게 작았던 건가....;;
분리해 있을 때 각자 전투하는 모습을 보면 만형이 그렇게 작은 것 같지 않은데 합체할 땐 왜 이리 작아지는 거야..-ㅅ-;;
합체 후에 히비키와 다른 여자 캐릭터의 민망하고 이상야릇한 콕핏의 모습이야 그렇다쳐도 말이지.
합체라는 거 자체는 그다지 상관 안 할테니까.. 기본적인 크기 정도는 좀 맞춰줘라..;;
이래서야 애니에서의 설정을 제대로 반영한 프라모델도 뽑아내기 힘들잖니...;;
에휴... 일단 쓰고싶은 욕(?)을 다 쓰고 나니까 속은 시원하다.ㅋㅋ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정말 완전한 개쉬레기, 혹은 볼만한 가치 제로에 도전하는 작품은 아니다.ㅋㅋ
앞서도 말했듯이 히비키의 성장이라는 것이 이 작품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큰 줄기가 되는데,
과정에 있어 좀 비약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 애니가 노리는 시청자층에겐 어필할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는 부분과 동료들이란 서로 믿고 의지하는 존재라고 말하는 부분은
비록 지루하고 뻔한 주제였어도 이 애니의 팬들에게 작은 감동을 던져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취향의 차이이긴 하지만 작품의 작화 역시 나름 수준급이다.
메카닉들의 디자인도 상당히 독특해서 이 만화만의 독자적인 메카닉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적으로 등장한 기체들의 디자인 센스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싶진 않지만 말야.ㅋㅋ
3D로 표현된 전투신 역시 이 만화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
움직임이나 연출이 2D일 때와는 좀 다른 것이 좀 아쉽지만,
이질감이 좀 들어도 전투씬은 화려하고 다양한 볼꺼리를 제공한다.
아... 조금은 다른 의미지만 로봇물이면서 하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두가지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
러브 라인이 많이 약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하렘물에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코드(순종, 와일드, 섹시, 로리 등등)의 여자 캐릭터는 모두 등장하는 듯.ㅋㅋ
애당초 거대 함선을 배경으로 주요 등장인물 중 남자는 단 3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여자니까....;;;
작화 스타일이 맞는다면 하렘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로봇을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작품이 될 듯.
....
칭찬 끝.ㅋㅋ
짧게 쓰려고 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욕만 실컷하고 애니랑 관계없는 내 기준만 잔뜩 늘어놓고 만... 이상한 글이 되었군.
하지만 에반게리온이나 건버스터, 마크로스처럼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거나 칭찬할 것이 많은 작품은 아닌 듯.
오랫동안 남을 수작인지도 잘 모르겠고...ㅋ
뭐, 건담이나 공각기동대처럼 거대하고 나름 세밀한 세계관을 가진 애니가 아닌
복잡한 생각없이 그저 화려한 액션과 가벼운 진지함이 좋다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도 나쁘진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