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만화 - 케이온 1-4, College, High school [카키후라이] 본문
고등학생이 되어 동아리 활동으로 경음부(밴드부)에 가입하려는 리츠.
하지만 경음부는 모두 졸업을 해버려서
새롭게 4명이 모이지 않으면 폐부가 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결국 리츠는 경음부를 유지하기 위해 소꿉친구인 미오와,
부자집 아가씨인 무기(츠무기), 어리숙한 유이를 꼬시게 되고
이렇게 모인 네 사람이 새롭게 경음부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 만화는 아마 정상적인 루트(?)였다면 평생 볼 일이 없었을 만화였다.
하지만 마나님이 가르치는 제자 중 한명이
적극적으로 만화책 전질을 빌려줘서 보게 된 만화 케이온.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한 듯한 경음부라는 부서의 명칭이 좀 어색한데,
케이온이라는 제목이 일본어로 경음을 의미하는 말이라서
아마도 경음부라는 명칭을 그대로 쓴 것 같다.
우리 나라 말로 의역하자면 밴드부가 가장 적절할 듯.
케이온은 네컷을 기본으로, 짧은 내용들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인 내용을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이 만화를 통해서 고등학교 밴드부가 음악으로 세계를 제패하...
는 내용은 전혀 없다...-_-;
음악에 관한 내용도, 캐릭터 간의 갈등도, 숨막히는 긴장감도 없다.
이 만화의 내용은 고등학생에 입학한 네 사람이 경음부로 모였다가
졸업하고는 같은 대학에 진학하여 계속 밴드부를 한다...가 전부.
그렇다면 오! 나의 여신님 같은 화려한 그림체라도 있는 것일까...
...라고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없다.
평범한 네 컷의 연속에 화면 구도나 인물 배치, 컷 연출도 평범하고 심지어 그림체도 화려하다기보다는 평범하다.
뭐지?? 이 만화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 만화가 뭔가 굉장히 이질적이고 엉성한 구성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물론 치밀한 구성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아주 생소한 만화의 형식은 아니다.
케이온이라는 만화는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기승전결의 구도를 가지고 드라마를 보여주던 극형식의 만화보다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에피소드를 만화로 엮어낸 생활 웹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생활 웹툰이 주로 일기나 경험담을 바탕으로 그려졌다면 이 만화는 내용과 인물이 모두 허구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바로 생활 웹툰과 닮은 지점이 이 만화가 가진 평범함(혹은 허술함)을 매력으로 바꿔놓는다.
보통, 아니 내가 주로 보아오던 만화에서는 어떤 소재를 바탕으로 큰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만화에서는, 그들이 희망하는 것들에 대해 젊음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과
등장인물간의 대립과 갈등, 고민,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이나 사랑을 그려내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어왔다.
슬램덩크라던가, H2같은 만화는 독자들이 경험하지 못하거나 접하기 힘든 드라마를 보여줬다.
작가들은 컷의 배치라던가 화면 연출을 개성적으로 그려내서 이런 드라마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는 했다.
하지만 이 만화는 이런 구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밴드부를 하면서 경연대회를 나가는 것도 아니고, 프로에 데뷔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는 일년에 한번있는 학교 축제이고,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도 신입생 환영회와 축제가 전부다.
경음부 내에 팀이 많거나 같은 파트에 여러명이 존재해서 주전이 되려면 경쟁을 해야할 필요도 없다.
인물들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깊이가 얕고 갈등의 수준도 앞서의 만화에 비해 매우 미약하다.
또한 갈등의 해결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끌어올려지는 감정 또한 가볍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극적인 긴장 대신에 특별히 음악에 관한 지식이나 연주에 대한 기법 등을 소개하는 전문적인 내용도 없다.
(심지어 보고 있으면 이 만화의 소재가 밴드부인지 아니면 티타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_-;;)
한마디로 이 만화는 내용과 관련해서 독자들에게 단 한가지도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만화는 그냥 소소하고 평범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는 그 그냥 소소한 평범함이 이 만화가 갖는 장점 중 하나이다.
평범함은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강한 울림은 없지만 무난하고 편안하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다.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을 멈추고 쉬고 싶을 때, 별다른 생각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만화가 케이온이다.
이러한 편안함은 모든 상황을 동일한 비중으로 보여주 같은 크기의 네 컷과 긴장감이 없는 평이한 화면 구성도 한 몫 하고 있다.
긴장감이 없는 내용에 맞춰, 오버없이 그냥 가장 기본적인 연출만을 사용한 그림들은 쉽고 간단히 눈에 들어온다.
(사실..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너무 평범해서 나라도 이 정도는 그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정도...;;)
쉽게 만화책을 손에 들고, 보던 중간에 아무런 미련없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는 것이 이 만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까.
케이온은 이 평범함들 속에 캐릭터들의 강한 개성만을 남겨놓는다.
어리바리하고 독특한 감성의 유이, 다방면에서 뛰어나지만 부끄럼이 많은 마오,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그만큼의 허술함을 지닌 리츠, 그리고 남은 친구들의 바람을 가능하게 해주면서 평범함을 동경하는 무기.
물론 이 외에도 팔방미인인 유이의 동생 우이라던가, 츤데레 후배 아즈사와 내숭의 여왕인 사와 선생님같은 캐릭터들도 있다.
개성이 넘치는 이런 캐릭터들에게 작가가 별다른 드라마가 부여하지 않는게 아쉬울 수도 있지만,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별다른 드라마없이 캐릭터들만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스토리없이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를 별 생각없이(?) 즐기는 만화. 그것이 케이온이다.
케이온을 다 보고나서 이 책에 대한 내 첫 평가는, 이 책은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만화다, 였다.
우리가 보통 보는 만화가 드라마처럼 큰 줄기 속에서 갈등과 그 갈등의 해소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만화가 아니라,
런닝맨이나 일박이일처럼 매회 비슷한 컨셉 속에서 캐릭터들의 개성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로 재미를 주는 만화.
(물론 무한도전처럼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 속에서 큰 흐름을 이끌어내는 예능도 있지만...^^;;)
그래서 보고 있으면서도 다음 회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그냥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는 만화.
복잡한 세상사에 지쳐있을 때 잠시 쉬어가듯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함이 이 만화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모든 TV 프로그램이 잘 짜여진 극이 아닌 것처럼, 한번쯤은 이런 사소함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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