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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본문

감상과 비평/애니

애니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피터팬☞ 2023. 1. 1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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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픈 가족사를 경험한 북산의 포인트 가드 송태섭.

평탄하지 않은 삶 속에서 그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준 것은 농구였다.

전국 대회에 올라가서 맞붙는 이번 상대는 전국 최고라는 산왕공업 고등학교다.

강한 상대에게 주눅 들지 않고 시작했지만, 과연 최강 산왕을 이길 수 있을까.

채치수, 정대만, 서태웅 그리고 강백호와 함께 한번 덤벼보는 거다.

 

마지막으로 애니 관련 리뷰를 쓴 것이 10년 전이다. ㅋ

10년 동안 애니메이션을 전혀 안 본 것은 아니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작품도 꽤 있었는데,

결국 쓰지 않고 버텨오던(?) 상황을 바꾼 작품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되었다.

그만큼 원작 팬에게는 멋진 선물이었고, 신규 팬들에게도 슬램덩크의 멋짐을 전달할 만한 작품이다.

 

애니는 원작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졌던 송태섭(일본명 : 미야기 료타)을 중심에 놓고 진행된다.

그러고 보면 원래 송태섭은 다른 주요 인물들에 비해서 드라마가 좀 적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슬램덩크의 특징 중에 하나가 인물들의 소소한 이야기보다는 농구 자체에 집중하기는 하고,

주인공 강백호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만화 자체에서 많이 다루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과 열정으로 실력이 상승하는 배경을 보여준 채치수의 이야기나,

화려했던 과거와 부상으로 인한 좌절과 방황을 딛고 일어서는 정대만과 같이 드라마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송태섭의 드라마는 사실 송태섭 자체의 것이라기보다는 정대만과 얽혀있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강백호는 완벽한 농구 초짜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줬고

서태웅은 그에 대한 라이벌 포지션 자리에서 강백호와 비교되면서 확고한 위치를 잡았는데

송태섭은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는 채치수나 정대만보다 약하고

인물 비중 면에서는 강백호나 서태웅에 한참 부족한, 애매한 포지션이지 않았나 한다.

기억에 가장 남는 배경이라고 해봐야 농구부 매니저 한나를 좋아하는 것 정도?

그런 면에서 이번 극장판의 이야기 중심에 송태섭을 놓은 것은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 내 평가다.

이 극장판은 단순히 슬램덩크 원작의 감동을 최신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느껴보자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산 주전 5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면이 있다는 것.

(이번 극장판을 통해 송태섭은 자신의 매력(?)을 다른 인물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극장판은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감히 충고하고 싶을 정도다.

 

다만... 굳이 억지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개인사적인 배경이 많이 안 드러난 캐릭터들을 따져보면 사실 서태웅도 만만찮은데...

아니, 더 베일에 가려졌으면 가려졌지, 결코 덜 하지 않은 캐릭터인데 서태웅 이야기는 왜 없냐... 

(기본적으로 인기 많고 경기 중에 드라마가 많으니까 개인사적 드라마는 참으라는 거냐... 흥, 칫, 뿡.)

내가 서태웅 팬이라서 괜히 억까 하나 얹었다. ^^;ㅋ

 

작품의 이야기와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서도 이 작품은 매우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매우 잘 옮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만화책 슬램덩크를 매우 좋아하는데, TV판 슬램덩크는 매우 싫어한다.'-';

나는 만화와 만화영화의 문법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본다.

워낙에 팬도 많고, 구성과 진행이 잘 짜여진 원작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부정적 의견도 수긍한다.

원작의 내용과 연출을 그대로 동화로 바꾸고 목소리를 입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하지만 슬램덩크 만화책으로 생생하게 전해지던 농구의 스피디함, 박진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연출은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다.

원작 존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만화 내용의 모든 부분을 그대로 옮기려는 듯한 시도도 어처구니없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쓸데없는 슬로우 장면과 짧게 처리해도 되는 대사들을 굳이 (심지어 늘려서?) 꾸역꾸역 담아내다니...-_-;)

시간을 컷(칸)으로 컨트롤하는 예술인 만화책과 시간의 흐름을 고려해야 하는 만화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TV판 슬램덩크는 그냥 만화책을 만화영화로 그저 옮겨버린 것에 그쳤다고, 나는 평가한다.

그래서 TV판은 시청하기에 지겨웠고, 그걸 볼 시간에 차라리 만화책을 여러 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런 TV판의 아쉽고 부족한 지점에 대한 우려를 완벽하게 지우고도 남는다.

원작자이자 감독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전체적 역량은 내가 평가할 수는 없지만,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에 높아서인지 중간중간 차분한 회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의 현장 분위기가 아주 잘 살아있다.

송태섭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원작에 나왔던 중요한 회상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전부 다 나오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서태웅과 안 선생님의 유학 이야기와 강백호가 부상을 당하고 나서 채소연에게 말하는 부분인데,

서태웅의 이야기가 너무 많이 빠진 것은 나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강백호의 대사는 이야기의 중심이 송태섭인 것과,

그 대사의 의미를 알려면 강백호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시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는 갔다.

물론 원작의 팬들 중에는 이런 빠진 부분이 많이 아쉬울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몇몇 부분을 과감하게 제외하고, 다른 장면에 집중한 결과

경기 자체의 긴장감과 스피디함은 잘 살아났고, 작품 자체의 퀄리티도 더 올라갔다고 말할 수 있다.

 

추가적인 감상으로는, 다양한 카메라 워크에도 작붕이 없는 카툰 랜더링 방식으로 디자인된 CG 캐릭터들이 상당히 괜찮았고,

움직임도 꽤 자연스러워서, 슬램덩크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의 저패니메이션이 기대되는 면도 있었다.

아, 그런데 중간중간 어쩐지 게임 속 데모를 보는 듯한 느낌의 장면도 몇몇 있었다.

왜 똑같은 캐릭터에 스킨만 다르게 해서 복사해넣은 듯한 그런 느낌... 뭔지 제대로 전달이 될까...;;;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야기, 연출, 기술력 등등 정말 여러모로 괜찮았고, 만족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이 나의 최종 평가.

 

그동안 굳이 안 쓰던 애니 리뷰를 쓴 요점은 이거다.

봐라.

팬이라면 두 번, 아니 세 번이라도 봐라.

그리고 세컨드 슬램덩크를 간절히 바래보자. ㅎㅎㅎ

(물론 작가이자 감독인 이노우에 다케히코 사마는 그렇게 안 하실 가능성이 높지만...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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