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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가발 [원신연]

☜피터팬☞ 2005. 9. 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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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은 동생 수현.
언니인 지현은 그 사실을 동생에게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퇴원 축하 선물로 가발을 선물한다.
동생은 그 가발을 쓰면서부터 점점 더 변해가고,
그 가발이 평범하지 않음을 눈치챈 지현은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튼간에 감독이 그냥 대충 찍어볼 생각은 아니었음은 인정해야겠다.
간단한 스토리 위에 영상과 연출로 승부하려고 내놓은 다른 공포 영화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나름대로 드라마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 것 같기는 하다.
그랬기 때문에 그나마 독특한 공포 영화라는 나름의 평을 듣기는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만의 특색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영화에 깔려있는 수많은 코드들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먼저 시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가발은 상당히 좋은 소재였음은 분명하다.
영화의 재미를 떠나서 나는 가발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 지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으니까.
이러한 공포의 코드는 링 이후에 많은 공포 영화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
즉 '평범한 일상'이 어느 순간 '괴이한 이상'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울 수 있는가에 대한 또다른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가발이라는 소재까지는 좋았지만, 그 소재를 끌어가는 이야기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야기가 너무 난잡하게 흘러간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남자 친구의 과거, 동생과 언니 사이의 미묘한 감정,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가발은
그 관계가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을 뒤바꿔버린다.
그 순간부터 이 이야기는 공포가 아닌 드라마가 되어버리고, 영화는 균형감각을 잃는다.
가발이라는 소재 자체가 주던 공포는 결국 언니와 옛 애인이자 동생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대립으로 변한다.
아름다움, 혹은 어떤 물건에 대한 집착이 나중에는 사랑에 대한 원한으로 넘어갔다고 할까?
남자 친구의 불분명한 태도가 아마 그런 부분을 더욱 강화시킨 것 같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자매들이지만, 가발과 관련해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남자 친구는 그 위치의 중요성에 비해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않는다.

결국 그러한 분위기의 변화는 막판에 아쉬움과 슬픔을 남기게 하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러한 변화가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해친 듯 하다.
'언니, 나 머리가 자라는 것 같아...'라는 이 영화의 대표적인 대사는 모호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어쩌면 감독은 그것을 노렸는 지도 모르겠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그 변화가 아마 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일종의 반전을 이끌어낸 것이기는 하겠으나...
그 반전 자체가 영화 처음과 비교해서 좀 쌩뚱맞다고 해야할까??-_-;
그게 아니면 반전이 내게 별다른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 했다고 해야할까?

시간을 두고 좀 더 천천히 뜯어보면 뭔가 다른 것을 건질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올 해 무척 기대하고 있던 영화인 이 '가발'은 내게 별다른 감흥도, 별다른 느낌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내가 좋아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린 것도 아니었고..-_-;
좀 더 잘 만들 수 있었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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