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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피터팬☞ 2005. 8. 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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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유괴 사건으로 세상에 악명을 떨친 스무살의 금자씨.
13년간의 복역 생활 속에서 그녀는 "친절한 금자씨"로 불린다.
그리고 그녀가 출소하면서부터.
그녀의 진정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말 착하게 살고 싶었답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관심을 무척 끌었던 영화.
나는 복수 시리즈 중에서 "복수는 나의 것"을 보지않았다.
그러나 그의 나머지 두 작품으로 판단해 보건데,
그는 다양한 "복수"의 모습과, 그 안에서 수많은 인간군상을 그려내고 있는 듯 하다.
"올드 보이"에서 한 사람의 처절한 집념과 복수,
그리고 그 복수의 완성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번 "친절한 금자씨"에서 보여지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금자씨는 정말 친절한 여성이다.
우리가 흔히 "친절한"이라는 형용사를 쓸 때에는, 곤란한 지경의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이다.
노인들에게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한다거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에게 손을 빌려준다거나.
그렇다. 금자씨는 제목 그대로 무척 "친절한"사람이다.
그녀의 친절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 혹은 그들이 바라는 일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증명된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복수를 할 때에도, 그 결정적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그리고 그들에게 베푼 친절은 다시 그녀가 하는 일들에 도움을 준다.
어쩌면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친절한 것 것 같다.
자신이 도움을 받은만큼 그녀에게 다시 베풀어주는 것도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친절한"이란 형용사의 이중적인 면을 보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그녀의 친절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파멸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이 파멸을 결코 거부하거나 싫어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우리는 그 파멸을 지켜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까지 한다.
그녀가 베푸는 친절은 곽객에게도 전염되며, 우리는 한 인간을 무자비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법이 있고 정해진 규칙이 있더라도, 우리는 자신이 당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갚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악한이 당하는 모습은 그 방법이 아무리 잔인하고 끔찍하더라도, 그 모습 속에서 은근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어쩌면 박찬욱은 곽객에게 이런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고 싶었던 걸까??)

그녀는 영화의 마지막에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던 복수를 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지어진 것처럼 보여졌음에도 만족하는 모습을 볼 순 없다.
이것은 아마 올드 보이의 마지막에 유지태가 보여준 모습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또한 최민식에 대한 복수가 끝난 후에 보여지는 유족들의 모습 역시도..
그들이 진정으로 복수를 바랬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한다.
복수가 아무리 간절하고, 또한 그것을 통해 어떤 기쁨이나 희열을 느끼더라도,
결국은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감독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그 어떤 방식의 복수를 통해서라도, 우리가 느낀 감정 혹은 구원은 그런 것을 통해서는 이뤄질 수 없음을 말하는가?


영화는 전반적으로 변함없는 템포로 진행되어 오히려 약간은 지루함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박찬욱만의 색깔들...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이영애의 말을 감정까지 실어 통역해주는 최민식의 모습이나,
나레이터를 통해 전해지는 금자의 생각들과 등장 인물들의 여러 이야기들은 이런 지루한 템포를 약간은 잊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상업 영화 감독이라고 밝힌 그가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히 드러내는 점은 멋지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색깔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 것 같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악마적 속성.
친절함으로 위장한 우리 내면의 잔인한 모습을 금자씨를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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