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영화 - 킹콩 [피터 잭슨]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킹콩 [피터 잭슨]

☜피터팬☞ 2006. 1. 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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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시기의 미국.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과의 불화 때문에
영화 감독 칼 덴험은 몰래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다.
영화를 찍으러 떠나기 전 그는
거리에서 무명의 코미디 배우인 앤 대로우를 만나고,
시나리오 작가인 잭 드리스콜과 함께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섬으로 영화를 찍으러 떠난다.

'스케일이 큰 영화'하면 떠오르는 감독의 대표는
얼마 전까지 제임스 카메론이었다.
그의 손을 거친 영화들은
여지없이 엄청난 스케일의 영화였고,
그는 그것을 너무나 웅장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하곤 했다.
터미네이터 1, 2가 그랬고, 에일리언 2가 그랬으며,
그의 대표작인 타이타닉이 그랬다.
이제 거대 스케일을 잘 찍는 감독 대표에
한명을 더 추가해야한다.


"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에서 엄청난 스케일의 영화를 무리없이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번에 다시금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를 엄청난 명작으로 만들어냈다.
한가지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피터 잭슨과 제임스 카메론의 '큰 것'에 대한 애정이 조금 다르다는 것.
제임스 카메론이 전체적인 규모에서 거대함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비해서,
피터 잭슨은 순수하게 거대한 것 자체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평론가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을 가르켜 우리를 신화의 세계로 이끈다고 했다.
신화의 세계에서 보여지는 인간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의 거대함은
제임스 카메론이 보여주는 대규모의 전투신과 같은 거대함과는 다르다.
피터 잭슨은 우리에게 거대한 성과 절벽을 온통 깍아 만든 조형물과 같은,
'순수한 거대함'에 집중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물론, 제임스 카메론도 타이타닉과 같은 것도 보여주고, 피터 잭슨도 거대한 전투신을 보여준다..^^;)

킹콩은, 이러한 순수한 거대함에 대한 그의 관심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그 세계는 반지의 제왕과 같이 감히 인간은 접근할 수도 없는 신화적 세계 그 자체였다.
(내가 신화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이런 영화에 종종 압도당한다.)

괴수물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이 킹콩은 엄밀하게 말해서 멜로 영화이다.
공룡과 킹콩이 잔인하게 싸우고, 곤충들이 사람을 공격하고, 비행기가 정신없이 날아다니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고민해봐도 멜로 영화이다.'-'
그 이유가 궁금한가??
우리는 간혹 포르노에 가까운 애정 행각을 묘사한 영화들을 접할 수 있다.
혹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을 하는 -이를테면 서로 때린다던가- 연인들에 대한 영화를 볼 수 있다.
불륜이나 동성애에 관한 영화들도 어렵지않게 등장한다.
이런 영화들 속에서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씩은 다를 지언정 그 줄기는 같다.

"이해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이런 것도 사랑이다."

동물과 인간의 사랑. 야수와 미녀의 사랑.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며, 슬픈 사랑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사랑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가슴을 두드리는 킹콩의 모습이나,
킹콩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명대사 "사랑때문에 죽은 거죠."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눈물짓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슬픈 사랑의 감정이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비극적인 사랑의 감정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킹콩과 앤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랑이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뛰어난 감각 덕분이다.
사실 킹콩과 앤이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고답적이다.
무시무시한 괴수. 그리고 그 괴수의 제물.
그러나 그 괴수는 알고보니 외로웠을 뿐이었고,
특별히 인간을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이었다.
킹콩이 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은,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물론, 나오미 와츠는 충분히 예쁘지만, 킹콩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 지는 의문이다..ㅎㅎ)
그녀가 자신을 즐겁게 해줬고, 그 전의 여자들과는 달리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렉스에게 쫓기던 앤을 구해주고 그녀를 보살펴주는 킹콩.

자, 이쯤되면, 고전 동화인 미녀와 야수의 컨셉도 보이고,
고전 영화의 뻔한 패턴인 악당의 손에서 여주인공을 구해내는 전통적인 주인공의 모습도 보인다.
아니, 대체 이게 언제적 수법인데 21세기나 되는 지금에서도 써먹는 거지??라고 물으신다면..-ㅂ-
먼저, 이 영화는 1933년의 리메이크 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
물론, 작가 나름의 손질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33년판 킹콩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실, 멜로 영화나 로맨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 사실 아니던가.
서로 잘 모르던 두 남녀. 서로를 알게 되어가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
그리고 질투와 연민, 갈등.... 그리고 다시금 확인되는 서로에 대한 사랑...
이건 1933년 영화 뿐만 아니라 2005년의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얼마나 신선하고 관객의 취향에 맞게 그려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고,
지루하지 않으면서 다음 과정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결론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바로 그 점이 이 킹콩이 대단한 점이다.
과정 자체가 신선하지도, 그렇다고 소재 자체가 참신하지도 않지만,
감독은 충분한 볼거리와 이야기의 템포를 조절하는 것으로 이 지루한 컨셉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은 우리에게 이런 고답적인 컨셉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너무나 식상하고 뻔한 전개를 결코 그런 느낌이 들지않게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야기꾼의 재주이며, 피터 잭슨 감독을 천재라 불러도 전혀 과하지 않은 이유이다.

피터 잭슨의 재기넘치는 부분에 대해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내가 네이버에서 영화 이미지를 찾다가 네이버 영화해설자인 홍성진 씨의 글에서 찾은 것이다.
영화의 초반에 칼 덴험이 해골섬으로 가기 위해 도망가면서 택시에서 대화를 나누는 씬이 있다.
그 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여배우들을 묻는데,
페이 레이는 RKO랑 영화를 찍기로 해서 이 영화를 찍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부분은 순전히 킹콩의 올드 팬을 위한 것이며, 피터 잭슨 자신의 킹콩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1933년 판 킹콩의 여주인공이 바로 페이 레이이며, 그 영화의 제작사가 바로 RKO이다.
-ㅂ-)d 피터 잭슨. 당신 정말 원츄~!!!


영화 중간에 킹콩을 사로잡은 칼 덴험을 향해 드리스콜은 한마디를 던진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파괴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칼 덴험과 킹콩은 서로 극과 극에 서 있는 인물인 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킹콩과 너무나 사랑하면서 그것을 파괴하는 덴험.
너무나 고답적이고 어쩌면 교과서처럼 느껴지는 이 영화가 왜 그렇게 가슴에 와 닿는지 그것을 알지못한다면...
그것은 사랑을 해본 사람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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