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3일 수요일 날씨 맑음. vespene gas has depleped

닥터 슬럼프의 아라레는 거의 무적의 캐릭터였다.
드래곤 볼에도 잠깐 등장했던 그녀는 손오공보다 더 강하게 보이기도 했다.
(비록 당시의 손오공이 어리긴 했지만...)
하지만, 그녀도 로보비타A를 제 때 섭취하지 못하면 움직이지 못하는 고철로 변해버리고 만다.

만화책으로 접해본 짱가는 열을 통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짱가가 움직이게 된 것도 짱가를 만들고 벽난로 옆에 두었기 때문이다.
짱가를 없애버리기 위해 후지산에 쳐박은 괴수는 곧 자신의 실수를 목숨으로 갚아야했다.
짱가가 추운 지역에서 어떻게 싸웠는 지는 안타깝게도 볼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열은 그의 에너지원이었다.

메칸더V는 우리 나라 TV판에서는 원자력 에너지로 움직인다는 설정이었다.
에너지를 어떻게 얻는 지는 정확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암튼 엄청난 에너지였던 것은 분명한데
메칸더가 활동을 시작하면 적들은 메칸더의 에너지를 감지해서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기에 먼 거리에서 쏘는 미사일이 추적할 수 있었을까.

철인28호는 태양에너지로 움직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철인은 무기라고는 맨 몸 뿐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수많은 무기를 장착한 적 로봇을 잘도 때려눕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주인공 아버지인 과학자가 만든 태양에너지 덕분.
비록 그 과학자는 태양에너지 기술을 노린 적들에게 죽음을 당하지만.

마징가Z의 마스코트이자, 슈로대에서는 자폭밖에 쓸게 없어 난 전혀 쓰지 않았던 캐릭터인 대장로봇은 인력(?)으로 움직인다.
로봇의 안 쪽에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자가 발전기가 있는데,
그것을 대장의 따까리들이 죽어라 밟아서 동력을 만들어낸다.
로봇 자체의 성격도 그렇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인간적인 면이 없잖아 있는 로봇이긴 하다.

어떤 의미에서 에바는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에바는 기지와 직접 연결되는 전기선을 통해서 에너지를 공급받았고, 그 에너지는 에바의 폭주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다.
슈로대에서도 에바는 그 전기선의 길이만큼 행동반경에 제약을 받았다.
만약 전기선이 끊어진 상태에서 몇 턴이 지나면 에바는 폭주하게 되고, 폭주가 시작되면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

(비록 자신의 만화 속에서지만) 무적이라고 하는 로봇이라도 에너지가 없으면 별 볼 일 없는 깡통이다.
만화에서 로봇의 에너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그닥 많지않다.
로봇 만화에서 에너지가 없어서 활약하지 못하는 경우보다는 심하게, 혹은 전부 파괴되어 활약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메칸더V도 적의 미사일이 무서워서 전투가 끝나자마자 원자력 에너지를 중지시켰던 것이지 결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요즘같이 화석 연료의 고갈이 눈 앞에 보이는 시점에서는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물론, 로봇 중에 석유나 석탄으로 움직이는 로봇은 없었다. 당연하지. 자동차처럼 주유기를 꼽고 있는 로봇이라니.. 뭔가 뽀다가 안 나잖아.)
에너지는 당연스럽게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많은 로봇들의 활약은 근본적으로 올라가면 아무도 고민하지 않았던 그 에너지 덕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내게는 이 당연한 에너지가 최근 심하게 부족하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교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인데,
지금 이곳에서는 전혀 그런 것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을만큼의 시간을 벌어내지 못한다.
내 웹 상의 교류 공간도 이제 별로 자유롭게 접할 시간이 없다.
답답하고, 무기력하고, 피곤하고...
즐겨보는 e-sports인 스타에서도 해설자들은 자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를 통해 게임의 우세를 점치는데...
젠장.
'vespene gas has depleped'
경고문이 뜬지는 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이제 비축해둔 에너지도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도 하다.
GG치고 나와버릴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