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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Kids Return [기타노 다케시]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Kids Return [기타노 다케시]

☜피터팬☞ 2004. 9. 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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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두 사람을 만난다.
신지와 마사루.
어렵게 찾아낼 것도 없다. 이런 사람들 흔히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있을 테니까.
비젼도 없고, 목표도 없고, 꿈도 없이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은 이런 젊은이들.
선생님한테 장난이나 치고, 지나가는 애들 돈이나 삥뜯는 그런 할일 없는 청춘.
아무튼. 그 두 사람.

그 두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인생에서 할만한 것을 찾아낸다.
신지는 권투 선수로 점점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었고,
마사루는 야쿠자로 조직 내에서 중간 보스 정도의 위치를 잡아낸다.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길을 달려가기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신지와 마사루는 젊음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물론 신지는 권투에 대한 재능이 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젊다. 하지만, 아무런 비젼도 없고, 목표도 없이 그저 내키는대로 시작하고, 마음대로 결정해버린다.
신지가 권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마사루가 야쿠자가 된 계기도 그들이 그것을 원하고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혹은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니까.. 하는 식의 우발적인 요소로 이뤄진 것이다..-_-
어쨌든 문제아에다가 별다른 비젼도 없이 살아가던 인생이다.
무언가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전환점이다.
그들은 그 안에서 승승장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점점 더 높게, 한 단계, 한 단계 지속적으로.
하지만 스스로 만들지 않은 길은 결국엔 무너지게 되어있는 모양이다.
신지는 불량한 선배와 어울리다가 타이틀 결정전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마사루는 말실수로 조직의 윗분들에게 찍히고 출소한 중간보스에게 린치를 당한 후 조직에서 쫓겨난다.

스스로 비젼을 가지고 차분히, 그리고 조금씩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진부하고 당연한 진리를 감독은 빼놓지 않는다.
이 영화 속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만담가로 성공한 두 사람 뿐이다.
이들의 착실하고도 꾸준한 모습은 영화를 통해 조금씩 비춰지면서, 세상에선 역시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기 더 쉽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또 한 사람의 친구는, 자신의 목표없이 남들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결국엔 젊은 부인과 어린 자식을 남기고 불의의 사고로 죽고만다.
그리고 마사루와 신지 또한 우연히 시작한 일들에서 재능을 보이며,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붙잡을 수 있을 듯 보였지만,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주저앉고 만다.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신지와 마사루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꾸준하고 차분히,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관리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이상의 목표를 위해서 자신이 해야할 것이 무엇인 지, 참아야할 고통이 무엇인 지 따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주저앉은 이 두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 거지? 기타노 다케시는??
어째서 성공한 만담가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 않고, 실패한, 그래서 이젠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신지와 마사루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거지?

영화가 끝날 무렵 다시 고등학생 때처럼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두 사람이 비춰진다.
그리고 그 옛날처럼 교실에서는 그 때의 그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변한 것은 나이를 먹은 사람들의 모습 뿐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두 사람은 이야기한다....


"우리 이제 끝난건가요?"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이 영화는 성공한 사람들의 영화가 아니다. 실패한 사람들의 영화다.
꾸준하고 차분한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무작정 뛰어들어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영화다.
자신을 다스리고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그들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어쨌든 그들은 아직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더 많을 젊은이니까.
기타노 다케시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 번의 실패가 끝이 아니라고... 젊은 날의 실패가 끝이 아니라고...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할 테니까. 나도. 그리고 당신도.
그러나 끝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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