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문제는 비키니가 아니라 그 비키니를 소화하는 방법이다 - 정봉주 석방 비키니 시위와 관련해서(추가) 본문
논란의 시초가 된 정봉주 석방 비키니 시위 사진
※최초의 글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글의 내용을 추가합니다. 밑줄친 부분이 추가된 부분입니다.(2012.03.05)
논란을 폭발시킨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란 글. <--- 클릭
원문을 찾을 수 없어서 다른 블로거가 퍼간 글을 링크합니다.
비키니 시위와 관련해서 오마이 뉴스에서 벌어진 기사 논쟁.
나꼼수 옹호 측 <--- 클릭
나꼼수 비판 측 <--- 클릭
간략하게 위의 상황을 정리하자면...
정봉주 수감 후 나꼼수에서 "정봉주가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수영복 사진을 보내달라"는 멘트를 했고,
이후에 정봉주 석방을 촉구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한 지지자가 비키니를 입고 석방 촉구 글을 가슴에 쓴 사진을 올렸다.
아마 여기까지가 사건의 전부였다면 이후에 일어난 각종 논쟁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 부분까지는 아무런 태클을 걸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에 특정한 규칙은 없고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방법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올린 사진이 올누드였다고 한대도 나는 특별히 문제삼고 싶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위에 링크를 걸어놓은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란 글을 보면 비키니 시위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 같지만,
사실 드러내고 싶은 내용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진보라고 알려진 이들의 마초성일 것이다.
나는 시위 자체까지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고, 내가 시비를 걸고 싶은 건 이후에 이 시위를 소비하는 행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진우 기자의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일 것이다.
주진우 기자의 저 멘트는 가슴 응원사진에서 강조되는 것은 결국 코피라는 걸,
그리고 그것은 성적인 자극에 대한 남성의 반응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멘트는 나꼼수가 가진 젠더의 영역이 드러나는 부분이며,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시위가 아니라 여성의 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인간에 대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진보 진영의 스탠스가 아니라고 본다.
바로 그 자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많은 글 속에서 내가 지적한 이 부분을 명쾌하게 보여준 글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글도 많다.
대부분 나꼼수 옹호의 입장은 지금 내가 지적한 이 부분을 전혀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했느냐하는 것인데...
이 시위를 옹호하는 측의 대체적인 변론을 보면
가슴이 아니라 멘트를 봐라거나 언제부터 나꼼수가 진지했다고 이런 걸로 시비냐
개인적으로 가장 어이없었던 건 이런 시비는 저쪽 진영(보수)가 좋아할 일이니 그만두자, 내부의 적이냐는 것.
1. 가슴이 아니라 멘트를 봐라라는 주장은 의도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변론인데...
사실 대부분의 성희롱 사건에서 성희롱의 가해자가 주장하는 변론 근거가 바로 그거다, 의도.
칭찬하려는 의도였다, 혹은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다는 성희롱의 시비에서 가해자측의 단골 메뉴라는 거지.
그렇다고 이번 시위가 나꼼수 측이 유도한 성희롱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중요한 건 불쾌감을 느낄 충분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건 시위 사진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자꾸 의도의 순수성을 강조하지말자.
의도가 순수해도 나쁜 결과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거기에는 최소한 도의적 책임이라도 느껴야 한다. 최소한말이지.
2. 언제부터 나꼼수가 진지했냐 왜 여기서 시비냐라는 주장은
김어준이 이야기한 진보에게 엄숙을 강요하지 말라는 말을 근거로 주장을 펼친다.
같은 식으로 김어준이 한 말을 빌려오자면 "태도가 곧 메시지다"
나꼼수는 진영의 영역에서 보면 진보에 있었고, 권력의 관계에서 보면 피지배계층이다.
그들이 권력층의 반대쪽에 서서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있는 건 단지 투표권 뿐인) 사람들의 입장을 대신해서
시원하게 욕을 하고 그들의 구린 면을 들춰내고 까발리고 창피하게 했기 때문에 좋아한 것이다.
옛날로 치면 저작거리에서 광대들이, 일반 농민이나 백성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광대들이
높으신 나랏님을 까고 양반들의 허위성을 폭로하면서 지지를 받고 인기를 얻은 것과 비슷하다는 거지.
(물론 나꼼수의 멤버들이 옛날의 광대들과 같지는 않다. 그들은 충분히 능력남이다.)
나꼼수의 인기는 단순히 비속어가 난무하고 욕설이 섞인 멘트들 때문이 아니라는 거다.
만약에 나꼼수가 그런 욕설과 비속어를 권력계층이 아닌 일반사람들에게 던졌다고 생각해보라.
광대들이 그들의 공연을 보아주는 농민이나 서민들을 조롱했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나꼼수의 인기는 형식타파와 같은 외적인 요소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약한 편, 낮은 편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가 더 타당할 듯 싶다.
그런데 이번엔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젠더의 위치에서 여성을 대상화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거지.
나꼼수는 같은 편, 낮은 편, 약자의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젠더의 문제에서는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준 거다.
그래서 위의 "...치어리더..."와 같은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는게 이상하거나 오버스럽게 보여지진 않는다.
다만 정치의 영역에서 진보인 사람이 젠더의 영역에서 왜 안 그러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는 스킵하자.
3. 가장 어이없는 주장인 이런 걸로 보수신문에서 까대기 시작하는데 왜 공론화시키느냐는 주장인데...
이건 김어준이 "닥치고 정치"에서 이야기한 보수 진영의 태도인 조폭논리랑 같은 거 아닌가.
공론화, 담론화는 필요하고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도덕성을 논하는게 아니라 잘못한 걸 인정하고 가자는게 그리도 큰 문제가 되는가.
나는 이번 논란이 나꼼수측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비키니 시위 사진을 올린 사람까지 나서서 나는 아무런 불쾌감도 못 느끼니 논쟁은 그만하라는 글까지 올렸는데,
이제 문제는 사진을 올린 사람의 불쾌감이 문제가 아니라 나꼼수를 듣던 여성들의 불쾌감으로 넘어갔다.
개인적으로는 나꼼수가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으면 하는데,
오늘 찾아본 기사를 보면 사과는 애매했고, 사과하면서 나왔던 말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물학적 완성도 어쩌구 하면서 말이지.-_-; 읽으면서 확실히 김어준스럽다는 생각은 들더군.
확실히 그들은 B급의 문화를 전면에 내걸고 있긴 하다.
그에 따른 파장 역시 나꼼수가 감당해야할 몫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그 두 부분, 즉 정치와 젠더의 영역을 좀 구분지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나꼼수는 정치의 영역에서는 진보측에 속할 지라도 젠더의 영역에서는 진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그 스스로도 이미 자신은 마초라고 선언하고 있으니 말이다.
애초에 그들이 보여준 태도는 정치적 영역에서였으니, 굳이 젠더의 영역에서도 진보적 자세를 기대하진 말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꼼수도 시사정치 프로였던만큼 젠더를 드러내는 말은 삼가하는 편이 좋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그렇지 않으면 "...치어리더..."가 말한 것처럼 이제 진보적 여성들이 나꼼수를 거부하는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꼼수에게 도덕적 엄숙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이 "가카"였으니 그냥 계속 "가카"에게만 신경을 쓰라는 거지.
그들이 조롱하고 소비하는 대상인 권력층, 딱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그래서 이런 논쟁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쩝... 하지만 일단 이번 논쟁부터가 그리 간단히 정리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라서...-ㅅ-;
이번 논란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마무리하자면, 나꼼수는 B급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B급적 태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마치 연예인들처럼, 관점에 따라서는 권력이라 부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시점에 문제가 터진 상황이다.
이번에 많은 여성들이 느꼈던 불쾌감과 분노의 방향은,
단순히 비키니 사진을 올려달라고 하고 거기에 누군가가 호응하여 사진을 올린 것에 향하지 않는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여기까지는 좀 너그럽게 봐주고 싶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런 호응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이것은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고 동등하게 대우하는, 같은 인간으로써 존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는 진보의 가치를
진보를 표방하는 나꼼수가 정면으로 위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현재 가장 영향력을 가진 든든한 우군이었던 나꼼수에게 느낀 배신감이 이번 논란에서 가장 큰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나꼼수에게 그동안 그들이 취해온 태도를 버리라거나 조심하라는 것은 방향을 잘못잡은 거다.
나꼼수의 영역은 어디까지나 정치 영역이었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는 계속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나꼼수는 젠더의 영역에서 권력을 가진 측에 속하고 그들 역시 그런 부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테니,
되도록이면 나꼼수가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생물학적 완성도에 대한 논의는 그들끼리 하고 말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전공분야를 넘어서는 영역에까지 나꼼수적 모습을 기대하는 건 아니니까.
그것은 투표와 같은 공인된 권력은 아닐지라도 이미 나꼼수는 분명한 힘을 가진 위치이기 때문이고,
그 힘은 바로 나꼼수를 즐겨듣고 좋아하는 사람들로 부터 나온 것인만큼, 그들에게 상처주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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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나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더 관심있는 분들만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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