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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탐구/칼럼

반값등록금 집회가 지나고...

☜피터팬☞ 2011. 6. 2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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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열렸던 청계광장에 들어가기 전...

 2011년 6월 10일 청계광장에서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3개월만에 다시 촛불을 들기위해 청계광장으로 향했다.
 청계광장은 너무 좁아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엔 무척 좋지않았다.
 고개만 돌리면 바로 광화문 광장이 보였는데 그 넓은 광장은 경찰들의 집합소로만 이용되거나
 서울시장의 자기 입맛에 맞는 행사에만 사용될 수 있는 모양이다.

청계광장으로 향하다 만난 기독청년학생회의 모임. 이런 모습이 예수님이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행사가 열리기 전의 이벤트도 있었던 것 같다. 사진 속의 춘리양은 며칠 후 TV에도 나오더라. 그쪽에서 유명인인 듯.


 메인으로 열리는 행사 전에 각종 퍼포먼스가 청계광장에서 열리고 있었다.
 광장 주변에는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서 여러 단체가 자체적인 모임을 갖는 모습도 보였다.
 보수단체들도 자기들끼리 뭔가 모임을 가졌던 것 같다.
 직접 모이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행사가 진행 중일 때 우리 주위를 돌면서 구호를 외치는 걸 들었으니까.ㅋ
 이런 것들이 반값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대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문제의 중심에 놓여있는 수많은 대학생들을 청계광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느끼는 문제의 절실함을 넘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모습이 나에겐 참 멋지게 보였다.
 이렇게 모인 작은 목소리들이 큰 목소리가 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해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

대학생 뿐만 아니라 예비 대학생들도 모였다. 고등학생들도 반값 등록금을 위해 집회에 참석. 사진에는 제대로 안 나왔지만 피켓에는 '청소년도 반값 등록금을 원한다'고 써있었다.

 
 나는 집회에 혼자 참석했지만 우연히 주변에 있는 대학생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잡았다.
 한양대 학생들이었는데 문과였음에도 등록금이 500만원 가까이 되더라.
 어처구니없는 금액이다...-ㅅ-;

각 대학 모임을 비롯해서 많은 시민 사회 단체들이 함께 해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군중들... 역시 너무 좁은 곳이었어.


 각 대학을 대표해서 나온 학생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함께 해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체 이름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여성 비정규노동자 단체에서 무료로 주먹밥을 나눠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며 주먹밥을 나눠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정당한 집회를 이렇게 방해하는 근거가 뭐냐.

 
 조금씩 날이 어두워지고 촛불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내 손에서 켜진 촛불. 내 촛불이 꺼져도 우리 마음의 촛불은 계속되리...

 

촛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드디어 행사의 시작! 가슴이 뛰었다.

 

 행사는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히 진행되었다.
 행사가 한창일 무렵 보수 단체가 촛불 행사 주위를 돌며 확성기로 "너희들이 거지냐"라는 소리를 해대며 행진했다.
 내 주변에선 큰 충돌은 없었고.. 다음 날 뉴스를 봐도 그들과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모든 행사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ㅋ
 그들이 싫더라도... 그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 막아서는 안 되는 일.

나는 일쪽 돌아갔고, 사람들도 하나, 둘 흩어졌지만 모인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메인 행사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모임의 끝자락에는 자신들의 행사로 채워지고 있었다.

 

안녕, 촛불....


 몇년 전만 해도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소식 중 하나는 대입과 관련된 뉴스였다.
 입시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참 벌어지고 과열된 사교육에 대한 비판이 감초처럼 따라다녔다.
 어머니가 교직에 계셔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집 식구들은 가끔 입시 문제의 해법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지금은 동생도 교직에 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동생은 고등학교.. 그 외에도 꽤 많은 친척들이 교직에..ㅋ)
 입시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다보면 내 결론은 언제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귀결되고는 했다.
 뉴스와 전문가들은 입시 제도를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고 떠들어대는데,
 나는 아무리 봐도 그것이 입시 제도를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로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들어가야만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그 어떤 입시 제도도 불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입시 제도와 관련된 나의 관점이었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그 때부터 곪기 시작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만 그 때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달랐을 뿐이다.
 실제로 해결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그 때는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을 들어가고 졸업하는 것으로
 부조리한 현실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 않았을 듯.

 청년실업과 함께 노동구조의 악화, 그리고 살인적인 등록금이
 많은 사람들의 피부로 전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겨우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왔다는 느낌이다.
 물론 시민 의식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원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내 느낌은 문제가 커지고 커져 더 이상은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등떠밀리듯 뛰쳐나왔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어쨌든 쌓이고 쌓인 문제가 드디어 터져나왔을 뿐이다.

 단순히 반값 등록금을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의 높은 등록금 문제는 아주 커다란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다.
 대한민국 교육과 사회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대학 진학율과 불공평한 노동 구조에 있다고 본다.
 누군가는 이런 높은 대학 진학율이 기본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 나라가 기댈 것은 순전히 인적 자원 뿐이니
 높은 대학 진학율은 당연한 것이고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대학을 나왔다고
 너도나도 높은 수익의 안정된 직장을 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둘 다 우리 나라의 현실에 기댄 지적임에는 맞는 말이지만, 묘하게 모순이 있다.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을 요구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그런 지적 수준을 가진 사람들에게 타당한 보수를 지급해야하고,
 많은 보수를 줄 필요가 없는 정도의 노동만을 요구하는 경제 구조라면 그런 높은 진학율은 오히려 방해다.
 그게 아니라면 높은 수준의 인적 자원에게 낮은 보수나 줄 일이나 시켜먹겠다는 건가?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나라의 현실은 그렇다.ㅋ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서 4년의 시간을 투자한 것을 바탕으로
 그에 어울리는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나아지길 바라지, 더 어렵고 궁핍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바로 경제적인 능력이다.
 부자만 삶에 만족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은 만족할 만한 삶의 필요조건이라는 의미다.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위해서 일정한 수준의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경제력을 갖기 위한 조건,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한 조건이 우리 나라에서는 대학이다.
 사회적 신분과 경제력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있지만,
 경제력만 놓고 보아도 대학은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보장해주는 하나의 기본 조건이다.
 우리 나라에서 경제력의 기본 조건이 대학 진학이라는 사실을 꼬집은 기사가 얼마전 나왔다.

 조선일보 - 대졸 고졸 임금 차 50대엔 두배, 등록금 비싸도 대학 갈 수 밖에...

 기사를 낸 신문이 조선일보라는 것이 어쩐지 내게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어쨌든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다.

 결국 높은 수준의 인력을 원하는, 높은 보수의 직장은 한정되어 있고,
 넘쳐나는 대학을 졸업한 인원들은 이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애를 쓴다.
 요즘에는 한술 더 떠서 이런 높은 보수만큼 안정적인 삶을 원하기 때문에 공무원과 공기업에 목을 맨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최근 터져나오는 각종 공무원, 공기업 비리들이 이런 치열한 경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을 공부하고 더욱 치열하게 공부해서 공무원과 공기업에 들어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투자한, 혹은 잃어버린 돈에 대해서 완전 무덤덤하고 전혀 신경쓰지않고 살 수 있을까?
 단순히 돈에 욕심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취업이 되기 전까지 경제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많은 이들이
 취직하기 전까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은행이나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서 썼다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테고,
 그 빚을 다 갚아야만 자신의 노후 대비는 물론이요, 자식 교육도 마음 편히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결국 현재의 대한민국은 공무원이나 공기업같이 들어가기 힘든,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리에서
 돈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치명적인 유혹에 취약한 구조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청렴하고 깨끗한, 거기에 사명감까지 갖춘 공직자를 찾는 것은 가능하긴 한 걸까...
 단순히 공무원, 공기업이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 다른 직장을 갖다넣는다고 해도 이야기의 큰 틀은 변하지 않은 채 돌림노래처럼 계속해서 이어진다.
 결국 대학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터진 가장 표면적인 사안이다.

 프레시안 -  "'기름밥' 잘 사는 꼴 못보는 그들, '룸살롱 여대생'엔..."

 높은 대학 진학율부터 특정 직업에 몰리는 이러한 왜곡된 사회구조를 한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해결점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경쟁력 높인다"

 프레시안 -  "'대학 졸업장' 강매하는 나라, 행복하십니까?"

 노동 임금에 대한 양극화와 격차를 줄이는 것이 나는 근본적 해결책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그럼 누군가는 또 고졸 노동자와 대졸 노동자의 임금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면 누가 대학에 가겠느냐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좋은 직장을 위해 대학을 간다는 것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본다.
 대학은 학문을 공부하러 가는 곳이고 그 졸업자들에게 좋은 직장이 따라오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대학은 고등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관심가는 분야를 더 공부하기 위해 가는 곳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코스로 가는 곳은 아니다.
 대학이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면 정말 필요한 사람들만 대학에 가지 않을까.
 그렇다면 국가는 쓸데없이 많은 -거기다 비리 투성이인- 대학을 지원할 금액을 놓고 왈가왈부할 일이 없고,
 대학은 제대로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로 채워져 학문의 전당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많은 기업은 높은 학력 수준 때문에 자신들을 기피하던 노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고...
 
 물론 내가 전개한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이상론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취업 후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적정한 보수가 있다면 사람들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토목에서, 그것도 내가 전공한 과목을 공부하고
 GS나 삼성물산 같은 시공회사를 들어가는 것은 심화학습을 한 전공을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연구실의 많은 사람들은 2년간의 공부와 논문을 배경으로 그런 시공회사에 들어갔다.
 공부한 시간과 상관없이 그곳은 업계에서 제일 높은 연봉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적정 수준의 보수만 준다면 사람들은 중소기업이든 어디든 충분히 맡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적정 수준의 보수가 어느 정도냐하는 것은 한참동안 갑론을박을 펼쳐도 결론나지 않을 문제이기도 한다.

 내가 링크해둔 위의 프레시안 기사를 보면 아마 느끼겠지만, 등록금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있었겠지만,
 그것이 이렇게 사회담론이 되기까지 시작이 무척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언론매체 프레시안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발판으로 삼아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달까.

 문제는 결국 대학을 나와야만 제대로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않느냐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마치 서른 초반의 내가 늦게 성공한 연예인들을 보면서 이제부터 연예인의 꿈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가능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삶은 아니라는 의미다.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을 롤모델 삼아 대부분의 사람들을 몰아넣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름들의 크지않은 행복을 누리고자하는 소망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행복의 기본조건을 채워주는 건 쉽진않더라도 불가능하지도 않다.

 오랫동안 곪아왔던 상처는 이제 막 터져 고름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실 속에서부터 쌓여온 상처들은 많고 많았는데 그것이 겨우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준이 된 것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단순히 현실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고 덮어두고 눈을 돌리는 것은 우리가 취해야할 자세가 아니다.
 내가 스스로를 낙관적이라고 여기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우리는, 인류는, 역사는 어떻게든 나아가려고 발버둥치고 아주 작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이뤄졌다고 믿고 있으니까.
 항상 나아가진 못해도 주저앉고 포기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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