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선수의 뉴스가 불러온 생각의 연속.

올림픽 체조 첫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양학선 선수

 

 런던 올림픽이 한참인 2012년의 여름.

 모든 매체들이 올림픽 관련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선수들의 노력과 땀방울 마저 매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그 도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과 같이 스토리 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메달의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선수 개개인의 사연이 그런 노력들에 더해져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다.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개개의 이야기 중 감동하지 않을 사연은 단 하나도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올림픽 체조 첫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의 이야기는 참으로 멋지다고 할 수 있겠다.

 금메달이 상징하는 선천적인 재능, 강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흔히 짐작할 수 있는 배경에 더불어

 어려운 가정환경과 그런 환경 속에서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는 양학선의 성취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들임에 분명하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그의 영화같은 이야기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고 있을 때 누군가는 이런 감동을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농심의 너구리 평생 무료 기사도 있었지만 내 관심을 끈 건 LG 회장님의 5억 격려금이었다.

 

LG 구본무 회장님의 격려금 전달에 관한 기사(경향신문) - (클릭)

 

 이번 올림픽에서 양학선 선수는 금메달을 통해 인생 전환의 기회를 가졌고,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의 노력이 보상받는 걸 보면서 뭔가 희망 가득한 뿌듯함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어딘지 모르게 마냥 흐믓해하면서 박수를 보내기가 껄끄럽다.

 농심의 라면 투척(?)까지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가 LG 회장님의 격려금을 보면서 그런 기분을 확실히 깨달아버렸다.

 금전적 보상에 배가 아파서는 아니고 내가 양학선 선수에게 무슨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그 기사를 봤을 때 먼저 생각이 난 것은

 평생 김밥을 팔아서 모은 돈을 학교에 기부하는 것과는 무게가 전혀 다른,

 재벌 회장님이 어려운 환경에서 값진 성과를 낸 운동 선수에게 선뜻 내리는 격려금이 상징하는 우리 나라의 모습이다.

 

 나의 껄끄러움은 분명히 비약 섞인 회의론자의 시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처음 기사를 봤을 때 내 머리속에 스쳐지나간 생각은

 회장님에게 5억이란 그냥 그렇게 국민적 감동을 준 사람에게 선뜻 줄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인가..라는 것이었다.

 5억이라는 큰 돈을 체조선수를 위한 기금으로 조성하거나 우리나라 체육 발전을 위한 투자도 아닌,

 한 선수에게 그렇게 주었기 때문에 든 생각.

 예정에도 없던 격려금이 자기 재산의 절반이나 되는 수준은 아닐텐데, 5억이라니.. 하는 놀라움이 만든 불경한 생각.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를 받은 날 자선냄비에 5만원을 넣으면서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정도의 수준이

 회장님의 5억인가 하는 아주아주아주 불경한 생각.

 

 또 다른 건 아버지의 실직으로 비닐 하우스에 살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몰릴 때까지 사회적 안전망은 없었나하는 생각.

 양학선 선수가 금메달을 땄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과연 어땠을까하는 두려움.

 어쩌면 그러한 환경이 양선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건 극복해낸 사람의 의지를 칭찬해야지 훌륭한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해 모두 비닐 하우스에서 살 수는 없다.

 양선수는 극복해냈지만, 극복하지 못하고 꿈꾸지도 못하고 주저앉은 혹은 주저앉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그저 누군가가 자신의 처지를 알아봐주고 선의를 베풀 때까지 끊임없이 참고 기다려야하는가.

 

 이 두가지가 결합한 생각은 지금 우리 나라의 안전망은 돈많은 사람들의 선의에 의해 작동하는 면이 크다는 것.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미국이 이런 식의 시스템으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식도 낮고 참여도 미국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것.

 경제적 약자들은 국가에 의해 제도적으로 삶을 보장받는 것이 아닌 개인의 선의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불쾌함.

 개인의 선의는 어디까지나 선의이고 그것은 확실한 안전망은 될 수 없다는 관점에 따른 씁쓸함.

 

 확실히 나의 껄끄러움은 분명 비약 섞인 회의론자의 시선이다.

  

 5억은 회장님에게도 결코 적은 돈은 아닐테고 양학선 선수에게 주어진 포상금이 의미없이 버려지는 돈도 아니다.

 기분에 따라 그냥 쉽게 주기로 결정한 것도 아닐테고, 그 안에는 수많은 좋은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안다.

 다만 이런 해프닝과 같은 사건에 깔려있는 배경은 그저 편안하게만 볼 수 있진 않았다.

 어쩌면 구회장님의 5억 격려금보다 비닐 하우스에서 사는 일가족의 이야기가 더 충격이었는 지도 모른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렇게 뜬금없이 양학선 선수의 뉴스는 최근 우리 나라의 이슈와 연결된다.

 대선과 복지.

 이번 대선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 정책이 화두가 될 것이다.

 매우 엉뚱하게도, 나는 양학선 선수의 성공 뒤에 보여진 배경 속에서 복지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느꼈다.

 양학선 선수는 성공했고, 더불어 개인적인 선의에 기대어 인생에 큰 반전을 이루어냈지만,

 많은 사람들은 양학선 선수만큼 성공하기는 어렵고, 더구나 5억 포상금같은 건 로또 당첨 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없어도 기본적인 삶의 수준은 보장해주는 사회적 제도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하자면... 재벌들이 누군가를 위해 5억을 쏘는 것만큼 세금도 그렇게 잘 내면 좋겠다.

 적당히 꾸며서 조작한 세금 내역으로 말고 투명하고 제대로 된 내역으로.

 그래서 많은 재벌들이 자선사업을 해서 받는 존경만큼 성실납세자로 사회적 존경을 받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