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21년 11월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다나카 타츠야] 1편 본문

내가 본 것들/일탈

2021년 11월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다나카 타츠야] 1편

☜피터팬☞ 2021. 12.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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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절친(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인 LAL님이 현지에서 열린 다나카 타츠야 전을 방문하고 포스팅을 했다.

https://likealive.tistory.com/186

 

MINIATURE LIFE 전 ~다나카 타츠야 비유하는 세계~ in 아오모리 ①

롱 타임 노씨. 그간 새집으로의 이사로 예고 했던 전시회에 갈 예정까지 늦어지는 바람에 포스팅이 많이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이제서야 인터넷도 들어오고 집정리도 반정도 된 상황이라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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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댓글에서 또 다른 절친(이번에도 나 혼자만의...)인 VM님이 서울에도 같은 전시회가 열리고, 이미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나만 빼놓고... 나도 전시회 본 사람이 되고 싶은데...  . _ .)┓긁적.

 

그래서 갔다!! >ㅂ<)d

11월에 방문했지만, 이렇게 저렇게 미루다가 12월이나 되어서야 겨우 쓰는 전시회 관람기...;;

참고로 관람기를 쓰는 서울 IFC몰의 전시회는 22년 1월 9일까지니까,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서두르시길!!

 

다나카 타츠야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전시회 입구에 걸린 위의 사진을 보고 무언가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듯싶다.

그게 바로 접니다. ㅋㅋㅋ

다나카 타츠야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을 이용한 미니어처를 만드는 작가로,

익숙한 사물이 미니어처와 어울리면서 전혀 다른 의미의 사물로 재탄생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 때 인터넷에 사진이 많이 돌았던 것으로 아는데, 나도 작가는 전혀 모른 채로 인터넷에서 작품만 몇 개 봤을 뿐이다.

그때만 해도 그냥 어떤 오덕이 재미난 작업을 해서 올린 것인 줄만 알았... 아니 근데 틀린 말은 아니잖ㅇ....

 

전시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 마나님에게 슬쩍, 이런 전시회가 있는데 가볼래?라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뭐야, 마나님은 이 전시회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심지어 이 작가의 인스타를 팔로우하는 중이었다...-ㅅ-;;

작품이 좋아서 그런 거지?? 잘 생겨서 그런 거 아니지??

 

어쨌든 덕분에 즉흥적인 제안은 즉시 성립됐고, 주말 IFC 몰로 가족 나들이를 떠났다.

그리고 전시회 입구에서 만난 작가의 아바타를 시작으로 새로운 세계로 입장!

 

전시회에는 모든 작품 실물이 다 전시된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만 소개된 작품들도 다수 있다.

현실적으로 실물을 모두 옮겨오기 어려운 점과 공간적 한계 등을 생각해보면 사진으로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작품 자체가 미니어처이기 때문에 실물로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기에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수긍이 된다.

 

물론 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고 실물로 감상이 가능한 작품이 다수 있다.

 

작품 실물이 전시된 경우에는 해당 실물에 대한 사진 작품도 함께 걸려있기 때문에 실물 작품과 사진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사진 작품만 걸려있는 경우에도 사진에 사용된 미니어처가 액자에 함께 들어 있어서 실물의 크기를 짐작하게 해주는 것도 있다.

미니어처를 이용한 작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 아닐까? ㅎㅎ

 

전시회장에는 작가의 미니어처 세상에 직접 들어간 듯한 연출 사진이 가능한 포토존도 존재.

사진 찍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사진을 안 찍은 건 아니라는 거. ㅋㅋ

 

앞서 소개한 말처럼, 익숙한 일상의 물건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작품들마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작품을 보는 내내 상상이 끊이지가 않았다.

 

전시회의 실물 작품들을 마음껏 사진 찍어도 되는 점도 무척 좋았던 점 중에 하나.

 

고정된 각도의 사진이 제공하는 구도에서 벗어나서 나만의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작품의 숨겨진 매력을 찾을 수 있게 해 준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작가가 보여주지 않은, 혹은 말해주지 않은 다른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지도.

 

하지만 작가가 사진으로 보여준 각도보다 더 나은 각도의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은 그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가장 잘 보이기 때문에 그런 각도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열심히 찍어서 마음에 드는 구도가 나온 뒤에 보면 보통 작가가 선택한 구도와 비슷한 경우가 많더라...^^;;

 

미니어처의 크기를 고려해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자세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굳이 실물로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물론 전시회를 방문한 덕분에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작가가 이미 사진으로 보여준 구도와 비슷한 구도가 가장 좋다면 직접 찍는 재미도 좀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물 작품이 전시된 전시회를 방문해서 직접 보는 것이 의미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아우라 같은 어려운 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2차원 세계 속의 존재와 3차원 세계의 존재가 느낌이 같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도 엄청나게 자세하고 크게 볼 수 있는 연예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모이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결국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은 팬들에게 성덕(?)이 될 기회는 전시회라는 이야기다.

실물로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주는 매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수동적 위치의 관객을 능동적인 위치로 바꿔준다는 점에 있다.

 

작가가 정해준 구도와 각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진 작품을 접하는 관객은 수동적 위치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밖에 없지만,

실물을 관람하는 관객은, 비록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구도와 각도를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그런 부분에 호기심이 생기고는 했다.

아웃포커싱으로 잡힌 인물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뒤돌아선 인물의 앞모습이 궁금하다던지.

아... 좀 변태 같을까...;;

 

결국 피규어를 모으고 프라모델을 만드는 이유 중 일부는 이런 호기심과 연결되어 있다.

만화책에서, TV 화면에서 보여주지 못한 각도에서 보고 싶고, 자세를 잡아보고 싶은 것이다.

이 지점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은 넘볼 수 없는, 이쪽 취미를 가진 사람들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일 듯. ㅋㅋ

 

다나카 타츠야 전시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전시회 관람의 명분에서 내 취미 부럽지?로 이야기가 자꾸 퍼져나간다...;;

마지막으로 취미 부심(?) 한 번 더 부리자면,

모형 취미를 즐기기 때문에 이 전시회의 작품들을 그냥 재미있네, 멋지네 수준에서 보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 사물을 이용해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혹은 만들어볼까로 연결할 수 있었다.

 

이런 의욕은 모형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점 이외에, 잊고 있던 무언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은 스케일을 큰 스케일로 해석하고, 큰 세상에서 바라본 사물을 작은 세상에서 바라본 사물로 보는 관점의 변화는

다나카 타츠야 작품의 세계를 시작하게 하는 자세이자 철학이다.

 

머리가 큰 어른이 되고서 이런 식의 관점 변화를 능동적으로 해본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문득 아이였을 때는 이런 관점의 변화를 매우 자주, 그리고 익숙하게 해왔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장난감이 내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을 무렵에는 장난감이 활약할 배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집안의 물건들을 이용했던 기억이 있다.

 

다나카 타츠야의 세계에서 스펀지가 테니스 코트가 되고, 파란 색상의 책 표지가 수영장 물이 되는 것처럼

어린 시절의 장난감 놀이에서 늘어놓은 책들은 장난감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 되거나, 때로 건물이나 언덕이 되어주기도 했고,

밥그릇과 접시들은 장난감 자동차의 장애물이 되어서 험난한 코스를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필통과 상자는 로봇들의 비밀기지가 되어주었다.

 

전시회 입구에 쓰여있던 작가의 말처럼, 분명 나도, 우리도 다나카 타츠야처럼 사물에 숨겨진 모습을 보던 시절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처럼 어떤 사물을 다르게 보지 않아도, 이제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그 정도 제품은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을 가졌지만,

그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상상력과 수고를 들이면 내 세계를 확장하고 넓힐 수 있는, 오래전에 잊고 있던 놀이법이 떠올랐던 것이다. 

 

장난감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갔던 것은 디즈니의 토이 스토리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 아니다.

집에 있는 작은 화분이 정글이 되고, 놀이터의 작은 모래 언덕이 높은 산이 되는 마법의 세계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던가.

언제나 생각하지만,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다. 안 해서 못 만드는 거지. ㅋ

 

잊고 있던 세계로 가는 마법의 통로 말고도 전시회는 또 다른 즐거움이 숨어있었다.

그 즐거움은 작가의 세계가 미니어처로 되어 있고, 휴대전화 덕분에 성능 좋은 카메라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작은 스케일로 펼쳐지는 큰 규모의 세계는 다양한 방식의 연출이 가능하다.

한눈에 모든 것을 조망하거나 특정 부분에 집중하거나.

일률적이지 않은 다양한 등장인물들 덕분에 우리는 이 세계에 작가가 심어놓은 다양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고,

사진을 통해 내가 찾아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전시회의 작품들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다나카 타츠야의 작품이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은

작가가 색칠한 마지막 피규어가 자리에 놓이는 순간이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작품을 찍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한 구도는 보통 작가가 사진으로 담아낸 것과 비슷하지만,

모든 작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작가가 초점을 맞추지 않은 부분에 집중하여 작품을 새롭게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

여담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던 일본 드라마 제목이 계속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불꽃놀이, 아래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이다.

 

언젠가 내 주변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고 좋아하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그 드라마를 어깨너머로도 본 적이 없다.

그냥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제목만 기억하고 있는 드라마일 뿐.

 

그런데 이번에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그 드라마의 제목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랐다.

드라마 내용과 전혀 매치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하는 행위와 이 드라마의 제목의 유사점과 더불어,

옆이나 혹은 아래 라는, 위치의 변화가 의미의 변화도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물을 전시해주고 사진을 찍게 해 준 이번 전시회 컨셉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내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작품의 숨겨진 모습을 볼 수 있고,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

"미니어처, 아래에서 찍을까? 옆에서 찍을까?"

 

이번 실물 전시에서 가장 아쉬운 포인트는 작품이 작아서 육안으로 자세히 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인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

이 전시회 보러 가시는 분들, 사진을 찍으세요. 두 번 찍으세요. 그것으로 당신은 당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거에요.

 

같은 장면도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이 주는 느낌과 메시지는 또 다르다.

그 메시지를 완성하는 것은 관람하면서 사진을 찍는 우리의 몫이 된다.

 

보통 예술품들이나 유물들은 보존 문제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게 하는데

이 전시회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관람기에 사용할 사진을 얻은 것이 아니라 다나카 타츠야의 작품을 내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

 

그렇게 내 시선에서 담아낸 전시회의 작품들은 2편에서 계속된다.^^

https://yihas.tistory.com/2440

 

2021년 11월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다나카 타츠야] 2편

2021.12.17 - [내가 본 것들/일탈] - 2021년 11월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다나카 타츠야] 1편 2021년 11월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다나카 타츠야] 1편 블로그 절친(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인 LAL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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