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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본문

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피터팬☞ 2004. 2. 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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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딱하고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영화의 시작처럼, 현재의 우리가 잊고 있는 혹은 덮어두고 있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과거와의 연관성에 대해 말해야했을까?

이것은 6.25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그 대립의 최악의 산물을 만들어냈던 바로 그 이야기다.
이 영화는 우리 나라 잘 한다, 공산당은 나쁜 놈 하는 식의 국수반공 사상따위는 전혀 없다.

전쟁이라는 초인간적인, 그리고 국가적인 광기.
그 광기로 인해 망가지는 인간들, 변질되어가는 기존의 가치들, 그리고 전쟁의 결과들.
잔인할만큼 리얼하게 묘사되는 영화의 장면들은, 흔히 보듯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정도에서 그치지않는다.
지뢰와 파편에 의해 잘려나간 팔, 다리며, 머리, 불에 휩싸여 타버린 시체들과 사람들.
이 영화는 흔히들 우리가 접하는 영웅적인 전쟁 영화들처럼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 지 말하지 않는다.
양쪽 모두 똑같은 인간들이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저지르는 일들로 인해서
서로가 서로를 상처내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상처내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전쟁의 시작은 어떤 커다란 대의명분(때때로 한 조각의 빵보다도 못한 그 대의명분)에 의한 것일 지 몰라도,
결국에 그들을 이끄는 것은 정의되지 않은 대상에 대한 분노와 전쟁 자체에 대한(국가에 의해 조작되었을 지도 모르는) 광기였다.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내 짧은 어휘로는 국군이든 공산군이든 모두 광기에 휩싸인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않았다.

그 안에 형제라는... 그것도 꽤 우애가 깊었던 형제라는 인물을 중심에 배치한 것은
물론 흥행적인 측면에서도(이 영화는 여러모로 헐리웃 영화들과 같은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꽤 잘 먹히는 것이었겠지만,
그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전쟁에서 변해가는 모습, 오해, 왜곡되는 마음들에 대해서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했음이 아닐까 한다.
결국 그들이 함께 원했던 것, 혹은 바라 마지않았던 것들은
전쟁이라는 초인간적인 힘 앞에서 서로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것은 아닌 지..
(물론, 그들의 행동 자체에 대한 정의성은 차치하고서 말이다.)


P.S : 전쟁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누가 더 옳고 그른가 식의 생각이 아니라, 전쟁 그 참혹한 인간 최고의 악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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