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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영화

영화 - 28일후... [대니 보일]

☜피터팬☞ 2004. 2. 1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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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라는 바이러스가 생겼다. 그리고 그게 인간들에게 감염되기 시작했다.
한 사내가 그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가 바이러스가 퍼지고 28일 후에 깨어났다.
그가 접하게 되는 세상은.........

내가 스티븐 킹의 단편과 이토 준지의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들의 공통된 호러의 코드가 상황적 공포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에 있다.
호러 영화에 대해서는 스토리를 통한 공포심 조성을 더 좋아하는 것에 반해서 책에 있어서는 상황에 대한 묘사를 더 중시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호러물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설정 중에 무섭지않은 것이 과연 있는가?
(단순한 상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그 안에 있다면... 그게 아무리 유치한 영화라도 유치할까?)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배경음악은 물론이고, 특히 영상이.
무엇보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런던의 거리와 고속도로는 충분히 그 자체로도 공포였다.
황량한 거리,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쓰레기들과 휴지조각들, 조용하고 적만한 도시.
내가 런던을 가보진 않았지만, 우리 동네가 그렇게 된다해도 충분히 공포스러울 것이다.

이 영화에서 초반에 나에게 자극을 준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었다.
(좀비보다 훨씬 활동성이 좋고 머리도 더 좋은 것은 공포스러울만한 요소는 되었지만, 나는 웬지 그리 무섭진않았다.. 영화라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건가..-_-)
분노라는 것에 감염되어서 단지 사람을 죽이기만 하는..
"먹는다"는 개념은 없어보였다, 그들은 단지 공격, 파괴, 살육만을 할 뿐이었다.
아니, 파괴라고 하는 것도 그냥 상점을 부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살육을 위한 파괴만이 있을 뿐.
절대 유치해보이지않는 분장을 한 그 감염자들은 그 등장 자체만으로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곧 나는 그 감염자들만 무서운 것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솔직히... 마지막의 주인공의 모습은 정말 그도 감염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으니..-_-;
그러나 그는 감염되지 않았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어째서 영화는 그 처절한 상황 속에서.. 도시가 마비되고 사람들이 잔악해진 그 상황을 탈출하는 용감하고 강인한 군인들과 주인공들의 탈출기를 그리고 있지않을까?
어째서 영화 중반부에 대결 구도가 '감염자들과 정상인'들에서 '군인들과 주인공일행'으로 바뀌게 되는 걸까?

결국 감염자들과 군인들을 주인공일행과 대비시키면서 둘 사이의 차이에 대해 말하고 잇는 것인가?

나는 오히려 용감하고 씩씩하게 기지를 지키며 생존자들을 받아주려고 기다리던 군인들이 감염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하려던 그 행동들은 그들이 이성을 가지고 있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며 좀 더 교활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감염자들과의 차이를 찾기 힘들게 했다.
행동하는 것만을 본다면 마치 감염자들처럼 무서웠던 주인공을 난 정상인의 축에 기꺼이 끼워주련다.
그래. 애당초 행위 자체에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찾는 것은 우스운 것이다.
(영화초반에 비춰지는 TV속 영상들은 실상 우리의 모습들이 바로 감염자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와 감염자들의 차이는 단순히 폭력성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은 오히려 극대화된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주인공과 일견 이성적이며 합리적이게 보이는 군인들 중에 주인공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해서?

그들은 본능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단지 살기위해 살고 있었다.
-극중에서 소령은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전인수격해석이었다.-
파괴라는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감염자들과 철옹성의 기지를 의미없이 지키고 있던 군인들은 모두 희망이 없었고, 사랑을 잃어버렸다.
대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변하고 행동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군인들과 감염자의 차이는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에 반해 자신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잔인한 영웅으로 변신하는(사실 영화 끝 무렵의 주인공의 행동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ㅋㅋ) 주인공이 바로 정상인이었다.
단지 폭력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아니 적군과 아군을 나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희망과 사랑.
그 두가지가 바로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하는 것이 아닐까?
감독은 그 이야기를 빼놓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또 다른 결말이 아니라 영화 중에 보여주는 결말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함께 다니는 셀레나가 변해가는 모습도 그런 느낌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P.S : 감독은 영화 속에서 감염자라는 극대화된 형태의 파괴성을 지닌 인간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만 살펴보면 우리가 저지르는 그 수많은 폭력들은 감염자들과 우리의 차이가 그리 크지않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말한 결론이 누구의 미래를 보며, 누구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지는 이 영화를 보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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