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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과 비평/기타

뮤지컬 - Break Out

☜피터팬☞ 2009. 3. 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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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도 알 수 없고 위치도 알 수 없는 어느 감옥.
그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럼프, 트리키, 조커, 그레이, 댄디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비급(?)을 가지고
감옥을 탈출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을 쫓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생각지도 못하게 본 공연이었다.
같이 SDA학원을 다니던 Jean누나가 일하는 회사를 통해서
공짜로 볼 수 있다기에 종로에 있는 씨네코아에서 보게 되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재미난 공연을 관람하게 해준 누나에게 감사를.^^
그들이 스핀을 하는 동안엔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바람까지 느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관람할 기회를
내 평생에 또 가질 수 있을까. 누나 나, 정말 너무 감동받았다구요.ㅠㅂㅠ)/

사실 장르 구분은 뮤지컬로 되어 있지만,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극'은 아니다.
대사는 거의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비보이 퍼포먼스만으로 진행된다.
한동안 언론에서 소개하던 '점프'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비슷한 공연이고,
아마 '난타'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더 많을 듯 하다.
이런 대사가 없는 공연은 예전에 봤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엔 거의 처음인 듯 하다.
그 때 느꼈던 느낌은 '인간의 몸과 그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었다면,
이번 느낌은 좀 더 친숙하고 더 열정적인, 그리고 파워풀한 감동이랄까.

스토리는 한 줄 요약이 가능할 정도로 아주 간단하다.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탈출하고 간수와 경찰은 그들을 쫓고 그들은 결국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런 식으로 대사가 없는 공연은 스토리가 간략하고 정형적일 수록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관객들은 복잡한 플롯이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이 그들의 움직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으니까.
스토리가 좀 더 농밀한 연극이나 뮤지컬같은 공연에서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갈등, 그리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이 작품에 의미를 준다면
이런 퍼포먼스 위주의 작품에서는 오히려 스토리는 짧고 간단한 대신에
그 안에서 보여줄 것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편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세계로 진출하는 길을 공략하기에 더 유리한 듯 하다.
스토리 전달을 위한 번역의 문제가 말끔히 사라지는 데다가 춤이라는 것은 만국 공통어가 아니던가.
그리고 춤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아마 전 세계인에게, 자유로움, 열정적이며 흥겨운 것이 아닐까 한다.
이 공연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간단한 스토리가 춤과 연결되면서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보인다는 것.

주인공들은 죄수다.
할아버지인 그레이와 동성애자처럼 보이는 트리키, 그리고 근육질의 럼프와 잘 생긴 댄디, 약간 모자란 조커.
(개인적으로 김C를 생각나게 하는 조커와 내가 아는 동생을 닮은 럼프가 왜 그렇게 좋던 지.ㅎㅎ)
그들의 죄가 무엇인지, 그들의 형량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전혀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
단지 그들은 행동을 제약받는 죄수이며 그래서 그들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단지 '체조'일 뿐이라는 것.
체조는 춤처럼 우리의 관절 여기저기를 움직이는 행동이다.
하지만, 체조는, 특히 교도소에서 간수들의 감시 하에서 하는 체조는 그저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자유롭고 싶지만, 간수들의 삼엄한 감시의 눈은 그들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가, 당신은? 답답하고 꽉 짜여진 이 사회에서 남들의 기준과 눈높이를 신경쓰며 사는 당신은?
그렇다고 자유로운 영혼의 다섯 죄수가 간수의 요구에 순순히 응해줄 리는 만무하다.
그들은 간수의 눈을 피해 짬짬이 간수를 놀리기도 하고 자신들만의 춤을, 체조가 아닌 춤을 춘다.
그들이 자동차 수리를 완성하고 보여주는 기쁨은
아마도 갇혀있는 자신들이 가장 바라는 자유를 차가 상징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들은 갇혀있는 몸이고 그들의 자유는 차라는 대체물에 이입된 감정일 뿐, 그들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과 그 해소는 그들이 감정이입을 한 대체물인 차를 망가뜨린 비급을 통해서다.
하늘에서 비급이 떨어진 후 그들은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춤추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춤이야말로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유의 표현이자 자유 그 자체라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어지는 탈옥.
그들은 감시를 피해 땅굴을 파고 병원으로, 그리고 성당으로 끊임없이 도망친다.
이제 그들은 간수 뿐만 아니라 경찰 특공대인 SWAT로부터도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에서 여러번 잡힐 뻔한 고비가 있지만, 언제나 그들을 도와주는 것은 비급의 힘이다.
모두가 춤을 출 때, 그들은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잡는 자와 잡히는 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흥겹게, 열정적이고도 즐겁게 춤을 춘다. 그것이 춤의 힘이다.
그들은 병원에서 성당으로 도망치며 그곳에서 편안하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지만,
추격자들이 그들을 그대로 놔둘리는 만무하다.
경찰은 그들에게 최후의 경고를 보내며 순순히 체포될 경우 목숨은 살려주겠노라고 협상을 시도한다.
그들의 따듯한 면을 알고 있는 수녀와 마지막에 마음이 바뀐 간수마저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그들은 거부한다.
그리고 그들은 경찰의 경고를 무시한 채,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춤을 춘다.
경찰은 그들을 다시 억압과 속박의 감옥으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그들은 춤을 통해서 자신들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자유로움 그 자체를 표현한 것이다.
자신의 목숨과 동등한 가치로 자유를 선택한 그들의 춤은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남들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 맞는 '체조'를 잘 하지 못하고 아둥바둥하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이건 뭐냐...-ㅅ-;
아아아, 다 쓸데없는 소리다.
자, 지금부터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머릿속에서 앞의 저 장황한 글을 모두 지우는 편이 훨씬 좋겠다.
먼저 Ctrl+A를 누른 후에, Ctrl+Delete키를 눌러서 지금까지 읽은 모든 내용을 휴지통에도 남기지 말고 비우자.
저 위의 내용은 그저 멋드러진 글 한 번 써보고자 했던 내가 만들어낸, 한마디로 헛소리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저런 골치아픈 공식이나 의미, 혹은 상징 따위는 아무래도 좋단 말이다.
그저 공연장을 찾아서 자신의 자리에 앉은 후에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실컷 즐길 수 있다면 충분하다.
복잡한 장광설이나 어려운 상징 따위에 목 멜 것 없이,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웃기는 상황들을 보며 걱정없이 한바탕 소리내서 웃고 또 웃으면 그만인 것이다.
이 정도로는 자신의 흥을 표현하기 부족하다면
나처럼 공연 중에 어깨를 들썩이고 좁은 자리를 원망하면서 엉덩이도 슬쩍슬쩍 흔들어보는 거다.
배우들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심장이 터져라 춤을 추는 것도 보면서,
그들이 심심하지 않게 팔이 떨어져라 박수도 치고, 춤을 못 추는 대신 소리라도 실컷 질러준다면
당신은 10점 만점에 10점짜리 관객. 내 장담한다.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함께 호흡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나 교묘한 편집이 없어도 연극이나 뮤지컬들이 즐거운 이유는
그 안에서는 배우와 관객들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무대에 뛰어나가 함께 춤추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빡빡한 일상과 복잡하게 흘러가는 하루에 숨이 막힌다면...
앞으로는 춤을 춰야지.
심지어 나는 춤을 잘 못 추고 이때까지 춤이라는 건 초등학교 때 춘 포크 댄스가 전부이지만,
뭐, 그 따위가 다 무슨 문제인가.
춤은 자유로움 그 자체가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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