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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흥미진진할 순 없다!! - 황우석 박사 사건 본문

머릿속 탐구/칼럼

이보다 더 흥미진진할 순 없다!! - 황우석 박사 사건

☜피터팬☞ 2005. 12. 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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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2005년)에 가장 뜨거운 이슈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황우석 박사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국내 문제에서 넘어서서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 황우석 박사 사건!
사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가끔씩 흘러들어오는 소식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내 방명록을 잠시만 살펴봐도 알겠지만, 거의 3 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가 내 방명록에서 오갔다.
잘 몰랐던 부분도 많았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았다.
지금에 와서도 너무 많은 문제가 얽혀있는 사건인 만큼 내 입장이 명확하게 세워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사건에 대해서 내게 많은 정보를 준 로리씨와 한별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사건과 얽힌 문제들 중에서 생명 윤리와 연구 윤리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것이 없다.
그 쪽은 아직 제대로 알고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윤리 문제는 과학을 쫓아가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것이다.
어떠한 것이 옳으냐는 시대에 따라서 바뀌고 교체된다.
지금에 와서 불합리해보이는 것이 나중엔 당연하게 여겨질 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나의 몫이고, 우리의 몫이다.
다만 나는 여기서 그런 것을 말하고 싶지 않다.
미리 말했듯이, 이 부분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특히나 생명 과학 분야는 인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정리하기 더욱 어렵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나는 생명 윤리에 관해서는 좀 더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글은 논문과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살펴봐서, 이번 사건에서 황우석 박사가 져야할 책임은 그리 가벼워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가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언론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가 좀 더 자제했어야했던 것이 아닐까한다.
자기 스스로도 영웅심에 취해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태를 만들어낸 감도 없잖아 있다.
적어도 그가 순수한 과학자적 태도가 아닌 정치가적인 태도로 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흔히 언급되는 것처럼 언론과 대중의 태도도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도 남아있는 황우석 박사에 대한 맹신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좋게 봐줄 수가 없다.
그것은 황우석 박사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그것은 믿음이고 종교다.
그 무엇도 종교적 맹신이 되었을 땐 사태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이미 지나버린 일을 가지고 어쩔 수는 없지만, 차후에는 좀 더 신중한 태도로 접근했으면 한다.
모두 다.

논문에 대해서는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미 결론이 난 듯 하다.
사진의 조작이 지시냐, 혹은 연구원의 독단적인 판단이냐같은 사소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그것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황우석 박사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비난받아야할 부분은, 그가 줄기 세포가 없는 상태에서 논문을 썼다는 점이다.
그는 이론 과학자가 아니다. 단순히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풀었다고 해서 논문을 내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아인슈타인처럼 단순히 이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논문을 내는 위치에 있지않다.
그는 실험 과학자이고, 직접 실험을 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논문을 낸다.
그럴 경우, 논문보다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은 그가 직접 실험을 한 증거물, 즉 줄기 세포 자체이다.
논문에 실린 사진들이 설령 잘 나온 사진만 골라서 올린 것이라고 할 지라도,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면 상황은 좀 다르다.
물론 왜 그 사진들을 올리지않았나에 대한 의문이 들 수는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실험에 대한 증명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논문을 제시했다.
어떤 사람은 그가 한 실험 방법들을 봐야하는 것이며, 사진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을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더라도 황박사가 논문을 쓴 시점이 문제가 된다.
차라리 논문을 뒤늦게 내더라도 자신의 논문을 확실하게 지지할 근거를 만들어놨어하는 것이 옳지않았을까.
사실 그러한 섣부른 행동은 영웅심 내지는 정부로 부터의 지원금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 덕분에 기술 자체에 대한 의심까지도 사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실험 과학에 있어서 논문보다 중요한 것은 실험 결과이다.
과학은 검증의 학문이며, 경험을 통해서 이론의 진실성이 지지를 받는다.
이러한 검증과 경험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대체 어떤 과학이 설 수 있을까.

그러나 논문의 진위와 상관없이 기술의 진위는 따로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황우석 박사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의 것이다.
나는 기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서 황우석 박사의 잘못을 덮어둬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아니다.
단지 그가 가진 진실성을 입증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믿을 뿐이다.
오히려, 그가 실제로 그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논문에 대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아무튼, 기술의 문제는 논문과는 조금 떨어뜨려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기술은 단순히 황우석 박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미 국가적인 문제이다.
(황박사가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이런 식으로 문제가 크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또 든다.)
그 기술이 사실이라고 판명되었을 때의 조치 역시 복잡할 것이다.
계속 황우석 박사에게 연구를 맡겨야하는 것인가하는 이의도 제기될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연구에 있어서 그가 필요하다면, 그에게 계속 연구를 하게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단, 이전과 같은 방식은 안 될 것이다. 그 부분에는 뭔가 확실히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황우석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 이 일로 해서 기술적 유출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덕분에 음모론도 많이 등장한다..-_-; 전혀 어이없진 않지만.. 그래도 음모론은 음모론일 뿐이다..)
나 역시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그 말이 "그러니까 진실을 덮어두자"는 뜻은 아니다.
나는 진실을 덮어두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것으로 손해를 보고 싶지도 않다.
그것을 조율하는 것은 일단 기술의 진위 여부가 가려진 후에 해야할 일이고, 꼭 해야하는 일이다.

이번 사태에서 바람직하게 보였던 것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을 중심으로 한 젊은 과학자들의 태도였다.
그들이 제기한 의문과 지적들은 적절한 것이었으며, 과학계에 꼭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확실한 검증과 의심스러운 부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과학자의 태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자의 태도에 돌을 던진 맹목적인 황박사의 추종자들은 큰 잘못을 했다.
과학이 가진 역할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한 태도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역풍으로 황박사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도 생겨나는 것 같다.
정당한 비난과 싸잡아 욕을 하는 것은 다르다. 어느 쪽이든 파시즘은 제대로된 비판을 가로막는다.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도 의혹을 비추는 것을 넘어서서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옳지않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큰 것처럼 느껴지기에 나의 걱정은 단지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일을 통해서 국내의 과학계가 나름대로의 검증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끝났다.
이제는 내 개인적인 생각 몇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은 황우석 박사가 만약 정말로 모두 거짓이라면, 그가 한 연구 전체가 전부 거짓이라면,
과연 어떤 생각으로 그런 사기를 쳤는 지 궁금하다.
그것도 단순히 국내가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말이다.
솔직히 내가 심적으로 거는 기대는 바로 이 부분이다.
차후에 있을 국가적 위상의 문제와 우리 나라 전반에 불어닥칠 과학계에 대한 불신보다도,
언젠가는 밝혀질 수 밖에 없는 과학적 기술을 가지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는 지가 도무지 풀리지않는 숙제로 남는다.
물론 아직까지 기술의 진위 여부는 명확하게 결정이 된 것은 아니니 좀 더 지켜봐야한다.
내가 계속 입장을 유보하는 것은 기술의 진위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과학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과학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다지 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과학 철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배우게 된 것 중 하나인데,
과학의 내용이나 과정, 혹은 방법은 정해진 규칙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어떤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결정되기도 한다.
물론 내가 말하는 과학이 생물학같은 분야, 좀 더 좁게는 이번 사태에 그대로 적용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은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해봐야할 부분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과학이라는 것이 그저 단순하게 옳고 그른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는 위험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과학적 진실이 내일은 아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어떻게 했는가보다 어떠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느냐,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뉴스에서 말하는 것처럼 애써 자위를 해보자면,
이번 일 덕분에 우리 나라에서 생명 과학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높아진 것 같다.
그러한 관심이 실망과 적의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연구에 대한 투자가 너무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매번 문제만 지적하고 똑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멍청한 일도 이제는 그만 둘 수 있는 반성도 있어야겠지.
그러나 이 일로 실추된 국내 과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어떻게 추스를 수 있을 지 걱정된다.
확실히 이상과 현실의 갭은 무시무시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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