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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앞에 주차된 차 -용산철거반대시위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본문

머릿속 탐구/칼럼

대문 앞에 주차된 차 -용산철거반대시위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피터팬☞ 2009. 1. 2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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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철거에 시위하던 시민과 경찰관이 사망했다.
먼저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가슴 깊이 빈다.

관련 사건은 어제 뉴스에서 스치듯이 봤을 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걸고 넘어진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나의 성의없는 태도에 대해서 지적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분명하다.


최근에 읽고 있는 이진경님의 '철학과 굴뚝청소부'에 나오는 하나의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어떤 사람의 대문 앞에 누군가가 차를 주차되어있다.
남의 집 앞에, 그것도 대문 앞에 버젓이 주차를 해놓고 연락처도 없다.
집주인 화났다.
괘씸한 마음에 차에 펑크를 냈는데, 그걸 차주인이 목격하고 말았다.

아마 요즘같아서는 말도 안되는 사건일 것이다.
골목마다 주차라인이 표시되어 있고, 견인 시스템도 잘 되어 있는 편이니까.
어쨌든,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로 설명을 한다.
사회적인 측면, 법적인 측면, 감정적인(어쩌면 도덕적인) 측면으로 구분하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그 문제에 대한 대답 역시 바뀐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어디까지가 사건과 관련이 있느냐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
당신은 저 이야기에서 누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가?
남의 집 앞에 불법으로 버젓이 주차한 차주인?
화가 난다고 남의 차에 펑크를 낸 집주인?
(물론 두 사람 모두 어느 정도의 잘못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차는 펑크가 나있다.
집주인이던 차주인이던 펑크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용산철거 문제를 저 예와 일대일로 대응시킬 수는 없지만, 나는 많은 부분에서 공통된 점을 느낀다.

사건에 대해서 왜 평화적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지 않느냐하는 여론이 있으며,
따라서 모든 사건의 책임은 그들에게 있지않느냐는 것이 몇몇 보수신문과 그에 동의하는 분들의 태도로 알고 있다.
아무리 주차할 곳이 없더라도 남의 집 앞에 차를 주차한 것은 잘못이며 그것에 대해서는 차주인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남의 집 대문 앞에 세워져있는 차에 대한 대처법은 오로지 차에 펑크내는 법만 있는 건 아니다.
경찰서에 전화하자. 불법주차와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그게 옳은 거다. 다들 배워서 알고 있지않은가.
불법에 불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절대 옳지않다는 것.
그런데 왜 그렇게 강경하게 진압해야했나. 그런 식의 경찰진압은 합법인가?
그렇게 성급하게, 아무리 불법일망정 시민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건 합법인가?
범법행위가 있는 시민은 경찰이 불법적으로 대응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건가??
불법이니까 경찰대응이 과격해도 괜찮은 건 절대 아니다.
불법으로 차를 주차했으니까 펑크내도 되는 것이 당연히 아닌 것처럼.
신너, 화염병, 건물점거.... 불법이다. 나도 안다.
수단의 잘못은 그 원인이 무엇이건 옳지않다는 것도 나도 안다.
그런데 수단이 옳지않으니까 다 너희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것 역시 옳지않다.

그런데 저 이야기에 나와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 이야기가 무엇인고 하니...
사실 저 차주인은 언제나 자기가 주차하던 공터에 자기 차를 잘 주차한 것 뿐이었다.
그리고 일이 생겨서 며칠 출장을 다녀오니까, 갑자기 집이 한채 뚝딱 만들어져 있고
자기 차는 그 집 대문 앞에 주차된 것처럼 되어버려 집주인은 성을 낸다.
이런 젠장.......

철거민들에게 이주권고가 들어왔다. 보상금도 주기로 했다.
그런데 보상금이라는 것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다.
그나마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있고, 보상금도 없이 쫓겨가야할 사람도 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살지도 말라는 소리인가보다.
좋다.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서 살겠다며 생때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소리도 안 한다.
버젓이 살던 사람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서 제대로 사는 곳도 마음대로 못 고르게 한다.
철거될 곳에 사는 사람들이 다들 강남타워팰리스로만 가고 싶어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철거될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는 것은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의식주'에서 '주'의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너희들은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하는 식의 태도를 군말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또 시위야'하는 말을 하기 전에 대체 '왜 시위를 하는 것일까'를 먼저 생각하는 여유는 없는 걸까?

차가 주차된 상황에 대한 것은 내가 꾸며낸 이야기다. 그리고 그 다음도...
집주인하고 차주인하고 경찰서에 갔다.
어쨌든, 둘 다 잘못이 있으니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가 될 줄 알았는데...
차주인은 차를 대문앞에 주차한 잘못을 인정하는데 집주인은 자신이 차를 펑크낸 것에 대한 잘못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단다.
게다가 이게 웬 걸. 집주인은 차주인에게 자신에게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해줘야한다며 큰소리 뻥뻥.
결국 법원까지 갔지만 판결은 차주인이 모든 보상을 해줘야한다는 것이었다.
억울한 마음 금할 길이 없지만, 차주인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피해금액을 보상해줘야만 했다.
알고보니 집주인이 저으기 높으신 분들이랑 아주 깊은 친분이 있다.
......

내가 꾸며낸 앞부분과 뒷부분은 상식적으로 완전히 유치하기 그지없다.
만약 이 이야기에 살이 붙어서 소설로 쓰는데,
내가 설정한 대로 소설이 시작되고 마무리를 저렇게 끝낸다면 출판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설령 출판이 된다고 해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 뒤에 뭔가 다른 사건이 없는 한....
그런데 그 상식없어 보이는 것이 내가 느끼는 대한민국이다.
모든 부분에서 그들의 잘못은 없다.
언제나 잘못은 우리에게 있으며 조용히, 그리고 순종적으로 따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받는다.
남의 집 앞에 차가 주차된 주제에 타이어 펑크났다고 경찰서 가 봐야 득될 것이 없다.
내가 주차한 차 옆에 집이 생겼으면 후딱후딱 차를 치워줘야하는 거다.
내 잘못은 처음부터 주차할 공간이 있는 내 집을 갖지 못한 것이다.
나의 억울한 이야기, 나의 답답한 마음은 대체 어디에 대고 소리쳐야 하는가.

법이 완전무결해서 모든 문제가 그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다 아는데,
최소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조절할 수는 있지않은가 하는 말이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몇몇 사람들의 편의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지않은가.
대체 저기 위에 앉아있는 힘있는 사람들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울려야하는가.
우리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토록 불편하고 심기가 뒤틀리는 일이 되는 것일까.

불법을 행했으니 불법으로 대응할 수도 있고 아무 문제도 없다는 그런 생각과
작은 목소리가 모여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바퀴벌레보다도 더 싫어하는 듯한 생각과
법으로 모든 것은 해결되며, 법의 잣대는 자신보다 남에게 더 엄격하게 들이미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서 지금 큰 힘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진다.
작은 목소리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열심히 외쳐야한다는 생각과
그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서 더 큰 목소리를 만들어낸다면 사회에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과
법만큼 상식이 존중받고 통용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일 것이라고 믿는 생각은
세상을 아직 살아도 더 살아야하는 철부지같은 나 혼자만의 착각인가.


여론이 분분하다.
다분히 감정적일 수 있고, 다분히 입장차이가 갈릴 수 있다.
관점의 차이에 따라서 문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이진경님은 책 속에서 위의 자동차 주차와 펑크 이야기를 예로 들며 문제설정에 따라서 그 방향도 달라진다는 말을 했다.
나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최소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아주 어릴적부터 배워왔던 상대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서 시작될 것이며,
법이라는 잣대나 공권력이라는 힘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닌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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