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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기 -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사태에 관하여 본문

머릿속 탐구/칼럼

비틀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기 -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사태에 관하여

☜피터팬☞ 2005. 7. 2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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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사실 어쩌다보니 신문을 보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이것저것 다른 일들에 더 신경을 많이 썼었지..ㅋ
하지만 내가 귀머거리가 아니고 장님이 아닌 이상... 이런저런 사건들에 대해 완전히 무지할 수는 없지.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는 사건 중에 하나는 바로 아시아나 항공사 조종사들의 파업에 관한 일일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살펴본다면, 얼마나 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가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아마 이 홈피에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내 주변에 있는 분들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를 대충 알터이니..
나보고 아시아나 조종사 직원이라던가, 노조 찌라시따위라고 말은 하지 않겠지..-_-+

결론부터 말하겠다.
나는 이번 파업이 그렇게 크게 잘못된 일인 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들이 얼마의 연봉을 받고, 어떤 대우를 받았었고, 외국의 조종사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이번 파업 사태에 문제가 되는 각종 사안들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내려졌는 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모르겠다.
왜 모르겠냐고? 각종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 대고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만 하면 알 수가 있는데, 그걸 왜 모르겠냐고?
하지만 이런 의문을 던지는 당신은 정말 그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조종사라는 특수한 신분과 그들이 처한 노동 상황과 위치를 고려한 후에 그들의 쟁점 사안을 살펴보기는 했는가?
그들이 하는 요구와 우리가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과연 당신은 가능한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인터넷에서 자신은 항공사 직원이라고 올라오는 글들을 아무리 봐도 나는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국내 유수의 언론들이 찍어내는 기사를 봐도 알 수가 없다.

일차적으로, 나는 조종사라는 직업과 그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리도 이차적으로, 내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매체가 없으므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나는 언론과 인터넷, 그리고 네티즌들을 믿지않는다.

따라서 나는 그들을 비난할 수 없으며, 비난하는 여론에도 결코 동참할 수 없다.
오히려 나는 그들의 투쟁에 일정부분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다. 이것은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받기 위한 노동자의 당연한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리 정당한 투쟁이라도, 그것이 파업이라는 형태를 갖추게 되면 그 명분을 잃는 듯이 보인다.
파업 자체가 합당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합당하게 바라봐주지 않는다.
힘의 논리를 따져봤을 때,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 파업이라는 것을 오히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모르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파업을 시도때도 없이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파업이라는 것은 작게는 회사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큰 것이 분명하다.
이로인해 발생할 수많은 손실들은 굳이 뉴스에서 정확한 수치를 떠들어대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뉴스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는 것은 무척이나 고맙고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파업을 행함에 있어서 파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많은 고민과 성찰은 파업의 명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지금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파업이 과연 잘못된 것인지, 정당한 것인 지에 대한 판단은
정보가 부족하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감히 내가 내릴 수는 없고..
그러나 양측의 입장을 읽어봤을 때는 파업이 아니면 이런 요구들은 관철되진 않을 듯 하다.

그럼 이러한 파업을 비난하는 여론들은 과연 올바른가?
네티즌이 개티즌이 된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젠 그런 글들을 읽어도 안타까움만이 느껴질 뿐이다.
(분노를 하기에는 이미 너무 지쳐버렸는 지도 모르겠다.)

성수기에 파업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비춰진다.
성수기에 파업을 하는 것이 잘된 것이냐, 잘못된 것이냐에 대한 논쟁은 내 글에서는 살짝 접어두자.
그러나 그들의 파업이 가장 힘을 받을 수 있을 때는 성수기라는 것은 이야기해야겠다.
내가 조금 더 관심이 있거나 열성이 있어서 아시아나 노조의 활동을 조사해봤더라면,
그들의 파업 시기에 대한 판단을 좀 더 명확하게 내릴 수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 그들이 성수기에 파업을 한 것은 자연스럽다.'-'
운동 선수는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에 나간다.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은 자신의 무기를 최상의 것은로 손질하고 나간다.
이유는 묻지않아도 자명하다.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부실하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는 훨씬 어려울 것이다.
조종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사안의 공정성은 몰라도, 사안의 중대성은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안을 그냥 이야기한다고 회사는 그것을 받아들여줄 것인가?
자신이 스스로 순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에야 답은 정해져있다.

네티즌들이 내세우는 논리.. 혹은 그들을 비난하는 글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도 많이 보인다.
나는 얼마를 버는데, 혹은 직업도 없는데.. 댁들처럼 많이 버는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러시우.
자신은 아시아나 항공사 직원이고 무진장 힘들게 일하는데 편하게 돈버는 당신들이 대체 왜 그러시오.
하아... 이게 정말 그들의 논리라면 그들은 비난할 대상을 잘못잡은 것이고, 비난의 방법 또한 잘못 잡은 것이다.
조종사들의 요구가 정당한 노동의 댓가라면 그게 얼마가 되었든 간에 우리는 그것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
그들이 지금 벌고 있는 연봉과 기타의 혜택들이 정당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욕할 수 없다.
또한 자신의 상황의 열악함이 그들의 투쟁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
오히려 자신의 노동과 그 노동의 댓가가 정당한지에 대해 고민해봐야함이 올바른 것이다.
물론, 그들이 받는 연봉이 보통 사람들의 연봉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에 그러한 투쟁이 가능다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기 때문에 투쟁하고 싶어도 투쟁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아마 이러한 이유들이 조종사들의 투쟁을 곱게 보고 싶지않게 만드는 것들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러한 논리들이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그 중에서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사람들이 정단한 댓가를 요구한다고 하면, 과연 그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나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니, 당신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않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상황과 대우를 생각해보며, 자신들도 올바른 대우를 받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어째서 노동자들의 올바른 요구와 정당한 댓가에 대한 목소리가 같은 노동자들의 목소리 속에 파묻혀야하는가?
왜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은 커져가면서도,
회사의 부당한 요구나 노동착취에 대한 목소리는 작아지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글들을 읽으면서 언젠가 봤던 100분 토론의 내용이 생각났다.
그 때 패널로 나오신 분들 중에는 한겨레 신문의 논설위원장님이 계셨다.
그 때의 토론 주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때 그 분은 참 흥미로운 통계를 하나 소개해주셨다.
회사의 수입과 이윤은 늘어가는데 비해,
정규직의 연봉은 그에 못미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의 연봉은 아예 고정이었고.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언론이나 사회에서 내놓는 주장은 정규직이 참아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작 고용주인 회사는 이윤을 벌어가면서도 그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받지 못하는데,
약간의 우대를 받는 정규직이 더욱 참아야한다는 논리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었다.
문제의 핵심과 그 해결책이 제대로 빗나간 상황이었다.
물론 모든 회사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란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어디나 회사의 상황과 관계없이 노동자 문제는 어디나 비슷하다.

이번 조종사들의 파업과 그 파업을 바라보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서
나는 비정규직 문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조장하는 세력이 기득권층이라는 의심도 떨칠 수가 없다.
부당한 대우를 모두가 같이 받는 사회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어째서 권력과 부는 몇몇의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그것을 공평하게 분배하려는 노력은 매번 무산되는가?
그리고 그런 노력들을 무산시키려는 힘은 어째서 같은 위치의 노동자-수입과 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노동자-들에게서 나오는가.
정당한 요구와 투쟁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위치와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바라보지 않고,
자신과 같은 위치에, 똑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위치에 남겨두려고 하는 것인가.

아시아나 사태는 아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토론 역시 인터넷에서 계속해서 무척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글을 쓰면서 아고라에 들어갔을 때 몇몇 글은 지워졌는 지 읽혀지지 않았다. 아마 그만큼 파장이 큰 것이겠지.)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언제나 한정되어있고, 편파적이다.
우리는 단 한번도 제대로 노조의 입장과 그들의 투쟁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
우리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욕하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요구가 그들의 입장에서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입장과 곤란함을 내세워 그들을 내려깍기 전에,
내가 지금 받고 있는 대우가 과연 올바른 것인 지, 나의 노동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 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이 땅을 사는 우리가 혈안이 되어있는 부....
그 부에 대한 공정한 분배는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부를 쥐고 있는 것은 좀 더 높은 사람들이며, 노동자의 정당한 대우는 그들과의 사이에서 올바르게 받을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이제는 5명의 정직원만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돌려도 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보자.
그 5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끼리 아무리 평등하게 만들고 싸운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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