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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시대(수정 2010.04.29) 본문

머릿속 탐구/칼럼

극단의 시대(수정 2010.04.29)

☜피터팬☞ 2010. 4. 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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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신문 독립신문에서 찾은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사진)

2010년. 이명박 정권 3년차다.
MB정권이 들어서서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멀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용산 참사부터 가깝게는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사건, 봉은사 외압, 천안함 침몰까지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서 보여지는 보수 혹은 우파라 자칭하는 자들과
진보 혹은 좌파라고 하는 이들의 관점의 차이는 만날 수 없는 대치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가 서로 타협하지 못하고 으르렁대는 것은 단순히 우리 나라만의 사정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정착된 유럽에서도, 우파들이 추종하는 미국에서도 이런 대립은 일상적이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이런 대립을 시스템적으로 보장하는 체제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관점을 인정해주고 각 관점의 충돌과 양보 속에서 발전한다는 것에 있다.
다양한 목소리들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대립되는 관점에 대한 인정이다.
상대에 대한 인정이 있을 때에야 충돌 속에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만이 성숙한 민주주의가 성립할 수 있다.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우는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이야기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않다고 느끼는 것은 나 하나뿐일까?
양보와 타협을 만들어내기 위한 각자의 관점을 인정하는 자세가 지금의 우리 나라에서는 사라져버린 것 같다.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지금은 특히 자신과 생각과 사상이 다른 상대를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심한 것 같다.
심지어는 드라마의 내용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고 빨갱이로 몰아간다는 이야기도 봤다.
그것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MB가 그 근원이라고 대답하겠다.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MB가 사실은 전혀 법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민주주의에서 인정하는 충돌을 최소한의 사회적 소모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법치주의다.
그러나 MB의 시대에 법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이어서 최소한의 사회적 소모가 아닌 극단의 낭비가 되고 있으며
더군다나 자신과는 다른 상대에게 극단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많은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무리하고 강압적인 자세는 단순히 정치의 영역에서만 끝나지않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분야에서 이제는 종교의 영역과 사생활까지 침범하고 있다.
(인권은 오히려 추상적이어서일까. 너무나 많이 침범당해 언급하기가 부끄럽다.)
유인촌 장관과 안상수 의원을 필두로 하여 이번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기까지 했다.
우리 나라는 성문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최소한의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지금의 정부에서는 그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권이 막무가내이기 때문일까?
언젠가부터 이 정권의 비호(?)를 받는 수많은 단체들 역시 막무가내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사진으로 올린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 있을 것이다.
한겨레21의 기사에서 이분들 역시 이념의 시대가 만들어낸 피해자라는 글을 보기는 했지만,
난 이분들을 어떻게 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야 할지 좋은 방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
예전부터 이런 충돌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우파 시민단체부터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이런 막가파 식의 행보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가 아닌가?
심지어 자중하는 편이 좋겠다는 목소리가 그들의 내부 목소리로 나오기도 하지 않는가말이다.

나는 그것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프레임의 위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빌어먹을 '잃어버린 10년' 동안 그들이 잃은 것은 무엇인가?
그 사이에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얼마나 잃어버렸기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잊지도 않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가?
10년 동안 재벌이 해체되고, 집값이 내려가고,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가 성장했는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그 '잃어버린 10년'이 만들어낸 환상의 피해의식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가상의 프레임에 많은 사람들이 갇혔고, 결론적으로 그들의 피해의식은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얻고 싶은 것을 얻었다.
이제와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지만, 이미 공은 그들에게 넘어갔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극단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수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이 되었을까?
아니. 그보다 그것을 이용했던 그들이 훨씬 더 극단적이 되었다.
자신들이 속인 사람들이 진실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자신들이 얻은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들은 극단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신들이 다시 찾은 그 어떤 것을 다시금 써먹어보고 싶은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피해의식이 어떤 것을 얼만큼 사용해도 좋은 지를 잊게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루비콘 강을 오래 전에 건넌 후였다.

일제가 패망하고 패전이 가까워졌을 때 가장 극렬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아닌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왜 이들이 극단적이 되어가는 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근거다.
떠날 사람보다는 남아있어야만 하는 사람이 자신의 주위를 편안하게 만들고 싶은 법이니까.
자신의 악행을 감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 정권의 방송장악은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 못할 것이다.)

그 이후 6.25동란의 경험은 이들이 찾아낸 자신의 반대자들을 처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최근 뉴스와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보면 6.25 이후에 있었다는 일들이 오버랩되곤 한다.
근대사에 별 관심이 없어서 그 유명한 태백산맥조차 읽지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념과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오늘은 공산주의자로 내일은 민주주의자로 서로가 서로를 덧칠하고 죽음으로까지 몰았던 그 때의 이야기를.
지금의 흔히 우파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과 행동을 보면 반세기 전인 그 때 이후로 전혀 진화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빨간색칠'로 모든 사안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빨간색칠'이 나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민주주의 기본인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근거와 목소리는 무시하고 오로지 빨간 색으로 덧칠을 하고 입을 틀어막고 자신들의 귀를 닫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으면 깨달을 수록 더더욱 극단으로 내달려 더 많은 사람들의 입을 막고 귀를 닫아야 한다.
그들은 두려운 것이다.
자신들이 한 악행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 알 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자신들의 안위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한 방법으로 당할 경우의 괴로움과 고통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악을 쓰고 자신들이 잡은 것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놓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이 쓰는 방법은 너무 구태연해서 지겹고 재미도 없다.
물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큰 문제지만...-ㅅ-

카악~ 퉷!

얼마 안 남았다.
계속 밟아라.
하지만 아무리 밟아도 쓰러질 지언정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아둬라.
그리고 걱정마라.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우리는 너희들과 같은 방법을 쓰진 않을 것이다.
이미 너희가 저지른 일들은 다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벌을 줄 수 있을만큼 추하다.



나의 작은 목소리만으로 사회를 변하게 만들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은 목소리가 모여서 사회를 변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깨어있지않은 사람은 목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건 쿨한 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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