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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찰 #6 - 함께 하는 즐거움 본문

머릿속 탐구/낙서

자아성찰 #6 - 함께 하는 즐거움

☜피터팬☞ 2021. 6. 1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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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중에 제일 인싸.

나의 사회적 위치를 스스로 평가할 때 저 말이 가장 잘 맞지 않나 한다.
나를 아는 누군가는 내 평가를 보고 '네가 아싸라고?'하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하고 어울리는 것을 특별히 어려워하지도 않고,
나름 이런저런 모임들도 열심히 하면서 그 안에서 대인관계도 그럭저럭 유지하고
뭐, 그런 모습들을 보면 어느 포인트에서 스스로를 아싸로 평가하는지 갸웃할 수도 있다.
아닌게 아니라 나 자신도 내가 인싸라고 생각했던 적이 꽤 오랫동안 있었으니까.

아싸, 인싸를 굳이 구분하는 것이 우스운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나누자면, 나는 아싸가 맞다.
가장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들하고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하고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
왁자지껄하고 떠들썩한 분위기와 혼자있는 적막한 분위기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별 주저없이 후자를 고를꺼다.
지금은 혼자 영화를 보러 가거나 밥을 먹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좀 더 어렸을 무렵에는 혼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좀 유별나게 취급을 받고는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절에도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고, 때로는 더 좋았다.
혼자서 영화를 보고, 노래방엘 가고, 비디오방에도 가고.
사람들과 술마시거나 함께 놀러가거나 하는 것을 특별히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혼자서 하는 것들이 더 좋았다.
(아싸와 인싸의 구분에 대한 기준이 학문적으로 명확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 이렇다는 정도..^^;;)

그러고보면 취미로 계속 즐기는 것들도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하기보다는 혼자서 하는 것들이 메인이다.
피규어를 모으고, 프라모델을 만들고, 레고를 창작하는 일들은 굳이 어울려서 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취미 생활들이다.
(심지어 게임도 나는 온라인에서 여러명이 하는 게임보다 혼자서 하는 게임을 훠~~~~ㄹ씬 선호한다.)
물론 혼자서 하는 취미를 한다고 해서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 완전히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곳은 그저 정보를 보기 위해 들어갔던 것이 제일 큰 목적이었고,
거기서 특별히 활동을 하거나 내 존재를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가 수집한 것들과 내가 만든 것들의 사진을 올려본 적도 많지 않았고, 앞으로 그럴 생각도 별로 없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그냥 그렇게 혼자 즐기는 것이 좋았던 이 상황을 변화시킨 것은 얼마 전에 불이 붙기 시작한 레고였다.
국내 몇 안 되는 레고 공인 창작가인 김성완 님이 운영하는 브릭인사이드 사이트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

 

브릭인사이드 첫 화면. 클릭하면 사이트로 이동.

브릭인사이드에서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임하고 있다.

매일 올라오는 글의 수가 무척 적기는 하지만, 모든 글에 댓글을 달고 사이트의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중.

이 사이트는 혼자 만들던 창작의 한계를 분명히 느끼게 하고 새로운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내 작품에 대한 특별한 평가를 바라기에는 워낙에 고수들이 많아서 힘들 듯 싶다..^^;)

브릭인사이드는 내가 지속적으로 레고 창작을 하기위한 동력을 제공해주고 있는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고,

여기 올라오는 작품들을 보면서 레고 창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레고에 대해서 사람들과 교감하는 장소다.

예전처럼 혼자서 하는 중이었다면 이미 열정이 사라져 집안 공간만 잡아먹는 짐이 될 뻔한 레고는

아직도 내 영감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브릭인사이드라는 사이트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도 한몫했는데, 이건 언젠가 설명할 기회가 따로 있을 듯.)

브릭인사이드 덕분에 레고 취미의 즐거움이 사람들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약간은 깊이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 꽤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이 사이트로 인해서 프라모델보다는 레고로 점점 무게추가 기울고 있었다.

그저 내가 그동안 수집해왔던 것들로 인한 관성으로 프라모델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었을 뿐.

아주 잠깐이나마 레고로 내 취미 생활의 전반을 옮겨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던 중에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프라모델이라는 취미를 공유하는 티스토리 이웃이 생긴 것이다.

 

Like A Live 님의 티스토리. 클릭하면 이동

오프라인의 인연이 전혀 없는 어떤 분이 내 티스토리에 들어와서 댓글을 남기고 구독을 눌렀다.

그래서 나도 어떤 분인가 호기심이 일어 타고 넘어갔다.

같은 프라모델 취미를 즐기는 분이었는데, 이 분은 나와는 다르게 엄청 열심히 이 취미를 즐기고 계셨다.

훨씬 다양한 장르의 프라를, 훨씬 더 열정적으로, 훨씬 더 깔끔하게 즐기는 모습이 블로그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면서 내 사소한 활동에도 관심을 주고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즐거웠다. 확실히. 누군가와 내 활동을 이야기하고, 역으로 그 누군가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

업데이트 주기가 늘어지는 것에 시큰둥했던 태도에 조금씩 압박이 생기고,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최근에 이 일련의 흐름이 내게 주는 의미를 분명히 파악하게 되었다.

혼자서 하는 것이 분명히 더 편하고 좋았지만, 그것 말고도 즐겁고 좋은 것이 있었다는 걸 말이다.

내가 하는 행위로 인한 즐거움에는 그 행위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그 행위를 함께 해서 생기는 즐거움도 있다는 걸 말이다.

내가 이 블로그를 완전히 비공개로 하지 않고, 오픈된 공간으로 남겨두었던,

너무 오래 전에 자연스럽게 결정해서 지금은 왜 그랬는지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았던 바로 그 이유였다.

혼자서 하는 것에서 얻을 수 없는, 함께 해야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이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그냥 혼자서 작업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하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싸 중에 가장 인싸인 나는, 혼자서 하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오래 전에 그림을 그리던 시절부터, 자극이 되고 경쟁하면서 격려할 수 있는 존재가 보통 있어왔다.

그들로 인해서 나는 내 재능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고, 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즐거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잊고 있던 무엇이 다시 찾아왔음을 알게 된 요즘.

이 일련의 흐름이 나에게 얼마나 의미있게 느끼고 있는지, 나중에 내가 이 기록을 보면 떠올릴 수 있을까..^^;;

지금, 뭔가 내 삶을 더 충실하고 풍요롭게 만들 기회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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