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자아성찰 #5 - 나는 여전히 창조자의 꿈을 꾼다 본문

머릿속 탐구/낙서

자아성찰 #5 - 나는 여전히 창조자의 꿈을 꾼다

☜피터팬☞ 2021. 3. 29. 00:40
반응형

어쩐지 같은 주제의 글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굳이 따지고 보면, 내가 그런 인간이다.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던지고 계속 고민해서 깊게 생각하는 타입.(술자리에서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는 타입...;;;;)

흠흠..;; 비슷한 주제의 이전 글부터 지금까지 1년 정도 지났으니, 시간적 간격은 충분할 것 같고...ㅋ

 

2020.04.21 - [머릿속 탐구/낙서] - 자아성찰 #3 - 창조자의 꿈

 

자아성찰 #3 - 창조자의 꿈

영상물을 잘 보는 편은 아니다. 요즘은 퇴근하면서 매일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지만, 원래 나는 드라마가 되었건, 예능프로가 되었건, 뉴스가 되었건 간에 영상물을 먼저 찾아서 보는 경우는 별

yihas.tistory.com

'창조자의 꿈' 편에서 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신이 되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나는 신이다. 내가 만들고 수집하는 대상들에게는. 나는 신과 같다.

나는 플라스틱 쪼가리에 불과한 것들을 다듬고, 조립하고, 완성시켜서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내가 그것들의 의견을 듣거나 원하는 바를 반영하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나는 그저 나의 의지로, 나의 방향으로, 그러니까 그냥 내 마음대로!! 그것들을 만들어낼 뿐이다.

수많은 전설과 신화와 종교의 신들처럼, 나는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원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한다.

내 바람대로 그들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내 바람대로 그들은 모습을 취하고, 내 바람대로 존재했다가 사라진다.

크아. 기독교의 절대 신 못지않은 엄청난 존재다. -ㅂ-; (자뻑에 취한다~!!)

 

내가 만드는 세계의 존재들

... 써놓고 보니 굉장히 오글거려서 손발이 사라지다 못해 환형동물이 되어서 기어 다녀야 할 수준이 되었는데...

엄격하게 따지자면, (모두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대로) 이게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림의 경우야 내가 원하는 형상대로 그려내긴 하지만, 내 그림 실력이 원하는 대로 뚝딱 나오는 수준도 아니고,

프라모델이나 피규어는 누군가가 제품으로 만들어낸 것을 그저 재구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피규어 완성품의 경우에는 가동형 피규어쯤 되어야 겨우 자세 정도(그것도 가동범위 내에서)를 취할 수 있고,

고정형 피규어는 그마저도 없이 그저 장식장 어디에 배치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내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전부다.

결정적으로 그것들은 원래 있던 것을 재현한 것뿐이고, 내 실력으로는 독창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도 없다.

 

앞서 신 어쩌구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마왕을 물리치려고 했더니,

알고 보니 그 마왕의 뒤에는 대마왕이 있고, 대마왕까지 도달하니까 그 세계의 절대 신이 있는 뭐, 그런 구조.

결국 나는 알고 보면 매우 하급 신에 불과하고, 진짜 창조신은 나조차도 도달할 수 없는 저 먼 곳에 있는... 뭐, 그런 거다.

(와... 전체 구조를 뜯어보니 뭔가 엄청 초라해지는 듯한 느낌이....;;;)

 

내 손으로 완성하지만, 어디까지나 틀은 이미 짜여져 있다.

하지만, 내가 최초의, 근원적인, 어떻게 보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냐 아니냐가 내 취미에서 가장 중요하진 않다.

내가 비록 창조의 구조에서 가장 바닥에 위치하는 능력이 부족한 하급신(?)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나는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좋아하는 대상들을 만들어서, 그것들을 내 세계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즐거울 따름이니까.

(관점을 달리 해보면 그냥 이 세상에 쓰레기를 조금 더 추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조립하는 손 맛이라던가, 지난한 도색 작업 후에 얻는 성취감들은 어쩌면 다 부수적인 요소인 것도 같다.

내 취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나의 세계를 하나씩 완성해가는 것이라는 게 이 취미를 시작하고 30여 년 만에 얻은 결론이다.

 

나에게 있어 이 취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발견한 후에, 비로소 보이게 된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어째서 레고 창작에 대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그 세계를 기웃거리고 있었느냐 하는 것.

최근의 레고 관련 글들에서 반복적으로 밝혔던 것처럼, 레고 창작은 나에게 여러모로 아쉬움 투성이었다.

레고 부품의 크기와 결합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을 활용하는 내 능력은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창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인 면을 따져보면, 레고 창작보다 잘 만들어진 피규어나, 프라모델을 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일 터였다.

하지만, 나만의 세계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레고보다 더 적합한 컨텐츠가 과연 있을까?

 

프로포션도, 관절 강도도, 내가 원하는 수준에서 조금씩 부족한 창작품...

물론, 이미 있는 프라모델들을 개수하거나 재조합해서 자신만의 로봇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그런 식으로 만드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조합이 가능하도록 의도한(마치 레고처럼!!) 프라모델 제품도 있다.

잠깐이었지만, 피규어 원형 제작을 배워볼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하지만 이 똥손이 과연...? ^^;)

내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면서 아쉽지만 인정했던 부분들에 대한 미련은 사실 끊임없이 내 안에 맴돌고 있었고,

레고는 그런 아쉬움에 대해서 앞서의 선택지보다 나에게 훨씬 더 매력적인 선택지였던 것이다.

특정한 어떤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재료로 상상력이 펼치지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레고였으니까.

건물도, 로봇도, 자동차도, 우주선도, 그게 무엇이 되었건 내 의지대로 표현할 수 있는 컨텐츠는 레고뿐이니까.

내 사회적 위치와 입장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레고가 최선이었다.

(물론 아직 인생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생에 또 어떤 것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창조의 측면에서, 레고 창작이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정도의 디테일한 수준은 불가능하더라도

기초가 되는 블럭으로 복잡한 형상의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레고의 특성은

디테일의 부족함을 충분히 넘어서고도 남을 정도로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에게 레고는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창조자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프라모델이나 피규어에 비해서 진정한 창조자의 위치에 가장 가깝게 접근시켜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결국 내가 창조자가 되고 싶었을 때 레고는 결국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었나 싶다.

 

레고로 창작한 나만의 로봇. 이 로봇의 설정은 내가 말하는 것이 공식 설정이다!!

현재 내 취미 생활을 살펴보면, 수집과 조립이 큰 축이 되어서 돌아가고 있다.

프라모델, 피규어, 레고 중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한 상태로 전부 내 수집 범위에 들어가 있다.

(물론 발매되는 모든 것을 다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러기엔 내 지갑이 너무 얇고 집은 너무 작고...ㅠㅜ)

그들 중 수집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에 조립이 필요한 것들은 별도의 수고가 필요하다.

수집과 그 후의 과정들을 통해서,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나는 신의 위치에, 창조자의 지위에 한 발 다가선다.

많이 어설프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것들이 내 삶을 풍요롭고 열정적이며 다채롭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나는 오늘도 창조자의 꿈을 꾼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