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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열정/조립모형

[피규어] MS08소대 시로 아마다 (재도색)

☜피터팬☞ 2021. 8. 1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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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러모로 내 홈피를 핫하게 만들어주었던 1/20 피규어 붓 도색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1.08.09 - [오래된 열정/조립모형] - [피규어] 붓도색 도전 - 1/20 피규어 도색, 실패!!

 

[피규어] 붓도색 도전 - 1/20 피규어 도색, 실패!!

얼마 전에 사망한 컴프레셔의 후임이 아직 없지만, 그것이 내 프라모델 생활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런 기회를 맞이하여 새롭게 도전하기 적절한 주제가 있으니, 바로 붓 도색.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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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라면 귀차니즘에 지배당해서 그냥 이대로 마무리지었겠지만, 

밤에 잠이라도 편하게 자려면 이 끔찍한 결과물(?)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 리뷰를 쓰는 중에 우리의 시로 아마다 군은 접시 물에 얼굴을 박고 있었고, 깨끗하게(?) 세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은 아크릴 물감은 수성이긴 하지만 완전히 마르고 난 뒤에는 물로 쉽게 씻겨지지 않는다는 것.

락카 도료의 경우에는 면봉에 신너 좀 묻히고 닦아내면 바로 도료가 벗겨지는데 아크릴 물감은 아니더라.

-다만 락카 도료의 경우에도 면봉으로 깔끔하게 지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필요한 부위만 사포질 하거나

아니면 흔히 신너탕이라고 부르는 방식인, 신너에 킷 전체를 담가서 벗겨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프라모델은 신너탕하면 부품이 녹아내릴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난 아직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쉽게 씻겨지지 않는 것뿐이지 손도 못 댈 정도로 완전히 단단한 것은 또 아니어서,

열심히 불린 후에 칫솔과 면봉 등을 이용해서 (물리적으로) 열심히 벗겨내면 어느 정도 깨끗하게 벗겨낼 수 있다.

 

다만 물리적으로 벗겨낸 것이다 보니 살짝 상처가 나거나 필요한 부위만 정밀하게 벗겨내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었다.

좀 더 물에 오랫동안 불렸다면 괜찮았을까?

도료가 마른 후에도 신너만 묻히면 바로 닦이는 락카에 비해서, 건조된 후에 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것은 재작업 시의 단점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뒤처리가 매우 부담스러운 신너에 비해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물로 도료를 벗겨낼 수 있는 점은 분명히 장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작업을 하고 나서 발견한 포스팅... 쉽게 아크릴 도료를 벗기는 법이 있었다...;; 역시 사람은 부지런해야...-_-;;

아크릴 도료를 쉽게 벗기는 법은 아래의 Vivid Memory님의 포스팅을 확인하면 된다.

https://vivid-memory.tistory.com/4#comment6195153

 

[밀리터리 피겨 페인팅] 손풀기 - 101공수사단 조소냐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 하기

피겨 모형을 하게 된 동기? 랄까. 20세기의 유년 시절은 어쩔 수 없이 일본의 서브 컬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고, 문방구에서 100원 언저리에 팔던 고무인형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본

vivid-memory.tistory.com

 

아무튼 벗겨낸 얼굴을 새롭게 칠해주는 김에 군인 치고는 너무 허여멀건 했던 피부색도 좀 더 진하게 조색해서 팔까지 새롭게 도색했다.

처음 조색했을 때는 노란색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진으로 보니 이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았겠다는 생각이...;;

게다가 빨리 작업하고 싶어서 킷을 다듬지 않았는데, 팔에 지느러미가 계속 거슬리네... 귀찮아도 작업할 걸...-_-;;ㅋ

 

여기서도 포인트 하나가 있는데, 아크릴 도료는 다 마른 도료 위에 덧칠하는 것이 생각보다 부담이 없다는 것.

색을 막 입혔을 때에는 그냥 하얀색인 얼굴과 기존 피부색 위에 덧칠한 팔이 미묘하게 색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서 건조가 진행되자 두 부분 다 밑 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비슷한 색이 되었다.

물론 기존의 팔 피부색이 너무 밝아서 흰색으로 돌아온 얼굴이나 팔의 색이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으나,

앞서 설명한 내용인, 다 마른 물감은 다시 물이 묻더라도 녹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차폐력도 괜찮은 편인 듯.

 

다만 이 경우에 도료의 농도에 따라서 차폐력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경험이 좀 더 쌓여야 감을 잡을 것 같다.

어쨌든 기존 도색된 부위에 새롭게 색을 올려도 도료의 색이나 농도를 조절해서 괜찮은 수준의 차폐력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굴도 이미 칠해져 있는 도료를 굳이 벗겨내지 않고 바로 작업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덧칠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도료도 두꺼워져서 킷의 몰드가 뭉개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눈의 위치 등이 어디인지는 좀 알고 싶어서 얼굴 부분은 굳이 도료를 벗겨냈다. ㅋ

(뭐, 아크릴 물감의 특징에 대해서 직접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ㅎㅎ)

 

이 경험을 바탕으로 노란 끼가 도는 덧칠한 피부색에 한 번 더 밝게 조색한 피부색을 덧칠했다.

이미 덧칠한 피부색이 영향을 주었을지 확인이 좀 애매하긴 한데, 어쨌든 이제 좀 피부색이 괜찮게 느껴진다.

붓 자국에 대한 미숙함은 물론이고, 역시나 덧칠할 때마다 선명했던 눈의 몰드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더 이상 피부색을 바꾸고 싶어도, 여기서 참지 않으면 얼굴 도료를 다시 벗겨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사진을 확대할수록 미숙한 작업자의 실력이 잘 보이는 것은 덤. ㅋ

그래도 처음 작업한 것에 비해서는 눈의 위치나 모양이 좀 더 선명하게 남았다는 것에서 스스로 대견해했다. ㅋㅋㅋㅋ

 

여러 가지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는 이번 작업에서 반드시 시도해봐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붓.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웃기지 마라!! 아무리 장인이라도 식칼로 보석함 무늬를 새길 수는 없잖아!! 크앙!!

 

이전 작업에서 정밀한 부위를 칠할 때 사용했던 0호 붓.

중국산 저가 붓을 예비용까지 생각해서 똑같은 제품으로 한 번에 2개를 구매했는데...

프린팅만 동일하지, 붓대의 길이가 다르고 붓털의 재질도 다르다. 야이..ㅋㅋㅋㅋㅋ

심지어 아래쪽 0호 붓은 붓털이 제대로 모이지도 않아서 붓질을 해보면 평붓처럼 붓털이 펼쳐지는 효과까지...-_-;;

내가 똑같은 붓을 동시에 2개 사니까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라고 이런 식의 차이를 준 섬세함...이라고 할 것 같냐!!!

개당 2달러가 안 되는 가격에, 해외 배송이었고, 구입하고 한참이나 지났기 때문에 이제 와서 클레임 걸 방법도 없긴 한데...

확실히 붓 같은 것은 돈을 좀 들이더라도 검증된 것을 쓰는 것이 작업 스트레스와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좋은 방법인 듯.

그런데 지금 좋은 붓을 사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지난번 작업의 문제는 단지 저렴한 붓을 사용했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이번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얼결에 지른 00호 붓인데, 가격 면에서는 앞서의 저가형 붓과 차이가 없다.'0';;

물론 붓털의 퀄리티는 이쪽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더 가늘다는 것에 있다.

붓질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꺼운 붓을 이용해서도 가는 선을 만들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붓을 거의 만질 일이 없던 나 같은 사람은 선의 두께에 맞는 적절한 붓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

결국 앞서 망친 최초의 작업은 붓털의 질보다 '0호'라는 다소 큰(?) 붓을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0호 만을 사용해서 완성했던 이전 작업의 결과물과 이번에 00호를 사용한 결과물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머리카락, 특히 구레나룻 부분을 보면 0호에 약간 뻣뻣한 붓을 사용한 결과와 00호의 새 붓을 사용한 결과의 차이가 분명하지 않은가.

구레나룻뿐만 아니라 앞머리도 이전에 비해서 좀 더 정교해졌고, 얼굴과 만나는 부분의 정리도 분명히 나아졌다.

동일한 붓질 실력으로 결과물에서 이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히 붓에 의한 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재작업이 이루어진 며칠 사이에 내가 귀인을 만나서 그분의 내공을 전수받은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니까 더더욱 확실하다)

작업할 위치에 맞는 적절한 사이즈의, 나쁘지 않은 품질을 가진 붓, 정말 중요하다. 초심자에겐 더더욱.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내친김에 눈까지 도전!!

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나 의외로 소질이 있는 듯?

적어도 끔찍했던 살인자의 눈은 확실히 벗어났고 무려 아이 라인까지 넣어줬다.^^;;

여기에 적당히 반사광 정도만 넣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생각하고 흰색으로 반사광 만들기에 도전했다.

 

... 가 실패하고, 그냥 흰자위를 칠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배운 것은 확실히 아크릴 물감의 차폐력은 나쁘지 않다는 것.

물론 1/20 스케일 피규어의 눈이 작은 부위인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흰색을 검은색 위에 칠했는데도 흰색의 발색이 나쁘지 않다.

계속해서 덧칠하는 것은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도료가 두꺼워지고, 그로 인해서 몰드가 묻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두꺼워도 괜찮은 부위는 덧칠을 통해서 수정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좀 더 과감하게 색을 칠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눈동자와 마무리 작업에 돌입하여 완성!!

정면을 보는 눈동자를 그리는 것이 어려워서 옆을 보는 눈동자로 그려 넣었는데 꽤 만족스럽다.

원래 조형되어 있던 눈보다 좀 더 커져서 순둥이 인상에 만화같은 느낌이 강해졌지만... 자연스러우니 괜찮아!! 원래 만화잖아!!

 

덕분에 정면에서 보는 것보다 약간 정측면에서 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ㅎㅎ

눈동자는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하긴 한데, 집중력을 발휘하고 적절한 도구가 있으면 붓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1/24라면 어떨까? ㄷㄷㄷ)

더불어서 작은 사이즈이기 때문에 약간 망쳐도 실제로 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확신도 함께.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드는 사람의 만족이니까.

 

눈동자 작업 후에 피부색을 다시 칠하다가 실수로 군복에 묻은 피부색을 감추고 이전에 지저분하게 칠해진 선들을 조금 정리해봤다.

눈동자가 그려지기 전의 작업 사진과 비교하면 흰색 셔츠 부분과 칼라 부분에 묻어있던 피부색이 정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군복의 짙은 색 부분과 먹선이 들어갈 부분도 살짝살짝 정리했는데, 이번에 삐져나간 물감을 정리하면서는 물 묻힌 붓을 사용해봤다.

효과는 굉장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성인 만큼 완전히 마르기 전에는 물을 이용해서 번진 부분의 정리가 가능하다. 중요 포인트!!

 

확대된 사진으로 보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칠해진 피규어에 무슨 이런 의미부여를 하고 있나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1/20이라는 스케일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실제로 보면 오히려 이 지저분한 것이 묘하게 입체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너무 깔끔하지 않은 것이 뭔가 현장의 군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어줘서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중이다.

 

다만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이보다 작은 1/24 피규어도 깔끔하게 칠하시는 실력자도 있다. (심지어 많다!!)

이번 작업에는 킷의 성격과 방향에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좀 지저분해도 괜찮은 부분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앞서 말한 만드는 사람의 만족, 즉 내 만족감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것뿐..^^;

만약 이 피규어가 미소녀 피규어였다면... 음... 당장 칠한 거 다 벗겨내거나 새 킷을 사서 재작업해야지. ㅋㅋㅋ

 

실패한 첫 작업의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잡은 MS08소대의 시로 아마다 재작업.

두 번째 작업은 첫 번째 작업보다 결과물에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모로 배운 것이 많은,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이번에 배운 것들을 좀 정리하자면,

 

1. 아크릴 도료는 수성이지만, 완전 건조된 후에는 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덧칠하기 아주 좋다.

2. 하지만 완전히 건조되기 전에는 물을 이용해서 수정이 가능하다. 망친 부위를 수정하고 싶으면 되도록 빠르게 수정하자.

3. 1과 2를 응용하면, 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가능할 듯. 여러모로 힌트를 주신 LAL(Like A Live)님 감사합니다.

4. 붓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생각하지 말고, 세밀한 작업을 할 때는 세밀한 작업이 가능한 붓으로. 내 수준을 알자.

5. 돋보기 하나 마련해야겠다. 아무리 눈이 좋아도 커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큰 교훈은 붓의 적절한 사용처와 수성 아크릴의 특성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ㅋ

그리고 다음 작업 전에 돋보기를 하나 마련해야겠다는 것... 눈은 나름 자신 있었는데 이제 노안이 확실한 것이 가까이 있는 것이 잘 안 보여...ㅠㅜ

가능하면 돋보기 구매할 때 붓컨디셔너도 하나 마련해야겠다.

이번 작업에서 붓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고, 마침 LAL님의 포스팅을 통해서 적절한 붓컨디셔너에 대한 정보도 얻었으니...

이제 돈만 모으면 되는데... ㅋㅋㅋ 앞으로 몇 달간은 엄청 궁핍할 예정이라... '-';a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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