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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붓도색 도전 - 1/20 피규어 도색, 실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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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붓도색 도전 - 1/20 피규어 도색, 실패!!

☜피터팬☞ 2021. 8. 9.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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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사망한 컴프레셔의 후임이 아직 없지만, 그것이 내 프라모델 생활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런 기회를 맞이하여 새롭게 도전하기 적절한 주제가 있으니, 바로 붓 도색.

 

나름 미술을 열심히 했어도 흑백 만화만 그리느라 만져본 물감이라고는 수채 물감과 포스터물감이 대부분이었지만,

뭐, 물감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 싶은 생각과 요즘 프라모델 도색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붓 도색을 해보자는 생각에 준비한 아크릴 물감.

수채 물감을 프라모델에 바를 수도 없고 말이지. ㅋ

 

이 대담한 도전(?)에 기꺼이 동참해준 킷은 바로 MG Ez08에 들어있던 1/20 스케일의 시로 아마다.

1/20이라는 스케일의 크기가 감이 잘 안 오는 분도 있을 수 있는데, 엄지 손가락과 비교하면 대충 사이즈에 대한 감이 올 듯.

 

색상은 옛날 레진과 비슷한 누리끼리하지만 무척 말랑한 느낌의 재질로 조형 수준은 좋은 편이다.

이번에는 완성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실험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파팅라인 정리 등은 하지 않고 그냥 진행하련다.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을 한다고 해도 서페이서 등 밑 작업을 해주는 것이 작업을 위해 더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식하면 용감하고, 시간은 금이기 때문에 일단 한번 물감을 발라 보는 것으로 첫 번째 시도를 들어갔다.

 

작례를 찾아보니 색이 그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밝은 황톳빛의 군복을 입은 사진이 괜찮아 보여서 조색을 해봤다.

킷의 기본 바탕색이랑 비슷하기도 해서 적당히 칠해도 티가 잘 안 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 열심히 붓질을 하는데 몸통 부분이 좀 이상하다?

조색해놓은 색이 다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몸통 부위를 덧칠하고 있던 중에 도료가 벗겨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색을 다시 맞추기 어려우니까 기존의 색이 다 떨어지기 전에 말라가는 도료에 "물을 묻혀서" 다시 덧칠하기를 반복했다.

 

열심히 작업한 결과, 기존에 잘 칠해놓은 곳까지 열심히 벗겨냈다...... 아, 젠장.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수성 도료였기 때문에 물을 묻혀서 작업을 할 경우 완전히 작업하지 않은 밑 색에도 영향을 준다.

물감 박스에 물에 희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되어있었는데, 물감인데 물을 안 묻히고 작업할 수 있냐는 안일한 생각이 만들어낸 참사.

바로 세면대에 들고 가서 칫솔로 도료를 벗겨내면서 느낀 것인데, 아크릴 물감은 어느 정도 마르고 나면 물에 녹는 것이 아니라 껍질처럼 벗겨진다.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첫 번째 시도는 실패.

 

시작하자마자 상콤하게 실패한 후에, 바르는 색도 구분하고 도료도 좀 더 잘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꺼낸 스프레이형 서페이서.

피규어 도색을 할 때 퍼티 작업 결과를 바로 확인하기 좋겠다 싶어서 쟁여두었던 서페이서인데,

구입한 지 상당히 오래된 제품으로 그동안 존재 자체를 잊고 있던 물건..^^;

 

그리고 안에 있는 가스가 전부 세어나가서 도료가 분사되지 않더라는 후기. 아, 젠장 2.

다시 뒤지다 보니 Mr.Hobby사 스프레이형 서페이서를 발견했는데, 이쪽은 아직 쓸만해서 조금 안심했다.

스프레이형 도료는 제 때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꺼내기 어려운 도료 보관통이 되어버린다는 교훈을 얻었다...;;

 

서페이서를 뿌릴 때 잡아줄 곳을 만들기 위해 피규어 발바닥에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며) 핀 바이스로 구멍을 뚫어주고 이쑤시개에 끼워주자.

 

서페이서 작업 전.

 

서페이서를 올리고 난 후.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Mr.Hobby의 서페이서도 시간이 좀 지나면 못 쓰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쓸 일이 있을 때 과감하게 사용해줄 필요가 있을 듯.

 

실패의 경험을 떠올리는 황토색 군복에서 (여름이니까) 파란색 군복으로 선회했다.

이번에는 붓칠을 하면서 물을 전혀 묻히지 않고 칠해봤는데, 서페이서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색도 훨씬 잘 입혀지더라.

군복 전체를 칠하면서 대충 붓 도색에 대한 감을 아주 살짝은 잡을 수 있었다.

 

붓 도색을 하는 모델러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말대로, 첫 붓칠에서 끝낼 생각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칠하면서 반복적으로 칠하는 방법으로 작업하면 비교적 의도한 색상대로 색이 입혀지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보는 것에 비해서 사진으로 보면 붓칠 한 질감이 거친 것이 잘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첫 붓 도색을 한 미숙함에, 물감도 고급 물감은 아니기 때문일 듯.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질감이 나쁘지는 않다.

에어브러쉬 작업으로 만든 매끈한 질감에 비해 뭔가 색다른 느낌도 나고, 거친 군복 같은 인상도 들고.

 

이제 초등, 아니 국민학교 시절에 배운 피부색 조색 방법을 사용해서 피부를 칠해주고, 눈, 코, 입을 그려 넣으면...

 

어...? 어...?? 어....???

다른 곳은 몰라도 눈은 직접 그려 넣어야 하는데,

이 작은 크기의 눈을 제대로 그릴 자신이 없어서 이쑤시개로 찍어 넣은 결과.JPG

 

눈동자가 없던 원래의 킷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내가 작업한 결과를 보니... 어... 음.... 아, 젠장×3.

진심으로... 꿈에 나올까 무섭다...;;;

아니, 인터넷에서 작례를 찾아보면 이 작은 눈에 아이라인도 그려넣고, 반사광까지 표현하는 분들도 있던데... ㅠㅜ

물론 시작부터 그런 괴수의 영역을 바라는건 너무 과한 욕심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망칠 수가 있는 걸까...

하지만 일단 다시 작업하는 건 싫으니까, 먹선이라도 넣어서 시선을 분산시켜보면 어떨까.

 

먹선은 타미야의 패널라이너를 사용해서 시도해봤다.

과연 에나멜 신너에 아크릴 물감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일부러 에나멜 먹선을 넣고 신너로 먹선 정리.

(사실 이때부터 약간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상태였음. ㅋㅋㅋ;;;)

 

에나멜 신너에 아크릴 물감이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먹선이 깔끔하게 지워지지는 않더라...;

뭐, 웨더링 효과를 넣었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거대로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면봉에 신너를 묻혀서 먹선을 정리하다가 지우면 안 되는 선까지 지워버리는 미숙함이야 익숙해진 지 오래고...- 3-;

아니, 처음부터 깔끔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생각은 없었다... 고 변명이라도 해야겠다...ㅠㅜ

 

실제로 보는 것보다 사진을 찍으면 확대해서 보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부분들이 꽤 많다.

물론 이전 작업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지만, 1/20 정도의 피규어 작업은 처음이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인데,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그냥 봤을 때는 알 수 없거나 잘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진으로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옷깃이 만나는 부분에 물감이 신너를 닦아내는 과정 중에 벗겨진 것도, 목 부분에 지저분하게 먹선이 번진 것도 모두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아, 젠장 4.

 

그렇게 일단 완성은 했다.

 

처음 시도해본 붓 도색이었는데, 짧고 간단한 작업 중에 생각보다 많은 상황을 만나고, 많은 걸 배웠다.

일단 붓 도색 자체는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다.

에어브러쉬 작업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사람들이 왜 붓 도색을 즐기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할까.

아크릴 물감의 특성은 에나멜이나 락카와는 또 달라서 그런 재료의 차이에서 오는 도색 방법이 주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만큼 모르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특히 붓 사용에 아직 서툴러서 작은 부분을 칠하는 게 상당히 까다롭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어깨 부분처럼 색이 다른 곳은 마스킹 테이프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되겠지만, 눈동자의 처리는 과연?

에나멜의 경우에는 그려서 완성하기보다는 지우면서 완성하는 느낌으로 작업하는데 아크릴 물감도 그게 되나?

이런 부분은 상황에 맞게 도료를 바꿔가면서 작업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듯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번 야심 차게(?) 도전했다가 대차게 말아먹은 첫 붓 도색이자 1/20 사이즈 피규어 도색.

 

사실 이번 작업은 그동안 쟁여둔 밀리터리형 피규어들에 붓 도색을 적용하기 위한 연습이었는데...

앞으로의 작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지금 발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커져버렸....ㅠㅜ

심지어 이번에 작업한 건 작아도 1/20이었지....

 

작업 목표는 더 작은 1/24 사이즈...

(1/60이나 1/100이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_-;;)

이... 일단 아크릴 물감과 인간형 피규어 도색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

아, 젠장 5.

 

P.S : 결국 재도색을 시도했고, 재도색한 결과 훨씬 나아졌다.

2021.08.18 - [오래된 열정/조립모형] - [피규어] MS08소대 시로 아마다 (재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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