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24년 8월 8현전(衒展) 본문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노원 구청에서 관심이 가는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걸어서 20여분 정도만 가면 되는 거리라 주말을 기해서 별이와 함께 외출.
노원 구청에서 종종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행사를 열고는 했는데,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월 5일에 시작해서 9월 6일에 종료하는 이번 전시는 "8명의 작가가 뽐내는 프라모델 전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8현전".
노원 구청 건물 오른쪽의 개방된 공간에 프라모델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 자체가 무료이고, 더위를 피해서 휴식을 취하려는 일반 시민분들을 위한 장소가 프라모델이 전시된 공간과 겹쳐있었다.
이러한 공간 배치 덕분에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고 친근한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듯해서 좋은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원구청 전시 기획자 칭찬해!!
들어가면서부터 심상치 않은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별이와 내 발걸음이 처음으로 향한 작품은 강제모 작가님의 자이언트 로보.
별이와 나 둘 다 로봇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단 크기가 상당해서 존재감을 제대로 뽐내고 있었다.
크기를 차치하고서도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웨더링에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얼굴 묘사의 조화가 압권이다.
다른 디테일도 훌륭했지만, 특히 강조된 얼굴 표현 덕분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효과가 있었던 듯.
연속해서 정리된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3차원의 모형임에도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는 것.
조명이 만들어내는 모형 자체의 기본 음영을 강조한 도색이 작품을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있었다.
어느 작품을 봐도 모형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입체감 이상을 뽐내고 있다.
... 이 옆에 내가 똑같은 모형을 채색해서 전시했다면,
지금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입체감 이상의 입체감'이라는 표현이 더 잘 전달될 텐데...^^;;
이러한 '입체감 이상의 입체감'은 조형이나 조명 때문이 아니다.
도색 자체가 만들어내는 표현이다.
그리고 조형물의 입체감을 도색으로 강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색 실력이 문제가 아니고 입체물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그리고 강조된 입체감은 작품을 관람하는 각도를 조금만 달리 하는 것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그 지점이 멋진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입체 조형물을 감상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보면 Ma.K 제품 중에 이런 제품이 있었나? 하고 착각할 법한 자작 메카(네??) 작품.
역시 그냥 도색만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어... ㄷㄷㄷ 생각해 보니 이 무슨 당연한 소리를!!
그 옆에는 박성윤 작가님의 LED 특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암막 커튼이 둘러져 있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라퓨타의 거신상.
(작품의 전시 상황을 점검(?)하러 오신 작가님 일행 중 한 분이 암막 커튼 속에서 감상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확실히 LED를 설치하면 작품에 일종의 생동감이 생기는 듯하다.
게다가 모든 작품들이 그냥 계속 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를 눌러야 불이 들어오게 만들어져 있어서,
정적인 작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빛이 켜지고 꺼지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느낌을 준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물질 중에 빛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 때문에도 무언가 생동감이 생기는 듯도 싶다.
다만 나는 LED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작업 과정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떠올리는데... 어휴... 나는 무리다 무리..-ㅅ-;;
그런데 사진을 다 정리하고 보니까 박성윤 작가님 개인 판넬 사진을 안 찍었다??!!
나름 꼼꼼하게 사진을 찍는다고 찍었는데...ㅠㅜ
복원 작업한 작가님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ㅠㅜ;;;) 레트로 프라모델 복원 전시를 시작으로 다음 작가님 작품으로 이동.
원래는 아이들의 독서 공간으로 마련된 장소를 활용한 것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해야 하는 장소였다.
둥그렇게 빙 둘러쳐져 있어서 방향은 크게 상관없었지만, 우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감상 시작.
이번에는 박창식 작가님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 중에 내 마음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 바로 이 Cocytus라는 작품이다.
하얀 배경에 선명하게 붉은 핏자국 묘사와 심상치 않은 인물들의 배치,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탄식의 강(Cocytus)'이라는 제목까지,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별이도 이 작품을 보고는 작품 속 상황에 대해 호기심을 표현했고, 우리는 잠시 작품 앞에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했다.
작품의 구도뿐만 아니라 디테일도 굉장했는데... 끌려가는 인물의 왼쪽 다리에 표현된 북극곰의 발톱 자국을 보라고!!
박창식 작가님의 작품은 도색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언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구성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모든 작품이 다 역동적이거나 구체적인 어떤 상황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연속된 상황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 뛰어난 도색 실력은 기본. ㅋ
기획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데 디테일한 묘사를 놓치지 않는 실력 덕분에 작품에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었던 듯.
그리고 그런 복합적인 상황을 한 번에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사진 구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리뷰 글에서는 대부분 사진 한 장만 올려놨지만... 이건 직접 보는 편이 당연하게도 훠어어어얼씬 좋다.
한 장의 사진에서는 미처 발견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장면과 장치들을 직접 보면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왜인지 박창식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다나카 타츠야의 누아르(?) 혹은 하드코어(?) 버전처럼 느껴졌다.^^;;
다음은 엄청난 인물 묘사력을 보여주신 박준우 작가님의 작품들.
앞의 강제모 작가님 인물 표현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요즘 인물 도색에 부쩍 관심이 늘었는데, 덕분에 작품들을 보면서 무언가 느끼는 것이 많았다.
다만 저렇게 음영을 강하게 주면서도 부드럽게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는...^^;;
멋지게 도색된 피규어들을 보면서 나름 자극도 되고, 공부도 되었지만... 그만큼 일종의 벽도 느끼게 되었다. ㅋ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구나... ㅎㅎ;;;
박준우 작가님 작품들 옆에는 이원희 작가님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었다는 특징 외에도 작품의 배경에 반드시 바다가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다른 쪽에서 얻은 정보로는 이원희 작가님이 함선과 바다 작품 전문가시라고...!!)
자이언트 로보를 보러 가는 길에 별이 눈을 사로잡았던 '오키나와 전투' 작품.
정면에서 찍다 보니 배의 뒤쪽에서 솟구치는 물보라를 제대로 담아낼 수가 없었는데,
뒤쪽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휴식을 하러 오신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서...ㅠㅜ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한 기만작전으로 행해졌던 장사상륙작전을 묘사한 작품.
사진으로 봐서 작은 것이 아니라 실물로 봐도 정말 깨알같이 작은 크기인데... 그걸 저렇게 다양하게 많은 수를 묘사하고 있다. ㅎㄷㄷ
바다와 관련된 제품은 지금까지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앞으로도 관심을 주지 않을 예정이지만...
멋지게 표현된 바다 작품들을 보고 있으려니까 괜히 머릿속으로 이런 걸 만들려면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상상하게 된다. ^^;;
아... 안돼!! 그 영역은 너무 위험(?)하다고!!
한국모형협회 협회장이시라는 강신금 작가님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별이가 흥미로워했던 또 다른 작품인 해바라기 레스토랑.
전쟁 중인 것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평화로운 배경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듯한 모습에서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관람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아이러니를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을 테니... 작품은 꽤나 성공적!!
기본적으로 작품들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더 잘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모형에 관한 조예가 깊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강신금 작가님의 작품은 모형의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실존하는 대상을 축소하여 보여주는 것이라는, 모형의 시작점을 보여준다고 할까.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종종 느끼고,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와닿는 한 가지는, 기본에 충실할 것.
강신금 작가님의 작품은 가장 베이스가 되는, 그리고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들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멋진 작품들이었지만, 나와 별이가 동시에 그래 이거지 했던 작품들은 이강호 작가님의 작품들이었다.
이강호 작가님의 작품은 타카라토미에서 출시한 조이드로 추정되는 제품을 이용해서 만든 메카(?) 곤충들이었다.
역시 다른 쪽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행성 Zi에서 메카 곤충을 채집하여 표본으로 만든 컨셉의 작품들이라고.
하지만 표본이 된 메카 곤충들은 조이드 제품 그대로가 아니라, 특색 있게 커스텀이 되어 있다. ㅎㅎㅎ
사마귀 컨셉의 메카 곤충도 있었고...
전갈 등의 메카 곤충도 있는 등, 꽤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작품이 배치된 위치 때문에 뒤쪽에 전시된 작품들은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ㅠㅜ
혹시나 싶어서 수동 기능을 이용해서 찍어봤지만... 처참하게 실패...;;;
혼자서 전시회에 갔다면 시간을 좀 들여서라도 사진을 찍었겠지만... 내 옆에는 아직 인내심이 부족한 별이가 함께였고...;;
물론 앞쪽에 전시되어 있어서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멋진 메카 곤충들도 상당히 많다.^^
풍뎅이 컨셉도 멋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거미 컨셉이 그렇게 마음에 들더라.^^;;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하얀 과부 거미.
어우... 저 매력적인 몸매 좀 봐!!
그다음으로는 오중석 작가님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액자식 구성인데, 이 작가님 작품의 특징은, 액자 배경에 모형 작품의 그림이 있다는 것?!!!
과연 모형 실력을 바탕으로 그림까지 출중하신 것일까..?? 아니면 그림 잘 그리시던 실력을 모형에서 발휘하신 것일까..??
뭐가 되었건 아무튼 모형도, 그림도 어느 쪽을 감상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멋진 작품들이었다.
그렇게 그림과 매칭하며 모형을 감상하던 별이의 궁금증.
"그런데 그림을 먼저 그리셨을까요?? 아니면 모형을 먼저 만드셨을까요??"
.....
"그... 그러게...?"
어느 쪽이 우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작품 컨셉도 꽤나 재미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던 도중에, 나중에 별이가 아빠가 만든 작품들로 이렇게 그림을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이 썩 시원스럽지는 않았다. ㅋㅋㅋ
아니, 뭐 꼭 그렇게 하길 바라는 건 아니긴 했지만서도... 별이는 일단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구석이 없지 않은 듯... ^^;;
2차원 그림과 3차원 모형의 관계는,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책과 관련 상품들과의 관계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각각의 컨텐츠는, 컨텐츠가 가진 특성 등에 의해 가지고 있는 장단점과 매력이 다르고,
그렇기에 어느 한쪽의 컨텐츠 만으로 모든 부분(니즈)을 충족시키기에는 어렵다.
모형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만화책이나 화면을 통해서 보는 2차원의 대상을 3차원 실물로 직접 만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 3차원 실물이 가지는 매력은, 컴퓨터에서 3D 모형으로 같은 모형을 아무리 잘 구현해도 완전히 동등해질 수 없는 지점이다.
그렇기에 모형의 매력을 즐기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가능하다면 그 매력을 다른 사람의 손이 아닌 내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는 8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그 매력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해주는 기회였다.
추가로, 사실 내가 이 전시회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는 '노원에서 프라모델 전시회가 열린다' 정도였다.
그 단순한 정보에 나름의 디테일과 추가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네이버 블로거로 활동 중이신 '유리달'님의 블로그 포스팅.
https://blog.naver.com/glasmoon00/223561945291
유리달님에게는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덕분에 전시회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이런 좋은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더불어서 정말 소중한 일이다. ㅎㅎ
정작 사는 곳은 노원구가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곳 구청보다 노원 구청이 더 가깝다고!! ㅋㅋ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좋은 전시가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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