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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들/일탈

2024년 1월 14일 ~ 20일 사이의 기록(18일)

☜피터팬☞ 2024. 1. 19.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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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여행기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길고양이조차 없는 고요한 새벽 3시.

 

그 새벽에 길가에 쌓인, 키보다 높은 눈더미의 비밀을 풀어주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린 눈을 모아서 저렇게 쏴주는(?) 장비가 있었다니... 하긴 눈삽만으로 저렇게 높게 쌓을 수 있을 리가 ㅋㅋ

이렇게 또 도시 촌놈은 새로운 세상을 배워갑니다. ㅎㅎ  

 

그렇게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지식이 쌓인 밤이 지나고 평소와 같이 시작된 아침.

바로 어제까지 맞이하던 도쿄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아오모리다.

 

아오모리의 첫 아침은 전날 편의점 미션에서 구한 라멘이다.

 

안타깝게도(?) 어제 도쿄역에서 먹었던 츠케멘보다 이쪽이 더 만족스러웠는데,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처럼, 식품업계의 내로라하는 석박사들이 발명해 낸 결과물인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ㅋ

 

라멘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아오모리에서의 첫 일정을 위해 숙소를 떠났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번화가가 아니라서인지 거리는 한적 한적했다.

매일 북적이는 도시가 삶의 베이스라서 그런가, 나는 이런 한적한 도시의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한적함은 시골의 한적함과는 다른데, 여기에는 어딘가 우수에 젖은 느낌이 있다고 할까?

한적해서 마냥 좋기만 한 그런 느낌은 아니기는 한데... 

... 평소에 이런 한적함을 느끼는 경우는 보통 지각했을 때이기 때문인가...-ㅁ-;

 

눈이 잔뜩 쌓여있는 북쪽의 도시였음에도, 날씨는 전혀 춥지 않았는데 오히려 훨씬 남쪽에 있는 도쿄에 있었을 때가 더 추웠다.

덕분에 지붕에 쌓인 눈들이 녹아서 비가 내리듯 흐르는 장면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캐리어 없이 가벼운 몸으로 도착한 아오모리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도쿄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느라 JR에 신세를 졌는데, 아오모리에 와서는 버스로 신세를 지게 되네. ㅎ

JR 동일본 도호쿠 패스를 야무지게 써먹는 중이다.^^;

근데  아무튼 민영화는 반대. 

 

고속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마주한 아오모리 시내의 풍경 역시 한적했다.

높지 않은 건물, 넓지 않은 도로, 많지 않은 차와 사람들.

어느 국가나 외곽 도시들이 주는 한적함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마나님과 나는 우리나라의 지방 소도시를 떠올리기보다는 괌을 떠올렸다.^^;;

 

조용한 시내를 구경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들어온 풍경.

보이는 것은 눈과 나무들 뿐이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느끼며 내린 곳은 핫코다산 로프웨이 산기슭역.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버스에서 내렸는데, 내린 곳 거의 바로 앞에 로프웨이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함께 내린 사람들의 복장이나 장비에서부터 스키나 스노 보드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별이는 자기 키를 훌쩍 넘게 쌓여있는 눈과 함께 정신없이 놀기 시작했다.^^;

여행 초반 마인크래프트 팝업 스토어에서 구입한 칼을 신나게 휘두르는 중.

 

스키와 스노 보드를 타려는 사람들과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라가기 위해 대기 중.

일본인들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어디서나 확연히 구분되는 중국어 덕분에 중국인들도 정말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고도가 올라가면서 조금씩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정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우리를 반겨준 풍경.

와...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이곳의 모든 것은 눈으로 뒤덮여서 원래의 형상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구름이 짙게 끼어서 시야 확보도 곤란했다.

무시무시한 풍경에 비해서 추위는 버틸만했는데, 바람이 계속 불고 눈이 깊게 쌓여있어서 방심하면 금방 체온이 떨어질 듯.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지만, 솔직히 화면에는 온통 하얀색만 보여서 어떻게 찍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이 눈의 왕국에서 벗어나 캠프로 들어오고 나서야 겨우 확인이 가능한 수준으로 눈이 많았고 구름이 짙었다.

 

온통 새하얀 풍경과 짙은 구름 때문에 우리가 베이스캠프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확인이 안 될 무렵,

갑자기 구름이 살짝 걷히고 우리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저렇게 조형물을 비롯한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더라.

우리 가족이 갔던 방향과는 약간 다른 방향이었는데, 조금 전까지 전혀 보이지 않던 풍경이었다.

 

짙은 구름 속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핫코다산의 풍경은 언제 그런 것이 있었냐 싶게 곧 다시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른이 되어서 눈에 대한 감흥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행 와서 보는 눈은 즐거웠는데,

핫코다산의 눈을 경험하면서 눈이 상당히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내려갈 때까지 신나 하던 아이와는 다르게 나는 이 눈이 만들어낸 엄청난 위력과 인간의 나약함이 계속 상기되었고,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아주면서도 눈과 관련된 부정적인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와... 정말이지 거대한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감정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어떻게 알기 어렵겠더라.

그동안 남극 기지의 연구원들이 겪는 어려움이라던가, 설산에서 발생한 조난 사고와 같이 눈과 관련된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그 이야기 속 사람들이 경험한 상황과 감정은 알 수 없었는데, 여기에 와서 그것들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내 평생에 본 눈보다 여기서 본 눈이 더 많은 것 같았고, 핫코다 산에서 본 것과 같은 풍경을 또 볼 일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TV에서 언젠가 봤던 겨울의 한라산이 이런 모습이었는데, 내가 등산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아마 못 볼 듯? ㅋ  

 

마나님 이야기로는 날씨가 좋으면 또 다른 풍경이라고 하던데... 아니 나는 구름이 이렇게 낀 풍경도 괜찮았다.

날씨가 맑았으면 이런 무시무시한 경험(?)은 못 했을 거 아냐.^^;;

 

뭔가 잔뜩 겁을 주는 분위기의 이야기들만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상에서 매우 즐겁고 재미있게 놀았다.

무릎까지 빠지고도 더 빠질 것 같은 눈을 밟고, 눈을 던지고, 눈으로 뒤덮인 나무를 만져보며 우리는 즐거웠다.

다만, 자연의 엄청난 위력을 그대로 경험하게 되면서, 즐거운 감정들이 생기는 동시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려움과 경외감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나름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즐거운 감정이 훨씬 더 많았지만, 정리를 하는 단계에서는 무서운(?) 부분에 대한 감상이 더 많아진 듯.

 

복잡한 심경을 안고 내려온 후에 버스를 타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가쿠라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역시 어마어마하게 눈이 쌓여있었고, 별이는 핫코다산 정상에서 하던 놀이를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숙소 들어와서는 계속 게임만 하데?

 

호텔 내부에서 발견한 제설차.

새벽에는 캄캄한 어둠과 위치 때문에 어떤 방식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는데,

밝은 곳에서 보니 그래도 대충이지만 좀 더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눈을 치우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정말?

 

호텔 구석구석에는 눈이 만들어낸 신비한 풍경들이 가득했다.

 

조가쿠라 호텔은 로프웨이 산기슭역과 멀지 않은 만큼 주변에 민가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 산속에 위치한 호텔로

일본의 료칸을 체험하고 싶다는 마나님의 바람이 반영된 숙소이다.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비슷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는데...

오늘 밤 별일 없겠지???^^;;;

 

도착해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점심을 때워야 했는데... 호텔 매점에 구비된 것들 중 식사로 할만한 것은 라멘뿐이었다.

아침도 라멘, 점심도 라멘... 아니, 내가 라멘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인터넷도 상당히 느린 편이라서 오늘 사진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 끄응.

 

아무튼 빡빡했던 도쿄에서의 일정과는 다르게 아오모리에서의 일정은 상당히 여유 있었기 때문에 식사 후에 적당히 띵가띵가 거리다가...

 

별다른 일정 없이 곧바로 저녁 식사.

저녁 식사를 하면서 우리 예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어쩌다 보니 성인 2명만 예약이 되어 있어서 별이의 식사가 없었던 것.

저녁도 저녁이지만 내일 아침도 걸려있어서 곤란했는데, 마침 서빙을 보던 직원 중에 한국 직원이 있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했다.

고마워요, 정인우 직원!!^^

얼굴도 서글서글하니 좋은 인상에 친절하기까지 하지 뭐야!!

호텔 사장님이 직원 뽑는 재주는 확실히 있으신 듯!!

 

저녁 식사는 코스 요리였는데... 메뉴판을 번역기로 돌려봤지만, 무슨 메뉴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마나님도 현지 음식 이름이라서 해석에 애를 먹었는데... 아나 모르나 어차피 주는 대로 먹을 뿐인 입장에서 알아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ㅋㅋ

 

코스 요리인만큼 요리가 나오는 순서대로 사진을 찍어야 했다. ㅎㅎ

아래는 미리 준비되어 있던 전채이고 위는 첫 번째로 내어 준 해산물과 회.

 

콘수프와 비슷한 두 번째 요리가 나오고...

 

곧이어 튀김과 생선 요리가 나왔다.

... 음식 이름 안 적어놓으니까 되게 없어 보이긴 하네...;;

 

바닥에 깔린 튀김까지 먹고 나니까 샤부샤부가 나왔다.

그런데 여기 샤부샤부는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로 나오더라.

 

돼지고기를 먹고 난 후에 고등어회 초밥과 새우 경단 국이 나왔는데... 깜박하고 고등어회 초밥 사진을 안 찍었다...;;

코스요리에도 익숙하지 않은데, 음식 사진 찍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발생한 사건... 내 그랄 줄 알았다. ㅋㅋ

 

그리고 마무리로 작은 찹쌀떡과 셔벗까지 즐겼다. ㅎㅎ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북쪽 음식답게 짠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널널한 오늘의 일정 덕분에 마음도 여유가 생겼는지 음식 양이 좀 부족한 것도, 내 취향의 음식이 없었던 것도 아무 문제가 안 되더라.^^;;

근데 나는 확실히 코스 요리보다는 한 번에 좌악 늘어놓고 먹는 편이 더 좋기는 한 듯.

내 맘대로 못 먹고 주는 대로 먹으니까 되게 감질나는 듯. ㅋ

 

그렇게 적당히 저녁을 마무리하고는 온천에 들어가기 위해 내려왔다.

온천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은 이것까지만.

이 포스팅은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합니다.

 

온천욕을 마치고 아까 봐두었던 운동기구(라고 쓰고 놀이기구라 읽는다)를 가볍게 즐기고 침실로 돌아왔다.

 

아오모리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낸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번 여행의 목적인 쇼핑 관광의 방향성을 생각해 보면 도쿄가 더 적절하겠지만, 도쿄에만 있었으면 아마 힘들어서 쓰러졌을 듯. ㅋㅋ

 

근데 오늘 별로 한 것도 없어서 일찍 포스팅하고 잘 줄 알았더니만... 완료 시간 실화냐...-_-;;

 

2024.01.20 - [내가 본 것들/일탈] - 2024년 1월 14일 ~ 20일 사이의 기록(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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