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글력을 키우자 #15 - 프로젝트 설정이 때로는 마치 살아있는 듯 느껴지기도. 본문
거의 행성급에 맞먹는 운석이 화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천문계의 관측은,
발표 당시에는 대부분의 인류에게 그저 우주적 쇼에 지나지 않는 이벤트였다.
화성과 운석의 충돌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요한 이슈였을 뿐, 화성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 거대 이벤트가 진정한 의미의 거대 이벤트가 된 것은
소행성으로부터 자원을 채굴하기 위한 화성 기지 건설이 필요하다는 논의와 맞물리면서였다.
각국 정부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기업들의 계산 또한 쉽게 끝나지 않았다.
화성으로 빠르게 진출해서 사업의 우선권을 잡고 싶기는 하지만, 거대 운석 충돌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운석이 화성과 100% 충돌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충돌하는 순간 화성과 그 인근에 거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오히려 이 운석의 경로가 현재로써는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보다 화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위안일 정도로,
태양계로 접근하고 있는 우주적 규모의 거대한 운석과 비교해보면 인류의 기술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화성 진출은 이제 전 지구권(지구와 달, 지구 인근의 스페이스 콜로니)적 이슈로 떠오른다.
진출론자들은 화성으로의 진출을 서두르되 운석 충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고,
신중론자들은 운석 충돌 이후의 시기에 화성 인근으로 진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미 우주 사업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강대국들과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장에 급할 것이 없지만,
우주 사업에서 뒤쳐진 국가와 기업들은 이번 화성 진출을 통해 우주 사업의 주도권과 경제권을 쥐고 싶어 한다.
기술에 대한 낙관과 지구 환경에 대한 불안, 희망과 비관 사이에서 지구권은 다양한 입장이 난립한다.
복잡한 계산과 치열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가운데, 화성 진출을 선언한 기업과 국가가 나타난다.
신중론을 펼치던 쪽에서도 마냥 느긋하게 기다릴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결국 인류의 화성으로 진출은, 다소 시기가 늦춰지긴 했지만, 시작된다.
지구권은 운석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는 남아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한다.
먼저 운석 충돌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었기에, 화성 표면의 기지 건설은 최소로 하기로 한다.
운석 충돌이 발생하면 화성 자체가 본래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피해를 받을 것이기에 화성 기지는 임시적 역할이다.
그리고 화성 인근의 스페이스 콜로니에는 지구권의 스페이스 콜로니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이동 장치를 설치한다.
스페이스 콜로니는 우주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이동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화성권의 스페이스 콜로니는 운석 충돌 시기에 맞춰 화성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멀어질 수 있게 좀 더 개량된 이동 장치를 갖게 된다.
그리고 운석 충돌 시기에 맞춰 각국의 우주군은 임시로 통합 운영된다.
화성과 운석의 충돌로 생기는 파편들이 지구권에 떨어질 경우 요격이 필요하고,
또한 긴급 상황 시 콜로니 주민 대피 등 큰 규모의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각국이 동의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화성과 운석 충돌 이전에 운석의 크기를 미리 줄이는 계획도 마련된다.
운석의 크기가 워낙에 커서 운석 자체를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의 미사일 등이 필요했지만,
어느 정도 파괴하는 것만으로도 화성과 지구권에 미칠 피해를 줄일 수 있기에 선제적 대응은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거대한 위험을 뻔히 보면서, 인류는 다음 도약을 시작한다.
배제했던 거대 운석 충돌을 선택하는 순간, 이야기에 새로운 길이 보였다.
어떤 사건이 원인이 되어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고, 도출된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서 다음 사건의 결과가 되고...
이러한 반복으로 설정이 짜여지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설정은 연쇄적으로 이후의 사건을 일으킨다.
이러한 흐름은 분명히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내가 만든 인과의 흐름이지만,
종종 이런 흐름은 내가 전부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무슨 개똥같은 소리냐고?? 그런데 나는 정말 이런 기분을 느낀다고...'-';)
내가 하는 역할은 그저 최초의 사건을 일으키거나, 어떤 사건에 어떤 인물 혹은 조직 등을 등장시킬 뿐이고,
주어진 사건과 인물 혹은 조직들이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흐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흐름이 마음에 안 들거나, 의도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처럼 사건의 결과를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것이다.
'뒤로 넘어졌는데 그냥 코가 깨졌어요!!' 같은 전개 방식이 아니라,
'뒤로 넘어지면서 허우적대다가 테이블을 건드리는 바람에 테이블에 놓여있던 컵이 얼굴로 떨어져서 코가 깨졌어요!!' 라는 식.
결과는 같지만 과정은 다르다.
물론, 그 과정이 궁금하거나 즐거운 것은 순전히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만. ㅋㅋㅋ
아무튼 운석 충돌.
풀리지 않는 고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꽤 만족스러운 사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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