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스케치북을 사러 별이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온 가족이 전기 마트를 방문했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냥 무난한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트를 나갈 때까지 별다른 특징없는, 그래서 어쩌면 그냥 묻혀지고 기억할 것 없는 그냥 평범한 하루가 될 뻔 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별이는 (아마 여느 아이가 다 그렇겠지만) 마트에 가서 자신이 살 것만 딱 사고 나오는 그런 아이는 아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이거 사자요"하고 물건을 집어드는 타입이다. 그렇게 집어든 물건이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이었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마나님과 나에게 그런 행동에 익숙해져있는 상태이고, 그런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반응해왔..
퇴근 후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한율이 엄마는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가있었고, 한율이는 내가 어서 밥을 먹고 자기와 놀아주기를 기다리며 나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 하늘 나라에 가서 같이 살아요." "그래, 우리 하늘 나라에서 같이 살자." 한율이가 맥락없이 던지는 말들로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서 불쑥 '하늘나라' 이야기가 나왔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한율이 이모부를 보냈던 지라 한율이가 '하늘 나라'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이상하진 않았다. 사고 이후에 한율이가 가끔 이모부와 하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저 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한율이는 잠시 후에 진심을 이야기해줬다. "그런데 나 하늘 나라 가고 싶지 않은데..." 목소리가 뭔가 서글픈..

나이를 먹어 머릿숱이 적어지고,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부족해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는 나의 게으름은 결국 두번째 이야기를 1년이나 지나서 쓰게 한다. 그동안 가정과 직장에서 내 나름의 위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었다는,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 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변명을 먼저 해두련다. 나만의 저장소인 이 곳에 그 어떤 흔적도 없는 지난 1년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그렇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그 시간만큼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경험이 쌓이고, 무언가를 했기에 과거와 완전 동일한 나는 아니지만, 2년 전의 나와 1년전의 나와 오늘의 내가 초자연적인 상황으로 인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해도 그 셋을 시간순서대로 누가 구분할 수 ..
"띡띡띡띡띡..." "띠리리~"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긴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면, 먼저 퇴근한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거나 혹은 뭘 먹을지 고민하던 모습이 결혼 후 가장 흔하게 접하는 저녁 일상의 첫 장면이었다. 결혼 후의 첫 일상엔 불같이 타오르는 연애 시절은 아니지만, (아니, 애초에 나는 연애 시절에도 그렇게 불같이 타오르진 않았다. 타오르는 건 타오를 필요가 있을 때만..^^;;) 소박한 행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부담될 것도 없고, 미처 끝내지 못해 밀리는 집안 일들은 주말로 조금씩 미뤄두는 여유도 부리는 소소한 나날들.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아내와 침대에 누워서 노닥거리며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던 그런 느긋한 일상. 그러다 한율이가 태어나고서는 이 장면들에 좀 더 극적인 부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