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영상물을 잘 보는 편은 아니다. 요즘은 퇴근하면서 매일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지만, 원래 나는 드라마가 되었건, 예능프로가 되었건, 뉴스가 되었건 간에 영상물을 먼저 찾아서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짧은 인터넷 영상이든, 유튜브든 영상물은 나에게 1차 선택지에서 벗어나있다. 물론 회사에서 잠깐 여유를 가질 때는 예외지만.^^; 이렇게 영상물을 기피하는 이유는 영상물을 보는 경우에 화면에 시선을 고정해야하는데, 그 순간 다른 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시간이 뭔가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능 정도는 그냥 소리만 들어도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최근 예능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자막을 통한 웃음코드가 있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아예 안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니, 화면을 켜는 순간 나..
중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미술 선생님 눈에 띄어 학교 대표로 사생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잠깐 딴소리를 먼저 하자면, 나말고 사생대회를 준비하던 다른 친구들도 더 있었는데, 그 중에 미대를 가지 않은 혹은 못한 친구는 내가 유일하다. 그것과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더 있지만... 아무튼. 당시 사생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던 나를 꾸준히 지켜보시던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에게 내가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꽤 시간이 지난 후인데, 지금와서 보자면, 선생님은 나를 꽤 정확하게 파악하신 거였다. 그림에서 디테일은 마무리 단계이다. 전체 구도를 잡고, 큰 덩어리를 정리하다 마지막에 들어가는 것이 디테일이다. 전체적인 구성과 이야기를 세운 후에 그 구성에 맞는..

나는 '나 자신'이 궁금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또는 싫어하는지, 당황하는 상황은 어떤 경우고 즐기는 상황은 어떤 경우인지. 나는 '나'와 평생동안 1분 1초, 단 한순간도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나는 계속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아, 내가 이렇구나 하는 하나의 경험을 얻고 나면, 음, 나는 저렇구나 하는 반대의 경험이 생기곤 했다. 특히 어릴 때 그런 상황이 많았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추구하는 '나의 모습'과 실제 '나의 모습'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어쩌면 어릴 때에는 내 자신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어서 이상과 실제의 간극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40이 넘어서야 그 간극을..
장장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작년에 읽다가 포기하고 올 해 여름방학부터 시작해서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 즘에 끝났다. 고전적인 문체에 나름대로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그게 아니면, 이 번역가가 엉망이었던 지.-_- 솔직히 번역이 엉망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대화 문장을 접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접한 그리스 로마 신화나, 일리아드 오딧세이아는 정말이지 너무 현대적이었다. 어쨌든, 지금 다 읽었다. 서양철학은 니체가 나타나기 전까지 플라톤에서 시작해서 플라톤으로 끝난다고 했다. 크리스트교의 신학 교리 또한 플라톤의 사상을 그 바탕에 깔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읽어봤다. 서양철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그리고 때마침 찾아온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