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레고 MOC] Mech Labor ML-22(RED & BLUE) 본문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로봇의 디자인은 건담과 같이 인간형에 늘씬한 형태이긴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니더라도 멋지고 매력적인 로봇 디자인은 넘칠 정도로 많다.
설정을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을 보고 끌린 모델 중 하나는 Ma.K 시리즈.
로봇이라기보다는 강화복 같은 인상에 하드 SF 느낌이 무척 좋은데, 머리 없는 몸통에 팔, 다리가 달려있는 형태가 재미있었다.
그동안 즐겨 보던 로봇 만화에서처럼 화려한 연출이 난무하는 그런 이야기에 나오기보다는,
어딘가 흙냄새 풀풀 나고 끈적한 땀으로 범벅진, 투박하고 처절한 이야기에 등장할 법한 느낌의 로봇.
이야기의 배경이 전쟁이어도 괜찮지만, 로봇을 이용한 거친 작업장이 주무대여도 위화감 없고, 지루하지 않을 듯한 로봇.
그런데 이미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모델의 Ma.K가 발매되어서인지 선뜻 손을 못 대고 있었는데...
Ma.K 모델에서 받은 모티브로 레고 로봇을 만들면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머리 디자인을 크게 고민할 것이 없는 만큼 부담도 줄고,
투박한 느낌으로 접근하면 그동안 고민스럽던 지점들을 쉽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메크 레이버(Mech Labor), 통칭 '멜'이라고 이름 붙인 시작기 MLX-21(White).
사실상 머리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티프가 된 Ma.K의 강화복과는 닮은 구석은 없다...^^;;
형식번호는 이름의 약자인 ML에, 시작기를 의미하는 X, 21년도에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21을 붙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최종 목표는 선물용이었기 때문에 대충 만들 수는 없었다. ㅋ
평소 로봇을 만들면서 항상 신경 쓰는 가동성과 관절 강도 등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실험도 하면서 제작된 멜 화이트인 것!!
Studio에서 제작하고 나서 실물화까지 마치고 보니 꽤 마음에 드는 로봇이 탄생했고, 기쁜 마음으로 선물로 보냈다.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더욱 기쁘게도 선물을 받으신 분도 좋아해 주셨는데... 기왕에 선물로 보내고 나니까 계속 생각이 나더란 말이다!!
그래서 또 만들었다. -ㅂ-ㅋㅋ
시작기는 흰색으로 만들었으니 2호기와 3호기는 색을 다르게 해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만들었다.
사진에서는 멜 블루가 좌측에 있어서 2호기 같지만, 사실은 멜 레드가 2호기이고, 멜 블루는 3호기가 된다.
기본적인 관절 구성은 동일한 상태에서, 부분 부분의 디자인과 색 배치를 다르게 해서 만들었다.
이 녀석들은 양산기인 셈이라서 시작기에 붙였던 X 없이 ML-22라는 형식 번호를 부여!!
(참 별 거 아니고, 유치하기도 한 설정인데 나는 이런 것이 재미있다.^^;; 피터팬 유니버스~!!)
시작기를 만들면서 아쉽게 생각한 부분들을 발전시켜보자는 의도도 있었는데...
2호기와 3호기에서 생각만큼 발전된 포인트는 없고, 그보다는 집에 있는 부품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에 만족.
하지만 막상 실체화를 해보니 부족한 부품이 꽤 많아서 결국 잔뜩 부품을 구매해버렸다는 후기가 남아있다. ㅋ
비슷비슷한 실루엣인 멜들의 가장 다른 지점은 뒷부분의 디자인이다.
결합 방식과 가동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여분의 부품을 활용하기 가장 좋은 곳이 뒷부분이기도 했고...^^;;
2호기와 3호기에 비해 시작기의 뒷부분은 어딘가 클래식한 느낌이 있는데, 시작기라는 컨셉과는 잘 맞지 않나 싶다. ㅎㅎ
멜의 최대 특징은 어떤 작업이라도 수행할 수 있게 충분히 확보된 가동성!!
허리가 움직이지 않지만 그걸 보충하고도 남을 수 있게 관절을 최대한 우겨(?) 넣었다.
조금 투박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생각해왔던 2중 관절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해봤는데,
멜에는 나름 잘 어울렸지만 다른 형태의 로봇에는 지금 구조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관절 강도가 약하기도 했고, 앞 뒤로 길쭉한 상박 형태가 아쉽기도 했고...
무릎의 2중 관절은 아이디어 자체는 참 좋았는데 부품에 따라서 관절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결국 이 숙제를 풀지 못하고 멜 레드에만 적용하고, 멜 블루에는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의 무릎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구조적으로는 동일하고 사용한 부품만 살짝 다른 것인데, 멜 레드에 적용한 방식이 디자인적으로 더 괜찮았다. 쩝.
어깨는 앞, 뒤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과 회전 관절까지 적용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하고,
고관절 부분도 스커트가 없어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관절이 많아서 자세를 잡는 것이 귀찮을 정도인데 그만큼 자세는 다양하게 나온다.
자유로운 관절 이외에 기믹이라고 할 만한 것은 콕피트가 전부.
원래 레고 로봇에 사람을 탑승시키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레고를 모으다보니 피규어도 많아지고, 덩달아 콕피트를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콕피트를 여유있게 가져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계기판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런 기믹을 고민하는 것이 레고 로봇을 만들 때 재미있는 포인트 중에 하나.
계기판도 계기판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프린팅 된 부품을 활용했는데, 사소한 디테일이지만 만족감은 높은 편.
다양한 방식으로 콕피트를 구현한 창작품을 보면서 연구를 하기는 하는데, 아직까지 창의적인 방식으로 구현하진 못하고 있다.ㅠㅜ
이런저런 디테일한 설정은 아직 없지만(그리고 앞으로도 없겠지만), 멜은 일단 가지고 노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가지고 논다'라는 말이 조금 포괄적인 의미이기는 한데, 앞으로 리뷰 등을 할 때 멜을 좀 활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동성과 적당한 관절 강도는 물론이고 내구성 확보도 신경을 써야 했다.
자세를 잡는 중에 여기저기 툭툭 빠지는 일이 많다면 가지고 노는 재미는 그만큼 반감되는 거니까.
분해가 가능한 레고인 만큼 완성품과 같은 내구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약간만 고민하면 스트레스 지수는 확 낮출 수 있다.
멜은 나름대로 이 목적에 충실하게 잘 만들어졌는데, 리뷰를 위한 자세를 잡으면서 부품이 분해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일정 부분은 내가 그동안 멜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어느 부위를 잡고 자세를 잡아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멜은 충분히 좋은 내구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설령 분해가 되더라도 구조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간단하게 다시 원상복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MLX-21 부터 시작된 초기형 멜은 멜 레드를 거쳐 멜 블루에서 마무리 지을 듯하다.
다만 멜과 같은 형태의 로봇, 인간형 로봇이지만 인간의 형태를 그대로 닮지 않은, 그리고 세련됨을 덜 고민해도 되는,
그런 형태의 로봇이 생각보다 나한테 많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난 로봇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WM-20을 만들 때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실체화 중에 마주친 관절 강도 문제에서 꽤 좌절을...ㅋ)
고민의 폭을 조금 줄이고, 눈높이를 내 수준에 맞게 조금 내리자 창작의 세계는 훨씬 즐거워졌다.
자, 이제 멜 레드만 주인을 찾아가면 초기형 멜과 관련된 내 숙제는 끝이 날 듯싶다.
그리고 멜 창작을 통해서 발견한 유사 인간형 로봇 창작은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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