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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현재, 너의 과거 - #16 별이야 학교 가자 본문

일상의 모습/너의 모습

나의 현재, 너의 과거 - #16 별이야 학교 가자

☜피터팬☞ 2023. 1.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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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창동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돌이켜 보면 매년 비슷한 듯 하지만 언제나 변화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있어왔다.

지나버린 2022년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별이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것.

별이는 드디어 인터넷에서 우스개로 이야기하는 잼민이가 되었다.

2022년은 별이가 우리 나이로 8세, 만으로는 7세가 되는 해이고 우리 부부는 학부형이 되는 해였던 것.

(그리고 이 이야기를 2022년에 준비해서 2023년에서야 마무리 짓는 아빠... 덕분에 서술어를 모두 과거형으로 수정하고 있다...ㅠㅜ)

 

지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와, 이제 다 키웠네 라는 말을 부러움을 섞어서 하고는 했는데, 이제 드디어 나도 그런 위치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그토록 부러워하던 학부형이 되고서, 다른 사람에게 다 키웠다고 말해온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이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미취학 아동이라는 딱지도 떼었지만,

내 눈에는(물론 다른 누가 봐도 분명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직은 더 많다.

그런데 여전히 내 손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가 아이가 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요즘에는 별이가 너무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 미숙한 티가 남아있는데 그 미숙함이 표현되는 방식과 내용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할까.

내 눈에는 아기 때의 모습이 보이는데, 하는 행동을 보면 이제는 절대 아기라고는 할 수 없는,

내가 인지부조화 상태인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 살짝 복잡한 기분.

 

그리고 다 큰 것도 다 크지 않은 것도 아닌 양자적 상태(?)의 별이와 엄마, 아빠와의 관계는 이전과는 또 달라졌다.

 

2019년 8월 창동 집에서

자기 목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그저 먹고 자고 싸는 것이 전부였던 단계에서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고 뒤집기를 하고 자기 몸을 겨우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단계로 들어갔을 무렵까지는

모든 순간이 그저 경이롭고 순수하게 기쁨과 환희로만 채워지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매 순간 격려와 칭찬을 하고, 별이의 작은 도전이 실패로 끝나던 성공으로 끝나던 그저 새로운 무엇을 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잘하고 못하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저 예쁘게만 보이고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별이는 내가 각오했던 것에 비해서 매우 매우 순하고 엄마, 아빠의 요구를 잘 따라주는 아이였다.

그렇게 고분고분하고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들어주던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성장했고, 달라졌다.

이제 별이는 우리(엄마, 아빠)의 지시와 의견보다 본인의 의지와 생각이 더 많이 중요하고 행동의 바탕이 되고 있고,

자연스럽게 그로 인해서 우리와 생기는 의견 충돌과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부모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을 막 벗어나기 시작한 아이와 그에 맞춰서 과거와는 다른 대응을 준비해야만 하는 부모.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서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못난 아빠(ㅠㅜ)의 입장에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달라진 것들 중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일단 매일매일 해야 하는 아이의 공부다.

부모로서 너무나 미약한 우리는,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아이를 키울 정도의 능력은 없는 관계로,

별이 역시 이 시대의 여느 아이들이 밟아가는 루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대부분의 갈등은 여기서 생긴다.^^;;

학교에서 주는 숙제와는 별도의,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시키는 공부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자극을 원하는 아이와 자극을 통제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 사이의 갈등의 시작.

 

여느 수도권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별이 역시 선행학습을 시작했는데, 별이에게는 이것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보인다.

우리는 별이에게 숙제를 다 해야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별이는 말리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게임을 포기하면서까지 구몬을 미루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그 부담은 아이의 몫만은 아니고 부모의 몫이기도 하다. ㅋ

내 어릴 적 경험으로 그렇게 미룬 구몬은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양이 많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구몬을 종용하는데,

이것은 이제 가끔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심지어 가족을 소개하는 학교 숙제를 받아왔는데, 엄마를 소개하는 칸에 자주 하는 말로 "구몬해"를 적어낼 정도.^^;;;

 

증거물 1호!! ㅋㅋ

아이에게 잔소리는 하지만 억지로 앉혀놓고 매일 옆에서 함께 할 정도의 열정(체력?)까지는 없는 엄마와 아빠는,

결국 일주일의 하루는 구몬을 하는 아이 옆에 함께 앉아서 밀린 구몬을 끝낼 때까지 감시를 할 수밖에 없다. ㅋ

아직 아이가 어려서 알아서 공부할 나이도 아니고, 아이도 당연히!! 공부를 좋아하거나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부모 역시 아이가 막연히 공부를 잘했으면 싶지만, 그걸 위해 각자의 시간을 갈아 넣고 싶지도 않다...^^;;

결국 아이와 우리는 적당한 선에서 서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물론 숙제를 하라는 말은 쉬지 않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넘기고 있다.

별이는 내킬 때까지 구몬을 미루고 미루면서, 게임 대신 레고를 가지고 놀거나 책을 보거나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놀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우리는 그런 별이에게 잔소리는 하면서도,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TV도 보고, 해야 할 집안일도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별이와 우리는 함께 앉아 밀리고 밀린 구몬을 하며 별이와 우리의 과제를 어떻게든 해결한다.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서열 경쟁의 사회에 들어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식적인 성적이 나오는 것은 중학생이 되고서도 더 뒤지만, 대충 그게 꼭 그렇진 않다는 건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데. ㅋ)

대안 학교라던가 하는 방식으로 경쟁에 뛰어드는 시기를 늦출 수도 있고,

좀 더 과감하게 서열 경쟁의 사회와는 다른 방식의 교육 방식을 추구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우리 부부의 선택은 그냥 평범한 공립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아기 티를 벗었어도 여전히 아빠의 눈에는 꼬꼬마 시절 모습이 보이는데,

이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부모도 부담을 지는 상황은 결코 편하진 않다.

 

세상을 먼저 살아본 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미리 준비시키려는 선의가 바탕이 되어 있지만,

의도의 선함과는 별개로 행위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와 거부감은 어쩔 수 없기에

과정은 언제나 시끄럽고 요란하며, 때로는 매우 피곤하고 우울할 때도 있다. 쩝.

경쟁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려면 아직 멀었고, 그 과정은 절대 평탄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별이와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타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별이가 순전히 자신만의 의지로 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방침이 더 우선이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별이의 뜻과 욕구를 존중하려고 하고 있고,

별이는 별이 나름대로 우리가 정해준 큰 틀에서 (아직은) 벗어나지 않고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지금은 경쟁의 결과를 생각하기 전에 그 과정에서 서로가 최대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나아가는 법을 배울 시기라고 본다.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려면 아직 먼 이야기지만, (하지만 어느 순간 훅 하고 다가오겠지)

지금부터 조금씩, 선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대충 적당히, 무난하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뭐, 사실은 이렇게 거창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저 눈앞에 주어진 과제를 풀어내자는 마음으로 살고는 있지만 말이다. ㅋㅋ

 

2021년 11월 창동 집에서

 

P.S : 처음 이 글을 구상했을 때는 2022년 3월 무렵이었는데, 이미 해를 넘긴 2023년 1월이다. ㅠㅜ

그동안 개인적으로 일이 너무 많고 심신이 다 지쳐서 도저히 기록을 남길 여력이 없었다.

감성적 자아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리했지만,^^;;;

내면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의지적 자아는 내 게으름과 나약함을 계속 일깨우며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ㅅ-;

그리고 지금 드는 생각도, 지금보다 더 빨리 이 글을 마무리 짓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쪽이다.

아이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그 성장의 속도가 느려졌지만 빠르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놓친 것들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라져 가는 별이의 모습을 놓치기 전에 더 자주, 더 부지런히 정리하고 남겨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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