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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GACHA-NEN] RACCOON(2)(feat.붓도색) 본문

오래된 열정/조립모형

[35GACHA-NEN] RACCOON(2)(feat.붓도색)

☜피터팬☞ 2024. 3. 1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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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대로였다면,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모임에 대한 정리를 먼저 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중요하고 의미 있었다는 부담감이 글을 쓸 타이밍을 빼앗아 버렸다. ㅋ

그래서 무언가 중간을 건너뛰어버린 듯한 아쉬움과 허전함이 있지만...

어쨌든 시간은 이미 흘러버렸고, 나 역시도 그동안 마냥 제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

언젠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방식으로 퍼즐의 빈 조각을 끼워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일단 그냥 진행.

 

앞서 말한 모임에서 나의 산타... 아, 아니지..;; 블로그 지인이자 귀인이신 LAL사마가 주신 선물이 있었으니,

혓바닥 날름의 추억에 빛나는 시타델 워해머 페인트 + 툴 세트!!

 

아니, 일본에서 이미 받은 것도 많은데, 이것은 또 어인 선물이란 말입니까...

역시 LAL사마는 나의 키다리 아저씨!! 얏빠리 산타 삼촌!!

 

그리고 LAL사마에게 받은 페인트는 또 다른 지인이자 귀인이신 VM님께 받은 수저통에 가지런히 정리!! ㅋㅋ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컬래버레이션!!

 

좋은 도구가 왕창 구비된 것도 모자라, 사용하기 편하게 정리까지 되니까 모형인의 피(?)가 잠자코 있질 않는다. ㅋ

 

그래서 꺼내본 킷은, 지난 일본 여행에서 LAL사마가 선물해 주신 35 가차넨, 라쿤.

LAL사마는 이걸 주시면서 내가 이미 만들어본 킷을 드리는 것이 아쉽다고 하셨지만... 

무슨 말씀을!! 원래 양산기는 같은 종류로 여러 대가 있어야 진짜 맛이고, 저는 양산기를 좋아한단 말입니다. ㅋㅋ

 

이번에도 중성 세제를 이용해서 표면을 한번 닦아주시고...

 

적당히 물기를 털어낸 후에 건조.

많지 않은 부품수 덕분에 이후의 작업에 대한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완전히 똑같이 하면 재미없잖아?

원본 형태는 이미 만들어봤으니, 이번에는 그동안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그런 작업을 시도해 보는 거지!!

연필로 넓은 머리 부분에 개략적인 선을 스케치.

연필로 플라스틱 표면에 선을 넣을 때는 한 번에 안 되니까 여러 번 그려야 한다는 사실.

 

다음으로는 그려놓은 선에 맞춰서 패널라인용 마스킹 테이프를 잘 붙여준다.

스케치한 선이 두꺼워서 테이프를 여러 번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위치를 조정해야 했다.

정확하게 선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좀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ㅋ

테이프를 붙이고 난 후에는 철필을 이용해서 가이드 선을 그려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힘을 주지 않고 철필로 테이프 형상을 따라서 그냥 쓱 움직인다는 감각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것.

패널라인 테이프가 일반 마스킹 테이프에 비해서 두껍다고는 해도 완전히 딱딱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힘이 들어가는 순간 의도했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삑사리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힘없이 몇 번 철필을 긋다 보면 어느 순간 붙여놓은 테이프를 따라 라인이 그어진 것을 손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후에는 약간 더 두꺼운 패널라이너를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면...

 

짜잔.

제법 선명하게 패널라인이 그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프라모델을 하면서 계속해서 되새기게 되는 최고의 명제는,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

대부분의 실패는 조급함으로 인해서 서두르거나 대충 뭉개고 간 부분에서 비롯되더라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챙기면서 하는 건 또 지겨워서 어떻게든 이 조급함을 달래주는 꼼수를 찾는 것이 내 모형 작업의 방향. ㅋㅋ

 

위의 사진을 보면 철필을 긋다가 깜박하고 긋지 말아야 할 곳까지 철필의 흔적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지만,

힘을 주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흔적 정도만 남았을 뿐이라서, 사포질 한 번이면 다시 말끔한 표면을 되찾는다.

패널라인 덕분에 디테일이 한층 업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일단은 처음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게 패널라인이 생겼다!!

 

냄새가 나지 않는 아크릴 물감의 특성과 제법 규격이 맞는 정리함 덕분에 작업가능 공간이 확연히 늘어났다.

시타델은 별도의 조색이 없다면 뚜껑에 붙은 혓바닥(!!)을 팔레트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작업을 위한 준비물도 살짝 줄어든다.

별이가 숙제하는 동안, 나는 책상의 한편을 빌려서 붓도색 시작!!

 

이번 작업에서 또 하나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는, 서페이서를 뿌리지 않고 아크릴 물감을 바로 칠하기.

앞서 말한 것처럼, 프라모델 작업 중에 과정을 건너뛰는 것은 종종 결과물에 치명적인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는 한데...

나는 그중에서도 굳이 건너뛰어도 되는 과정을 찾아내서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다...ㅠㅜ

(물론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면 왜 모형 하는 사람들이 귀찮은 중간 과정들을 굳이 생략하지 않는지 새삼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 ㅋ)

 

아무튼 이번에는 생략하기로 했으니까, 나중 후회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과감하게(?) 베이스로 선택한 색을 프라모델 표면에 열심히 바르던 와중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이전의 바예호와 마찬가지로, 시타델 역시 역할에 따라서 도료의 성질이 다르다!!

단순히 색이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도료의 질감이라던가 점성 등의 성질이 다르고,

그런 특성은 물감 통에 "BASE", "SHADE", "CONTRAST", "LAYER", "TECHNICAL"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적혀있다.

...

이걸 왜 빨리 캐치하지 못했을까...-_-;;

 

내가 열심히 바르고 있던 것은 TECHNICAL 도료인 ARMAGEDDON DUST.

이름부터 뭔가 끝장날 것(?) 같은 인상으로 열심히 칠한 라쿤의 표면은 물감을 바른 것이 아니라 황토에 문댄 듯하게 변했다.

그제야 DUST라는 이름이 가진 의도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어쩐지 도료를 바를 때 뭉쳐진 듯한 입자들이 안 펴지고 서걱서걱하는 느낌이더니만...-ㅅ-;;

그래서 혼자 속으로 시타델은 못 쓰겠구만... 앞으로는 바예호로 작업해야지 라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을 잠시 내렸... 쿨럭

 

무언가 시작부터 좀 삐그덕거린 느낌이 없잖아 있었는데... 가만 보니 이건 이거대로 꽤 괜찮은 느낌이다.

재밌네. 진행시켜.

DUST도료는 서페가 없어도 프라 표면에 잘 안착하기 때문에, 현장감을 주는 동시에 서페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은 덤.

 

최초의 의도는 실패했지만, 이번 실패는 오히려 더 재미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ㅋ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은 막 공장에서 뽑힌 듯 깔끔한 픽스 풍의 도색이지만, 어차피 내 붓도색 실력으로는 아직 픽스 풍은 무리고,

약간의 흔적이 남는 붓질이 만들어내는 살짝 거친 표면을 통해 붓도색의 매력을 느껴왔던 차에 이 느낌을 극대화해 보는 방향으로 선회!!

 

ARMAGEDDON DUST 위에 칙칙한 분홍빛인 BUGMAN'S GLOW를 덧입히고,

무릎 장갑 등에는 MEPHISTON RED로 포인트를 줬다.

어우... 이름들이 전부... ㄷㄷㄷ

지난번의 라쿤과는 다르게 칙칙한 밝은 빨간 계열의 색을 전체적으로 입히는 대신 좀 더 세밀한 도색을 시도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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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DUST를 바를 때 의도한 바는, 험한 환경에서 활동으로 인해 표면이 부식되어서 울퉁불퉁해진 느낌으로 가고 싶다였는데...

... 음...

부식이 된 듯한 느낌은 잘 모르겠고, 뭔가 먼지가 덕지덕지 붙었는데, 귀찮아서 표면을 안 다듬고 그냥 냅다 도색한 그런 느낌.

길거리에 가끔 보이는 자동차 중에 공업사에 맡기는 비용이 아까워서 셀프로 도색한 차의 표면이 좀 이런 느낌인 것 같은데...

 

다만 매번 매끄러운 표면만을 추구(?)하던 입장에서는 매우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는 방향이었다. ㅋ

도료가 좋으니까 나같이 대충, 귀차니즘을 베이스로 모형 하는 사람도 뭔가 엄청 느낌 있어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는구나!

역시 부족한 실력은 좋은 도구로 메꾸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본의 아니게 질감 표현 + 서페 역할로 사용한 DUST 도료는,

만약 순서를 바꿔서 사용했다면 진흙에서 구른 듯한 느낌을 꽤 멋지게, 그리고 매우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는 멋진 도료였다.

도료의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고 나니까 언젠가 흙바닥에 뒹군 듯한 표현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ㅎㅎㅎ

야, 너두 할 수 있어!! 도료만 준비하면 돼!!

 

부식되어 부풀어 오른 것인지 먼지가 붙은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아무튼 울퉁불퉁한 표면은,

어쨌든 거친 환경에 놓여있는 것 같은 그런 인상을 만들어 내면서 꽤 신선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만들어주고 있다.

 

새로운 시도가 준 만족감에 더불어서 이전에 준비한 돋보기의 힘을 빌려서 좀 더 세밀한 표현에도 도전 역시 꽤나 만족스러웠다.

 

점점 심해지는 노안에 부들거리는 손 때문에 붓도색을 제대로 못 즐기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돋보기를 통해서 크고 또렷하게 보게 되니까 손도 더 세밀하게 움직여 주면서 어느 정도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다만 돋보기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오히려 눈을 혹사시키는 느낌이 들어서...-ㅂ-;;

이러다가 정말 돋보기 없이는 작업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ㅋ

 

아... 그런데 발바닥을 안 칠했네...-_-;;

아니, 뭐 어차피 세워두면 보지도 않을 것인데 뭐. ㅋ

절대 귀찮아서가 아님!!

 

사진을 통해서 확대해 보면 여기저기 삐져나간 선들이 꽤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신경도 안 쓰일 정도다. ㅎㅎ

그리고 이런 사소한 실패(?)를 덮어줄 비장의 무기 또한 준비하고 있지. +ㅂ+

 

생각 외로 신선하고 높은 만족도를 준 표면 표현과, 적어도 내 눈에는 나쁘지 않은 색 배치로 기대 이상의 흡족한 결과물이 탄생했지만...

이번에는 좀 과감하게 나간 김에,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보자.

안 그래도 바로 직전에 웨더링에 대한 기사도 읽어봤고 말이야. ㅎㅎ

별이와의 약속을 위한 아빠의 선행 학습!!

 

짜잔.

LAL사마가 적극 추천해 주신, SHADE NULN OIL 바르기!!

NULN OIL이라는 이름답게 기름이 눌어붙은 듯한 느낌으로 색이 칠해진다!!

 

BASE 카테고리의 물감이 기존에 사용해 본, 익숙한 느낌의 꾸덕한 물감이었다면,

SHADE 카테고리의 물감은 물처럼 묽은 느낌이었다.

물처럼 흐르는 느낌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생각보다 색이 잘 입혀져서 살짝 당황...;;

 

NULN OIL을 입히기 전에 찍은 사진들이 지금 사진들에 비해서 조명과 가깝기는 했지만,

화사한 느낌이 없지 않았던 색들을 이 정도로 칙칙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가장 베이스가 되는 BUGMAN'S GLOW 색이 그다지 예쁘거나 화사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NULN OIL을 바르고 나니까 상대적으로 매우 화사한 색으로 보이게 되는 마법. ㅋㅋㅋ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어쨌든 거친 표면에 NULN OIL 효과까지 더해지니... 이제는 확실히 제대로 현장에서 구른 듯한 느낌의 킷이 되었다. '0'

 

사진으로 결과물을 확인하며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은, 역시 좀 과했나 싶은 생각이 들고 있는데...

막 완성을 시킨 그 순간에는 그렇게 과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었다.^^;

 

생각보다 색을 강하게 죽이는 효과에 놀랐고, 지금까지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묽기에 어떤 방식이 좋은지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색들은 잘 스며들었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입체적인 느낌을 만들어 주었다.

 

NULN OIL은 전체적인 색감은 떨어뜨린 대신, 울퉁불퉁한 표면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서 입체적인 표면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게다가 이전에는 굳이 표현하려고 하지 않은 패널 라인에도 스며들어서 부분 부분의 디테일도 더 선명하게 보이게 해 준 덕에

결과물 자체가 이전에 비해서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진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도 공을 들이긴 했다. 근데 그건 순전히 재미있어서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다가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

 

다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번에는 확실히 절제가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뭐, NULN OIL의 농도도 효과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도했던 만큼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다음번에는 좀 더 전략적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절제하면서!! 사용해 봐야겠다는 숙제도 생겼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시도의 첫 결과물이다.

그런데 만든 결과물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심지어 시도할 생각도 못 해봤던 묵직한 느낌이라니!!!

내 손에서 이런 프라모델이 완성되다니!!!!!

 

이번에는 정말 지금까지 내가 작업해 왔던 것과는 많은 방향에서 다른 방식의 접근을 시도해 봤다.

시작할 때 도료의 정확한 특성과 목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시도한 탓에

무언가 애매한 설정의 로봇이 되었다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이전에 비해서 확실히 좀 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과 동시에

멋진 도료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표현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점에서 꽤 즐겁고 신선한 작업이었다.

작업하다가 작업이 즐거워서 좀 더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이 얼마만이었는지!!

다만 그래서 절제를 배워야 한다. ㅋㅋㅋ

인내에 이어서 절제... 프라모델이 이렇게 인격수양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

 

이건 내 능력이 아니라 순전히 도료의 힘이고, 그래서 이 결과물에 대한 박수는 나 대신 시타델이,

그리고 그런 멋진 도료인 시타델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신 LAL사마가 받아야 마땅하다. ㅎㅎㅎ

 

이제 다음에는 이 도료를 좀 더 내 마음대로, 내 의도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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