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나이를 먹어 머릿숱이 적어지고,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부족해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는 나의 게으름은 결국 두번째 이야기를 1년이나 지나서 쓰게 한다. 그동안 가정과 직장에서 내 나름의 위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었다는,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 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변명을 먼저 해두련다. 나만의 저장소인 이 곳에 그 어떤 흔적도 없는 지난 1년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그렇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그 시간만큼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경험이 쌓이고, 무언가를 했기에 과거와 완전 동일한 나는 아니지만, 2년 전의 나와 1년전의 나와 오늘의 내가 초자연적인 상황으로 인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해도 그 셋을 시간순서대로 누가 구분할 수 ..
올해도 늦었다. Happy Birthday to me. 3월부터 시작된 합사 때문에 생일이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시 넘어 퇴근하고, 그 다음 날에도 저녁 7시가 넘어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가족과 식사를 해야겠다고 말하고서야 퇴근하는 미친 듯한 일정 때문에 생일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난 건 생일이 3일이나 지나고 아침인 지금. 그래도 내게는 기념할만한(?) 앞자리가 4로 바뀌는 생일이었는데... 뭐, 앞자리는 4로 바뀌었지만 내 생활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매일 비슷한 상념들이 지나가고, 비슷한 불만과 아쉬움, 그리고 또 그만큼 비슷하고 소소한 행복들. 크게 변한 것 없이 고만고만한 변화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10여년 전과 비교해보면 결코 비슷하진 않을 거다. 돌아보면 그렇게 아무것도 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닌데, 언젠가부터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쓰기 창을 띄워놓으면 막연해졌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그냥 접고 있었다. 생각은 파편으로 떠돌아다니고 정리되지 않은채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전처럼 아쉽지도, 아깝지도 않아지더라. 문득,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에 서글픈 감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조금은 더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지 혹은 질책해야하는지 판단하기 전에 그걸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냥 그런 마음으로 흘러간다. 흘러간다.
"띡띡띡띡띡..." "띠리리~"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긴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면, 먼저 퇴근한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거나 혹은 뭘 먹을지 고민하던 모습이 결혼 후 가장 흔하게 접하는 저녁 일상의 첫 장면이었다. 결혼 후의 첫 일상엔 불같이 타오르는 연애 시절은 아니지만, (아니, 애초에 나는 연애 시절에도 그렇게 불같이 타오르진 않았다. 타오르는 건 타오를 필요가 있을 때만..^^;;) 소박한 행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부담될 것도 없고, 미처 끝내지 못해 밀리는 집안 일들은 주말로 조금씩 미뤄두는 여유도 부리는 소소한 나날들.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아내와 침대에 누워서 노닥거리며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던 그런 느긋한 일상. 그러다 한율이가 태어나고서는 이 장면들에 좀 더 극적인 부분이 ..